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기 속의 그림자: 회전하는 밀실 살인
**장르:** 스팀펑크 추리 애니메이션
**[프롤로그]**
**SCENE 1: (밤, 외부 – 시간의 요새 저택)**
어둠이 짙게 깔린 거대 도시, ‘메트로폴리스 아르카나’. 빌딩 숲 사이로 솟아오른 톱니바퀴와 황동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중심에, 뾰족한 첨탑과 웅장한 아치형 창문으로 뒤덮인 고풍스러운 저택이 위용을 자랑한다. 저택의 이름은 ‘시간의 요새’.
밖은 사나운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굵은 빗방울이 유리창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먼 곳에서부터 거대한 스팀 기관의 굉음이 우르르쾅쾅 울려 퍼진다. 저택의 수많은 굴뚝에서는 굵은 증기 기둥이 밤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번개가 칠 때마다 복잡한 파이프와 톱니장치들이 번쩍이며 기묘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SCENE 2: (밤, 내부 – 베르나르 후작의 서재)**
저택의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서재. 방 전체가 정교한 기계장치들로 가득하다. 벽면에는 수많은 황동 기어와 다이얼, 압력계가 박혀 있고, 천장에서는 거대한 태엽 시계가 묵직하게 움직인다. 책상 위에는 증기를 뿜는 복잡한 설계도와 반쯤 조립된 자동인형 부품들이 널려 있다.
탐욕스럽고도 천재적인 발명가, 베르나르 후작(60대, 백발에 날카로운 눈빛)이 안경을 고쳐 쓰고 확대경을 통해 작은 톱니바퀴를 조립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과 함께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이따금 고개를 들어 방 안의 복잡한 기계들을 불안하게 살핀다.
책상 한쪽에는 차가운 찻잔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방금 쓴 듯한 메모가 있다.
**메모 (클로즈업):** “내 연구는… 너무 위험하다. 이대로는 안 돼.”
**SCENE 3: (밤, 서재 내부 – 살인)**
정적. 후작은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그때, 서재 구석, 거대한 증기 파이프가 지나가는 벽면에서 ‘쉬이익’ 하는 미세한 소리가 들린다. 후작이 고개를 든다.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후작:** (낮게 읊조리듯) …설마.
그 순간, 벽에서 튀어나온 듯한 날카로운 금속 갈고리가 후작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는다. ‘피식’ 하는 증기 소리와 함께, 갈고리는 후작을 들어 올렸다 내동댕이친다. 후작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테이블 위로 쓰러진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톱니바퀴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낸다.
곧이어, 거대한 철문이 ‘철컥’ 하고 닫히는 육중한 소리. 이어서 수십 개의 볼트가 맞물리는 듯한 ‘드르르륵’ 소리가 서재를 가득 채운다.
잠시 후, 저택 전체에 경보음이 울려 퍼진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자동인형 경비원들이 ‘뚜벅, 뚜벅’ 소리를 내며 복도를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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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밀실의 초대]**
**SCENE 4: (밤, 서재 내부 – 현장)**
경보음이 멎고, 저택의 유능한 집사 하인리히(50대, 깡마른 체격에 날카로운 인상)와 후작의 비서 엘리자베스(20대 후반, 지적이고 냉철한 미인)가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육중한 서재 문은 단단히 닫혀 있다. 문틈으로 희미하게 피 냄새가 새어 나온다.
**하인리히:** (격앙된 목소리) 후작님! 안에서 대답이 없으십니다!
**엘리자베스:** (창백한 얼굴) 이럴 리가 없어요… 문이 열리지 않아요! 이 문은 외부 충격에는 절대 열리지 않는 특수 잠금장치로 되어 있어요!
결국 경비 자동인형들이 특수 공구를 이용해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서재 내부는 참혹하다. 베르나르 후작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가슴에는 날카로운 금속 갈고리가 박혀 있다. 그의 눈은 공포로 가득하다. 방 안은 온통 피 냄새와, 묘하게 섞인 기름 냄새, 그리고 희미한 증기 냄새로 가득하다.
자동인형 경비원들이 웅성거리고, 하인리히와 엘리자베스는 경악한다.
**하인리히:** (경악하며) 밀실… 밀실 살인입니다! 후작님께서 이런 식으로…
엘리자베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서재 안을 훑어본다.
**SCENE 5: (새벽, 서재 내부 – 강휘의 등장)**
폭풍우가 잦아들 무렵, 한 남자가 저택으로 들어선다.
