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아르카디아 저택을 뒤덮은 침묵은 마치 거대한 그림자처럼 모든 생명을 짓눌렀다. 짙게 드리운 어둠 속에서, 철컹이는 갑옷 소리와 웅성거리는 낮은 목소리만이 간간이 정적을 깨뜨렸다. 저택의 주인, 크로웰 대공의 서재는 이제 차갑고 섬뜩한 죽음의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수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이 서재 문 앞에 바싹 붙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안으로 들어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당혹감이 가득했다. 왕궁 근위대장 엘리야스 경은 굳게 닫힌 서재 문을 노려보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의 건장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없이 무기력해 보였다.

“말도 안 돼…!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그의 거친 숨소리가 좁은 복도를 울렸다. 서재 안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지금 벌어진 일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공의 서재는 견고한 강철 볼트와 자물쇠로 안에서 걸려 있었다. 창문은 높이 달렸고, 튼튼한 철창으로 막혀 있었으며, 굴뚝조차 사람이 드나들기엔 턱없이 좁았다. 완벽한 밀실. 그 안에서 대공은 심장이 꿰뚫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때, 침묵을 깨고 차분한 목소리가 울렸다.
“엘리야스 경, 현장 보존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이제 제가 나설 때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한 남자를 향했다.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옷차림, 예리하면서도 고요한 눈빛. 이 이세계에 불시착하여 불과 몇 년 만에 천재적인 추리력으로 왕국의 골치 아픈 사건들을 해결해 온 남자, 강진우였다. 그의 등장에 웅성거리던 군중 사이에서 미미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진우는 엘리야스 경의 복잡한 표정을 스쳐 지나치며 서재 문 앞에 섰다. 묵직한 오크나무 문은 철제 볼트로 단단히 닫혀 있었다. 문틈을 손으로 쓸어본 그는 차가운 금속 감촉을 잠시 느꼈다.
“대공의 시신은 언제 발견되었습니까?”
“새벽… 새벽녘입니다. 아침 조회를 위해 대공을 깨우러 갔던 집사가 문이 잠겨 있음을 이상히 여기고 문을 부수려 했으나… 안에서 걸린 빗장을 보고는 경악하며 저를 불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으으.”
엘리야스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문은 아직 부서지지 않았다는 뜻이군요.”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고리를 잡았다. 묵직한 문고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문득 고개를 숙여 문 아래쪽 틈새를 유심히 살폈다. 틈새는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진우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 미세한 틈새마저 놓치지 않았다.

“문은 안에서 잠겼습니다. 열쇠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안… 안에 있었습니다. 대공님의 서재 열쇠는 늘 책상 위의 작은 함에 보관되어 있었지요.”
저택의 노집사 세바스티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 대공을 모신 충심과 깊은 슬픔이 교차하고 있었다.

“음,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진우는 품에서 가느다란 은제 도구를 꺼냈다. 그리고 그 도구를 문틈에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주위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정교한 기술로 도구를 움직이자, 묵직한 볼트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철컥!

마침내, 육중한 서재 문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내부에서 강철 볼트가 풀리는 소리.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진우를 바라봤다. 완벽한 밀실 살인을, 그는 그저 문틈에 도구 하나를 밀어 넣어 풀어버린 것이다.

진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다. 서재 안은 핏비린내와 잉크 냄새가 뒤섞여 퀴퀴한 공기를 만들어냈다.
화려한 서재는 이제 끔찍한 죽음의 현장이었다. 앤티크 책상에 엎드린 채 싸늘하게 식어버린 크로웰 대공. 그의 등에는 서재 장식품으로 쓰이던 은제 편지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책상 위에는 반쯤 쓰이다 멈춘 편지와 엎질러진 잉크병이 대공의 절박했던 순간을 보여주는 듯했다.

