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17화: 녹슨 심장의 비명

칙, 칙, 하아…. 류진의 폐는 쉴 새 없이 마른 공기를 들이켰다. 낡은 방진 마스크는 더 이상 미세먼지와 잿가루를 완전히 걸러주지 못했다. 목구멍이 칼칼했다. 어제 겨우 찾아낸 고인물 한 모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며칠째 식량은 바닥을 드러냈고, 남은 것은 허기뿐이었다.

그가 선 곳은 한때 ‘강철 도시’라 불렸던 곳의 외곽이었다. 하늘을 찌르던 증기 기관의 굴뚝들은 이제 뼈대만 남아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고, 도시 전체를 뒤덮었던 황동과 철골 구조물들은 거대한 괴물의 시체처럼 녹슨 채 쓰러져 있었다. 자욱한 회색 안개가 지평선을 집어삼켰고, 해가 져도 뜨겁던 지열은 이제 냉기만 품었다. 세상이 파멸한 지 수십 년. 사람들은 이것을 ‘대정지’라 불렀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시간.

류진은 왼쪽 팔에 달린 증기 구동식 의수를 툭툭 두드렸다. 내부 기어에서 미세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활유가 필요했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거대한 의수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원인 ‘소형 증기 코어’의 효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연료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부품조차 구하기 힘든 세상이었다. 이 의수마저 멈추면 그는 이 혹독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훨씬 줄어들 터였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멀리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난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반쯤 무너진 원통형 건물은 흡사 거대한 톱니바퀴가 박힌 요새 같았다. 구시가지 광물 추출 시설, 일명 ‘심장부’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소문으로는 대정지 이전에도 위험해서 폐쇄되었던 곳이라 했다. 하지만 절박한 류진에게는 그 어떤 위험도 희망보다 무겁지 않았다.

“젠장… 저기까지 가야 하나.”

류진은 한숨을 쉬며 삐걱거리는 의수를 조심스럽게 움직여 등 뒤의 배낭을 고쳐 멨다. 녹슨 철골 잔해와 뒹구는 증기압 파이프들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매 순간 바닥이 무너질 수도, 숨어있던 괴생명체가 튀어나올 수도 있는 살얼음판 같은 길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시설의 거대한 위용이 더욱 또렷해졌다. 건물 외벽에는 거대한 크랭크 샤프트와 톱니바퀴들이 녹슨 채 박혀 있었고, 그 사이로 깨진 유리창문들이 마치 괴물의 눈처럼 듬성듬성 나 있었다. 오래된 금속 냄새, 곰팡이와 눅눅한 흙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입구는 거대한 강철 문이었는데, 한쪽이 떨어져 나가 기울어져 있었다.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류진은 의수의 손등에 달린 소형 랜턴을 작동시켰다. 칙, 하는 증기 배출음과 함께 랜턴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내부를 비췄다. 거대한 홀이 나타났다. 천장은 이미 무너져 내려 잔해가 쌓여 있었고, 바닥은 흙먼지와 녹슨 파편들로 뒤덮여 있었다.

“여기라면 뭔가 있을지도.”

류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곳은 분명 광물을 캐내던 곳. 버려진 장비나, 아직 사용 가능한 부품, 어쩌면 귀한 광물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그의 메마른 목구멍을 간신히 축였다.

홀을 가로질러 나아가던 류진의 발끝에 무언가 걸렸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뒹굴던 얇은 금속판이 들려 올라갔다. 그 아래는 지하로 향하는 통로였다. 낡고 녹슨 철제 계단이 끝없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계단 끝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류진은 잠시 망설였다. 이런 폐쇄된 공간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품고 있었다. 공기가 희박할 수도, 유독가스가 차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그는 마스크를 단단히 고쳐 매고, 랜턴의 불빛을 아래로 향하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칸, 두 칸. 낡은 철 계단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위태롭게 그를 지탱했다.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차갑고 습해졌다. 벽에서는 축축한 물방울이 흘러내려 바닥에 고여 있었다. 류진은 주변을 경계하며 발소리를 최소화했다. 이 고요함이 오히려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계단은 끊어지고,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양옆으로는 거대한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그 사이로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녹슨 채 방치되어 있었다. 류진은 랜턴 불빛으로 주변을 비추며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그의 귀에 희미한 소리가 잡혔다.

칙, 칙… 덜컥… 칙…

증기압이 새는 소리? 아니, 그보다 더 규칙적인, 마치 심장이 뛰는 것 같은 소리였다. 류진의 심장이 덩달아 두근거렸다. 이곳은 폐쇄된 지 오래라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지?

그는 소리를 따라 통로 끝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틈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류진은 의수의 손가락 끝으로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소음이 커졌다. 칙칙거리는 증기 배출음과 함께 묵직한 기계음이 문 너머에서 울렸다. 류진은 정신을 집중했다. 혹시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 그럴 리가. 이 정도 깊은 곳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는 옆에 놓인 낡은 조작반을 발견했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은 듯했다. 류진은 의수를 이용해 조작반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녹슨 레버를 당기자, 끽- 하는 쇳소리와 함께 잠시 멈췄던 기계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우웅-! 덜컥!