그는 이 도시에서 가장 독특하고, 가장 뛰어난 탐정으로 불리는 강휘(30대 초반, 깡마른 몸매, 비스듬히 쓴 고글과 복잡한 기계장치들이 주렁주렁 달린 코트, 항상 나른한 듯 반쯤 감긴 눈). 그의 옆에는 젊고 활기찬 조수 륜(20대 초반, 명랑하고 호기심 많음)이 작은 스팀 동력 가방을 들고 따라붙는다.
**강휘:** (하품하며) 으음… 밤샘 작업은 언제나 피곤하군. 하지만 거액의 의뢰는 거절할 수 없는 법.
**륜:** (눈을 반짝이며) 이번 사건은 정말 대단할 거예요, 탐정님! ‘시간의 요새’ 밀실 살인이라니! 신문에 대서특필될 거예요!
강휘는 륜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재 안으로 들어선다.
하인리히와 엘리자베스는 강휘를 불안한 눈빛으로 맞이한다.
**하인리히:** (고개 숙이며) 탐정님, 이쪽입니다. 베르나르 후작께서…
강휘는 말없이 시신을 향해 다가간다. 륜은 옆에서 작은 메모장에 빠르게 필기한다.
**SCENE 6: (새벽, 서재 내부 – 현장 조사)**
강휘는 시신 주변을 천천히 걷는다.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지만, 그 시선은 방 안의 모든 것에 닿아 있다.
그는 먼저 문과 창문을 살핀다.
**강휘:** (손가락으로 문을 툭툭 치며) 이 문은… 외부에서 침입할 수 없도록 고안된 특수 잠금장치로군요. 이중 강철판과 압력식 볼트 잠금… 안에서 잠겨 있다면, 바깥에서는 절대 열 수 없습니다.
**엘리자베스:** 맞아요. 후작님께서 직접 설계하신 거예요.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서…
강휘는 고개를 끄덕이곤 창문을 살핀다. 두꺼운 방탄 유리와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는 황동 톱니장치. 창문 틈새조차 밀봉되어 있다.
**강휘:** 창문도 마찬가지로군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거나,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이 서재는 저택의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해 있지요?
**하인리히:** 네, 그렇습니다.
강휘는 시신 가까이 다가간다. 후작의 가슴에 박힌 날카로운 금속 갈고리는 매우 정교하게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끝부분에는 작은 톱니들이 박혀 있어, 마치 기계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강휘:** (갈고리를 자세히 살피며) 살해 도구가 독특하군요. 마치 어떤 장치에서 분리된 듯한…
그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작은 톱니바퀴 조각에 닿는다. 그는 무릎을 굽혀 조각을 집어 든다.
**강휘:** (톱니바퀴 조각을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 음… 희미한 증기 냄새와 기름때… 이 조각은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군요.
그는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스팀 동력 확대경을 꺼내 톱니바퀴 조각을 자세히 살핀다. 확대경 속에서 톱니바퀴의 미세한 홈과 마모 흔적이 드러난다.
**강휘:** 이 마모 흔적은… 마치 어떤 큰 장치 안에서 지속적으로 회전하며 마찰을 일으킨 듯한 흔적입니다.
그는 다시 방 안을 둘러본다. 시신 주변, 바닥의 미세한 긁힘 자국, 벽난로 주변의 그을음, 그리고 천장에 복잡하게 얽힌 증기 파이프들.
**강휘:** (천장의 파이프를 응시하며) 증기… 방 안에 희미하게 증기 냄새가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 증기를 사용한 흔적… 아니면, 이 방의 일부인 것일까요?
**SCENE 7: (새벽, 서재 내부 – 용의자 심문)**
강휘는 세 명의 용의자를 차례로 심문한다.
**강휘:** (엘리자베스에게) 베르나르 후작의 비서, 엘리자베스 씨. 후작님의 연구 내용을 가장 잘 아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건 발생 시각에 어디에 계셨죠?
**엘리자베스:** (침착하려 애쓰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저는 제 방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후작님께서 오늘 밤 중요한 연구를 끝내실 거라고 하셨거든요. 비명소리를 듣고 하인리히 씨와 함께 달려왔습니다.
**강휘:** 후작님의 연구 내용 중, 특히 최근에 몰두하셨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엘리자베스:** (잠시 망설인다) …’시간의 문’이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후작님은 진지하셨어요.
