별의 노래, 정박해 있던 우주 정거장 ‘새벽의 서곡’의 최상위 도크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고요한 그림 같았지만, 그 거대한 강철 심장부에서는 잔혹한 비극의 여운이 서늘하게 감돌고 있었다.
류진은 지극히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단정하게 정돈된 은회색 머리카락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만이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희미하게 암시할 뿐이었다. 그의 키는 평범했고, 몸은 약간 마른 듯 보였지만, 그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강철 같은 정신력을 지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현재 그의 시선은 함장실 내부를 꿰뚫고 있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비상봉쇄막 너머, 한때 위엄 넘치던 함대 사령관 카엘란의 시신이, 마치 잠든 것처럼 집무실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가슴 한복판에는 지극히 정교하고 깔끔한 원형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가장자리는 고열로 지져진 듯 매끈하게 응고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그리고 섬뜩할 만큼 비현실적인 상처였다.
“말도 안 돼….”
함장 레나는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겨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푸른 눈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일렁였다. *별의 노래* 호의 최고 책임자인 그녀에게, 이 사건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오점이었다.
“함장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모든 기록은 완벽합니다.”
보안과장 잭슨은 딱딱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의 굳건한 체격과 강인한 인상은 그가 평생을 군인의 규율 속에서 살아왔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이 역력했다. “사령관실은 완전 밀폐 상태였습니다. 비상 봉쇄 프로토콜이 즉시 가동되었고, 외부 공기 유입도, 내부 유출도 없었습니다. 모든 해치는 자동으로 잠겼고, 강제 개방 시도 기록은 일절 없어요. 내부 보안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작동 중이었지만, 침입자는 단 한 명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령관실의 공기 순환계 필터에서도 미세한 외부 이물질조차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고요.”
류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는 함장실 내부의 홀로그램 스캔 데이터가 들려 있었다. 붉은색 격자가 사령관실 내부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고, 잭슨이 말한 대로 모든 지표는 ‘완벽한 밀폐’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령관이 죽기 직전까지 보고 있던 자료는 뭡니까?” 류진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묘하게 날카로운 울림이 있었다.
“미개척 성계 ‘시그마-7’의 광물 자원 보고서였습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레나 함장이 대답했다. “그리고 카엘란 사령관은 오늘 저녁 2100시, 정거장 최고 위원회와의 화상 회의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실종이 보고되어 저희가 긴급하게 사령관실을 봉쇄 해제하고 진입한 겁니다.”
“2100시… 사망 시각 추정치는요?”
“2030시에서 2040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회의 직전이죠.” 잭슨이 덧붙였다.
류진은 홀로그램 데이터를 확대하여 카엘란 사령관의 시신에 뚫린 구멍을 살펴보았다. 구멍은 정확히 심장 부위를 관통하고 있었다. 흔적은 지극히 깨끗했다. 마치 정교한 의료용 메스로 도려낸 듯한 단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레이저 무기의 흔적 같았다.
“무기가 없다는 점이 특이하군요.” 류진이 중얼거렸다. “이 정도의 정교한 관통상을 낼 수 있는 휴대용 레이저 무기라면, 사용 시 막대한 에너지 방출과 잔열이 발생했을 겁니다. 하지만 내부 온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고요?”
“네, 실시간 온도 센서는 아무 이상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미세한 이온화 입자나 잔류 자기장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잭슨은 완벽하게 닫힌 밀실임을 거듭 강조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살인자가 저 방에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류진은 다시 한번 홀로그램 스캔 데이터를 천천히 돌려보았다. 카엘란 사령관의 시신, 의자, 책상, 벽면… 그리고 바닥. 그의 눈이 잠시 바닥에 머물렀다. 다른 모든 표면과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매끄러운 금속 합금 바닥.
“사령관실의 설계도를 볼 수 있을까요? 특히 바닥면의 구조를 상세하게요.” 류진이 요청했다.
레나 함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 상황에서 류진의 기이한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음성 명령에 따라, 홀로그램 데이터가 새로운 층을 덧씌우며 사령관실의 내부 구조뿐 아니라, 바로 아래층의 배치까지 투명하게 비춰주었다.
류진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그는 자료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침묵에 잠겼다. 잭슨은 인내심을 잃고 한숨을 쉬려 했지만, 레나 함장의 날카로운 시선에 그만두었다.