굉음과 함께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어둠에 익숙해진 류진의 눈을 잠시 멀게 했다. 그는 팔로 눈을 가리며 천천히 시야를 적응시켰다.

문이 완전히 열리고 드러난 풍경은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곳은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다. 천장은 까마득했고, 복잡한 증기 파이프와 전선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공간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기계가 웅장하게 서 있었다. 그 기계는 수많은 톱니바퀴와 황동 파이프로 이루어져 있었고, 일정한 리듬으로 증기를 뿜어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기계의 중심부에서는 붉은색 빛이 맥박처럼 깜빡거렸다.

“이게… 아직도 작동한다고?”

류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곳은 분명 대정지 이전에 폐쇄된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기계는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 죽어버린 세상의 마지막 심장 같았다.

그때, 류진의 시야에 바닥에 뒹구는 작은 상자가 들어왔다.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지만, 류진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평범한 상자가 아님을 느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자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상자는 고대 문양이 새겨진 낡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류진은 의수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두 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푸른빛을 띠는 수정 조각이었다. 그것은 류진의 의수를 움직이는 소형 증기 코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축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듯했다. ‘초고밀도 증기 코어’, 대정지 이전의 최고급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이것 하나면 류진의 의수는 물론, 어쩌면 작은 이동 수단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는 낡은 가죽 지도를 덮고 있는, 손바닥만 한 데이터 패드였다. 전원이 꺼져 있었지만, 지도 위에 희미하게 그려진 문양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류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도 한가운데에는 이 ‘심장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지하 도시로 보이는 곳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도시에는 ‘최후의 안식처’라는 알 수 없는 글자가 흐릿하게 새겨져 있었다.

류진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단순한 부품이나 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이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아남을 ‘희망’ 그 자체였다. 이 지도가 진짜라면, 그는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지도와 코어를 집어 드는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갑자기 거대한 기계의 작동음이 더욱 격렬해졌다. 붉은 빛이 더욱 빠르게 깜빡거렸다. 그리고, 기계의 옆에서 잠들어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철거 오토마톤이었다. 수십 년간 잠들어 있던 듯, 온몸이 녹슬고 파손된 상태였지만, 그 육중한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녹슨 팔에는 거대한 해머가 달려 있었고, 찌그러진 머리에서는 붉은 광선이 번뜩였다. 오토마톤의 프로그램은 오작동하고 있는 듯, 의미 없는 굉음과 함께 류진을 향해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젠장… 이런 게 남아 있었다고?!”

류진은 상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이 지하 심장부가 아직 작동하고 있던 것은, 이 오토마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나? 아니면 오토마톤이 이 기계를 지키기 위해 깨어난 것인가?

오토마톤의 해머가 류진을 향해 느리지만 끔찍한 위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류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던졌다. 콰아앙! 해머가 떨어진 자리에 거대한 진동과 함께 바닥이 박살났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류진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에는 낡은 칼을 쥐고 있었지만, 저 거대한 강철 괴물에게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었다. 오토마톤은 느리게 몸을 돌려 다시 류진을 향해 다가왔다. 붉은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살아남아야 한다. 지도의 의미를 확인하고, 이 코어를 이용해 의수를 고쳐야 한다. 최후의 안식처가 무엇이든,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크아악!”

류진은 발악하듯 소리를 지르며 오토마톤의 육중한 몸체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는 거대한 기계 장치와 얽힌 파이프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오토마톤의 발소리가 쿵, 쿵, 쿵. 마치 거인이 걷는 듯한 소리가 온 지하 공간을 울렸다. 류진은 녹슨 파이프 뒤에 몸을 납작 엎드린 채, 숨을 죽였다.

그때, 오토마톤의 붉은 눈이 바로 그가 숨은 곳을 향했다. 낡은 센서가 여전히 그의 존재를 감지한 것이었다.

삐이이이-!

날카로운 경고음과 함께, 오토마톤의 해머가 다시 한번 들려 올라갔다. 이번에는 피할 곳이 없었다.

류진은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지도를 쥔 손에 땀이 흥건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의수의 증기압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짰다.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해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기계의 중심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리며 붉은빛이 번쩍였다. 오토마톤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시스템 과부하인가? 아니면…

류진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것이 유일한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몸을 던졌다. 오토마톤의 멈춘 팔 아래를 향해! 하지만 그의 발밑에서, 이미 해머 충격으로 금이 가 있던 바닥이 뒤늦게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와르르르…!

류진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방금 손에 넣은 소중한 지도와 코어를 든 채,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의 머리 위에서는, 다시금 깨어난 듯한 철거 오토마톤의 붉은 눈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