강휘는 그녀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다음은 알렉스(40대, 강인한 인상의 사업가). 후작과는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경쟁자였다.
**강휘:** 알렉스 씨. 후작님과는 최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알렉스:** (거친 목소리) 사업적인 견해 차이일 뿐입니다! 살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저는 사건 시각, 저택의 응접실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후작님과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었거든요. 하인리히 씨가 증명해 줄 겁니다!
**하인리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렉스 님은 분명 응접실에 계셨습니다.
마지막은 하인리히 집사.
**강휘:** 하인리히 씨. 당신은 이 저택의 모든 기계장치에 익숙하겠군요.
**하인리히:** 그렇습니다. 40년간 후작님을 모셔왔습니다. 저택의 모든 증기 파이프 하나까지도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사건 당시 저는 저택의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알렉스 님을 응접실에 안내한 후에요.
**강휘:** 그럼, 이 서재의 특수 잠금장치에 대해서는?
**하인리히:** 완벽한 밀실입니다. 후작님 외에는 아무도 그 비밀을 알지 못할 겁니다.
강휘는 용의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륜은 강휘의 옆에서 눈을 빛내며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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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기계장치의 속삭임]**
**SCENE 8: (낮, 저택 내부 – 강휘의 탐색)**
다음 날 낮, 강휘는 저택 곳곳을 탐색한다. 륜은 그의 뒤를 바싹 따라붙는다.
저택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증기 파이프들은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고, 복도를 오가는 자동인형 청소부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천장에서는 거대한 태엽 시계들이 ‘똑딱’ 소리를 내며 시간을 알린다.
강휘는 이 모든 것들을 예리하게 관찰한다. 그는 특히 서재와 연결된 증기 파이프들과 공기 순환 시스템에 관심을 보인다.
**강휘:** (천장의 파이프를 가리키며) 이 파이프는 서재의 환기구와 연결되어 있군요.
**륜:** 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겨울에는 따뜻한 증기를 공급하는 후작님의 발명품이라고 해요.
강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이프의 이음새와 압력계를 살핀다.
**SCENE 9: (낮, 서재 내부 – 증거물 분석)**
강휘는 다시 서재로 돌아온다. 그는 전날 주워온 톱니바퀴 조각을 작은 휴대용 분석기에 넣는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분석기의 작은 화면에 복잡한 데이터가 표시된다.
**강휘:** (화면을 들여다보며) 이 톱니바퀴는 ‘증기 압축 변환기’의 핵심 부품입니다. 일반적인 부품이 아니군요. 매우 정밀하게 가공되었고, 미세한 균열이 있습니다.
**륜:** 증기 압축 변환기요? 그게 뭐죠?
**강휘:** 압축된 증기를 이용해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장치입니다. 주로 대형 기계나… 특수한 장치에 사용되죠. 이 균열은 급격한 온도 변화나 엄청난 압력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흔적입니다.
그는 방 안의 증기 흔적을 다시 떠올린다.
**강휘:** 살인 직후, 이 방에 잠시 동안 고압의 증기가 분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증기 속에 무언가가 있었거나… 아니면 그 증기가 살인의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SCENE 10: (낮, 저택 응접실 – 알리바이 재확인)**
강휘는 다시 용의자들을 불러 모아 알리바이를 재확인한다.
**강휘:** 엘리자베스 씨. 당신은 후작님의 ‘시간의 문’ 연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습니까?
**엘리자베스:** (조금 더 당황한 표정)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깊이 관여하지는 않았어요. 너무 위험한 연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강휘:** 후작님은 왜 그 연구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셨을까요?
**엘리자베스:** (말을 잇지 못하다가) 후작님은… 연구가 완성되면 세상이 혼란에 빠질까 우려하셨습니다. 그래서 특정 핵심 기술을 숨기려고 하셨어요.
그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강휘는 그녀의 손톱이 불안하게 자신의 손등을 긁는 것을 발견한다.
**강휘:** 알렉스 씨. 당신은 후작님과의 사업에서 어떤 부분을 탐냈습니까?
**알렉스:** (여전히 방어적이다) 그의 발명품들입니다! 그가 가진 기술력은 어마어마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강휘:** 하인리히 씨. 서재 문은 외부에서 열 수 없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누가 문을 닫고, 어떻게 방을 밀폐시켰을까요?