진우는 시신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방 안 전체를 천천히 스캔하듯 훑어보았다.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견고한 철창이 그 너머를 막고 있었다. 굴뚝은 너무 좁아 사람의 통행은 불가능했다.
그의 시선은 다시 문으로 향했다. 안쪽에서 볼트를 잠갔던 잠금장치. 그는 손을 뻗어 묵직한 철제 볼트를 만져보았다. 겉보기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만…

그의 시선이 볼트 아래쪽, 문과 문틀이 만나는 경계선에 닿았다.
“세바스티안 집사님, 이 볼트는 혹시 최근에 교체되거나 수리된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나리. 대공님의 서재 볼트는 제가 이 저택에 발을 들인 이래 단 한 번도 손댄 적이 없는, 아주 오래된 물건입니다.”
세바스티안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면밀히 볼트가 들어가는 문틀의 홈을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찾던 것을 발견했다.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 불가능한, 미세한 흠집. 볼트가 드나드는 부분의 나무에 마치 아주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오랫동안 스쳐 지나간 듯한 자국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낡아서 생긴 흔적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인위적이었다.

그는 문득 고개를 들어 책상을 바라봤다. 대공의 몸통이 가리고 있던 부분 아래로, 작은 함이 보였다. 세바스티안이 말했던, 서재 열쇠가 보관되어 있다는 그 함. 그리고 그 함의 뚜껑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열쇠는 어디 있었습니까?”
“저… 저기… 대공님 발치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엘리야스 경이 더듬거리며 크로웰 대공의 발아래를 가리켰다.
진우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 대공의 시신 옆, 바닥에는 은빛 서재 열쇠가 조심스럽게 놓여 있었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마치 누가 일부러 놓아둔 것처럼.

그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서 모든 조각들이 맞춰졌다.
“흥미롭군요.”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는 기쁨이나 즐거움의 미소가 아닌, 마침내 퍼즐을 풀어냈을 때의 만족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엘리야스 경. 이 밀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진우의 말에 엘리야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뭐라고요? 대공님께서 안에서 볼트를 걸고… 열쇠는 안에 있었는데… 그럼 살인자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살인자는 애초에 안에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안에서 볼트를 건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진우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잘 보십시오. 이 문틈을. 그리고 이 볼트가 들어가는 문틀 홈의 미세한 흔적을. 그리고 대공님의 발치에 놓인 열쇠를.”
그는 손가락으로 문틀 홈의 흠집을 가리켰다.
“이것은 아주 가늘고, 하지만 꽤나 견고한 도구를 문틈으로 밀어 넣어, 안쪽에 있는 볼트를 밀어 잠근 흔적입니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게 가능합니까?” 엘리야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랜 세월 사용된 이 볼트는 겉으로는 튼튼해 보이지만, 사실 안쪽의 결합 부위가 약간 닳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은 다른 문보다 유난히 아래쪽 틈새가 넓습니다. 살인자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진우는 다시 열쇠를 가리켰다.
“범인은 이 열쇠를 일부러 대공의 함에서 꺼내 대공 발치에 두어, 이 살인이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처럼 보이게끔 꾸민 겁니다. 서재의 모든 상황은 이 불가능한 밀실을 연출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강철 같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
“범인은 대공을 살해한 후, 이 문을 평소처럼 닫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가늘고 긴 도구를 이용해 문틈으로 볼트를 밀어 넣고, 안에서 잠긴 것처럼 위장한 후, 열쇠를 대공 발치에 놓아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 누가… 누가 대공을 죽인 겁니까? 누가 이런 교묘한 트릭을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엘리야스 경의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그는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훑어보았다.

진우는 서재의 핏자국, 엎질러진 잉크, 그리고 대공이 죽기 직전까지 쓰던 편지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을 천천히 응시했다. 그리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범인은 대공의 서재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정교한 도구를 만들거나 구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공이 가장 방심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어야 했습니다.”

진우의 시선이 엘리야스를 지나쳐, 복도 끝에서 초조하게 서 있는 세바스티안 집사를 향했다. 노집사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파랗게 질려갔다.

“자, 이제 누가 대공의 서재 구조를 뼛속까지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대공의 열쇠 함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았는지… 생각해 볼 시간입니다.”

차가운 진실이 밀실의 공기를 가르고 퍼져나갔다. 이 불가능해 보이던 사건의 빗장이 마침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빗장이 드리운 그림자 아래, 새로운 진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