잠시 후, 류진은 자료의 특정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사령관실 바로 아래층, 이 구역은 무엇입니까?”
홀로그램이 가리킨 곳은 함선의 가장 깊은 곳, 엔진룸과 에너지 코어를 보호하는 방벽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격벽 구역이었다. 일반적인 통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중요한 시설 같지도 않았다.
“아… 저곳은 ‘공간 분해 모듈’, 즉 SDM 테스트 구역입니다.” 레나 함장이 설명했다. “저희 함선 *별의 노래*는 최신식 탐사선이기 때문에, 미지의 성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량의 유기성 폐기물이나 미확인 광물 샘플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실험적인 장치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극도로 높은 에너지 밀도로 물질의 분자 구조를 일시적으로 해체하여 안정적인 에너지 형태로 전환하는 모듈입니다. 아직 실험 단계라 함선 중앙 시스템과 완전히 통합되지는 않았고, 독립적으로 가동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안전성 문제로 극히 제한된 인원만 접근 및 제어가 가능합니다.”
“SDM…” 류진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에 번뜩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듈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빔의 정밀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리고 그 빔은 통상적으로 어디로 향합니까?”
“폐기물 처리용이기 때문에, 정확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략 5미터 이내의 범위에 균일하게 에너지를 방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주로 밀폐된 처리 챔버 내부에서 상향으로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레나 함장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직 의문이 가득했다.
“상향으로….” 류진은 다시 카엘란 사령관의 시신이 있는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의 시선은 사령관의 가슴에 뚫린 그 완벽한 구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빔은, 사령관실의 바닥을 뚫고 올라올 만한 위력을 지녔습니까?”
잭슨이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됩니다. 사령관실 바닥은 특수 합금으로 강화된 방어벽입니다. 아무리 SDM의 에너지 빔이라 해도… 그렇게 간단히 뚫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간단히는 아니겠죠.” 류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섬뜩할 만큼 냉철했다. “하지만, 만약 빔의 에너지를 한 점에 극도로 집중시키고, 방출 시간을 지극히 짧게 가져간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0.001초 미만으로.”
잭슨과 레나 함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SDM은 독립적으로 가동된다고 했죠. 그럼, 함선 중앙 시스템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겠군요.” 류진이 이어갔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단순한 열이나 파동으로 감지될 수 있습니다. 잭슨 과장님은 ‘미세한 외부 이물질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무기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기는… 처음부터 함선 내부에 존재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고,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는 형태로요.”
류진은 사령관실 바닥면과 SDM의 위치를 정렬한 홀로그램을 펼쳐 보였다. “범인은 SDM의 작동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SDM을 단순히 폐기물 처리용이 아닌, 정교한 암살 도구로 개조한 겁니다. 사령관실 바닥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SDM의 빔 초점을 카엘란 사령관의 심장 위치로 조정한 뒤, 지극히 짧은 순간 동안 빔을 발사했습니다. 빔은 방어벽을 뚫고 사령관의 심장을 관통한 뒤, 곧바로 사라졌겠죠. 그 찰나의 순간은 함선의 센서가 유의미한 ‘침입’이나 ‘에너지 이상’으로 감지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그저 ‘미세한 시스템 노이즈’ 정도로 기록되었을 겁니다. 혹은, SDM의 정상적인 작동으로 위장되었을 수도 있죠.”
레나 함장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렇다면, 밀실은….”
“처음부터 밀실이 아니었던 겁니다. 범인은 이 방에 들어설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SDM을 원격으로 조작했겠죠. 그리고 이 모든 살인극은 SDM의 제어권을 가진 소수의 인물에 의해 가능했을 겁니다.” 류진은 홀로그램 스캔 데이터를 닫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이미 다음 단계의 수사를 지시하는 듯 빛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입니다. SDM 제어 시스템의 접근 기록을 분석하여, 살인자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것.”
잭슨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눈앞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밀실 살인이, 너무나도 명확하고 소름 끼치는 과학적 사실로 풀려나는 순간이었다. *별의 노래*는 더 이상 평화로운 탐사선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심연 속의 고독한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살인극의 심장에는, 천재적인 지성을 지닌 탐정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