**하인리히:** (단호하게)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후작님께서 직접 잠그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아주 미세한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강휘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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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톱니바퀴의 진실]**
**SCENE 11: (낮, 서재 내부 – 트릭의 핵심)**
강휘는 다시 서재로 돌아와 벽과 바닥, 천장을 손으로 쓸어본다. 마치 방의 모든 기계장치와 소통하려는 듯이.
**강휘:** (벽난로 옆의 장식을 가리키며) 륜, 이 문양이 이상하지 않나?
륜이 강휘가 가리킨 곳을 본다. 벽난로 옆, 복잡한 증기 파이프들이 얽힌 벽면에, 다른 곳과는 미묘하게 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다. 자세히 보면 문양의 일부가 작은 홈처럼 보인다.
**륜:** 음… 그냥 장식 같은데요?
**강휘:** 아니, 이 홈은… 손가락이 정확히 들어맞을 정도의 크기다. 그리고 이 문양의 배열은… 후작의 다른 설계도에서 본 적이 있는 패턴과 비슷해.
강휘는 손에 든 톱니바퀴 조각을 문양의 홈에 대본다. ‘찰칵’ 소리와 함께, 톱니바퀴 조각이 홈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강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찾았다. 이것이 바로 밀실 트릭의 핵심이다.
그는 륜에게 저택의 설계도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SCENE 12: (낮, 서재 내부 – 밀실 트릭의 재연)**
강휘는 베르나르 후작의 서재 설계도를 펼쳐 놓고, 바닥과 벽면의 특정 부분을 지적한다.
**강휘:** 후작은 자신의 서재를 완벽한 밀실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 밀실을 벗어날 수 있는 ‘비밀 통로’ 또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것도 자신의 가장 위험한 연구를 숨기기 위해서 말이죠.
강휘는 톱니바퀴 조각을 아까 발견한 문양의 홈에 끼워 넣는다.
**강휘:** (강력하게 돌린다) 이 문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서재의 핵심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키’였던 겁니다.
‘드르르륵!’ 하는 굉음과 함께 서재의 벽난로 옆 벽면이 안쪽으로 살짝 들어가더니, 거대한 황동 파이프들을 따라 부드럽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벽이 90도 회전하자, 그 뒤편에 숨겨져 있던 좁은 통로가 드러난다! 통로는 아래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으로 되어 있다.
**륜:** (경악하며) 세상에! 이런 비밀 통로가 있었다니!
**강휘:** 이 통로는 평소에는 완벽하게 벽의 일부처럼 위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핵심은, 이 벽이 회전한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원위치로 돌아와 다시 밀실을 만든다는 겁니다. 아마도 증기 압력으로 작동하는 복잡한 타이머 장치가 있었겠죠.
**륜:** 그럼 범인은 이 통로를 이용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빠져나간 뒤, 자동으로 벽이 닫혀 밀실이 된 거군요!
**강휘:** 정확해. 살인 도구로 사용된 금속 갈고리는 이 통로가 열릴 때 벽에서 튀어나오는 기계 팔의 일부였을 겁니다. 후작은 자신의 보안 장치가 자신을 죽이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죠. 그리고 아까 분석했던 ‘증기 압축 변환기’의 톱니바퀴 조각은 바로 이 벽이 회전하는 동력 장치의 일부였습니다. 고압의 증기가 단숨에 분출되면서 톱니바퀴가 파손되고, 갈고리는 후작을 꿰뚫은 뒤 회전하는 벽 안으로 다시 사라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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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증기 속의 그림자]**
**SCENE 13: (오후, 저택 응접실 – 긴장감 고조)**
강휘는 저택의 응접실에 세 명의 용의자를 다시 불러 모은다. 알렉스, 엘리자베스, 그리고 하인리히. 그들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불안이 역력하다.
응접실은 호화로운 가구와 증기 압력으로 움직이는 자동 시계들로 가득하다. 정적 속에 시계 초침 소리만 ‘똑딱똑딱’ 울린다.
**SCENE 14: (오후, 저택 응접실 – 강휘의 추리)**
강휘는 천천히 응접실 중앙으로 걸어 나와, 용의자들을 한 명씩 응시한다.
**강휘:** 베르나르 후작의 서재는 완벽한 밀실이었습니다. 외부 침입도, 내부 탈출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죠.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후작은 자신의 가장 위험한 연구를 숨기기 위해, 이 서재에 또 다른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비밀 통로가 바로 살인의 트릭이 되었습니다.
그는 톱니바퀴 조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강휘:** 이 톱니바퀴는 ‘증기 압축 변환기’의 일부입니다. 이 서재의 비밀 벽을 회전시키는 핵심 동력 장치였죠. 범인은 이 벽이 회전하여 열리는 순간을 노렸습니다. 벽에서 튀어나오는 기계 팔에 날카로운 갈고리를 장착하고, 고압 증기의 힘으로 후작을 살해한 뒤, 다시 벽이 닫히는 순간 통로로 도망친 것입니다.
세 용의자의 얼굴에 당혹감과 공포가 스친다.
**강휘:** 이 비밀 통로의 작동 방식은 베르나르 후작만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최소한 작동 방식을 알아낼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자입니다. 또한, 범인은 후작의 연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후작이 ‘시간의 문’이라는 위험한 연구를 진행하며, 특정 핵심 기술을 숨기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서재의 비밀 통로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죠.
강휘는 천천히 엘리자베스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강휘:** 엘리자베스 씨. 당신은 후작의 비서로서, 그의 연구 내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후작이 그 연구를 ‘숨기려 했다’고 진술했죠. 왜 숨기려 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엘리자베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건… 후작님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요…
**강휘:** 아닙니다. 후작님의 마지막 메모에는 ‘내 연구는 너무 위험하다. 이대로는 안 돼.’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는 연구의 위험성을 깨닫고 연구를 ‘중단’하거나 ‘폐기’하려 했다는 뜻이지, ‘숨겨서 이어가려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강휘:** 당신은 후작의 연구를 독차지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의 문’이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완성시키고 싶었겠죠. 하지만 후작이 연구를 포기하려 하자, 당신은 그를 방해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의 밀실 연구실의 비밀을 이용해 그를 살해하고, 연구를 가로채려 한 겁니다.
엘리자베스의 눈빛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강휘:** 당신은 후작이 이 벽을 움직이는 특수 열쇠를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그의 설계도를 통해 이미 그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인 당시, 후작이 특정 장치를 조작하는 순간, 그 벽이 회전하며 살해 도구가 튀어나오도록 교묘하게 조작한 겁니다. 그 톱니바퀴의 균열은 고압 증기로 작동하는 순간, 너무나도 빠른 회전으로 인해 생긴 파손 흔적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등에 난 미세한 긁힘 자국은, 그 톱니바퀴 열쇠를 급하게 돌리다 생긴 상처죠.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손등을 황급히 가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SCENE 15: (오후, 저택 응접실 – 범인 지목)**
**강휘:** 이 모든 증거가 당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씨. 당신이 바로 베르나르 후작을 살해한 범인입니다.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의 눈에 광기가 스친다.
**엘리자베스:** (분노에 찬 목소리) 아니야! 그 노인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 위대한 발명을 망치려 했단 말이야! 나는 그저 그를 도우려 했을 뿐이야!
그녀가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서며 강휘에게 달려들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륜이 재빨리 움직여 그녀의 팔을 붙잡는다. 동시에 응접실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자동인형 경비원이 ‘삐빅’ 소리를 내며 엘리자베스를 제압한다.
엘리자베스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지만, 강철 같은 자동인형의 팔에 꼼짝없이 붙잡힌다.
**엘리자베스:** (절규한다) 내 연구! 나의 ‘시간의 문’이!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알렉스와 하인리히는 충격에 빠져 그 모습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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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SCENE 16: (저녁, 저택 외부 – 떠나는 강휘와 륜)**
폭풍우가 완전히 걷힌 저녁. 노을이 메트로폴리스 아르카나의 톱니바퀴 빌딩들을 붉게 물들인다.
강휘와 륜은 저택 문을 나선다. 강휘는 여전히 나른한 표정이지만, 그의 눈에는 미묘한 피로감이 엿보인다.
**륜:** (상기된 얼굴로) 탐정님, 역시 대단하세요! 밀실 살인의 트릭을 그렇게 완벽하게 밝혀내다니!
**강휘:** (어깨를 으쓱하며) 결국 인간의 욕망은 아무리 정교한 기계장치로도 가릴 수 없는 법이지. 모든 완벽함 속에는 언제나 틈이 숨어 있는 법이야.
그는 저택의 첨탑을 올려다본다. 거대한 태엽 시계들이 여전히 묵묵히 돌아가고 있다.
**SCENE 17: (저녁, 비행선 – 강휘의 독백)**
강휘와 륜은 도시 상공을 가로지르는 증기 비행선에 오른다. 비행선 아래로 펼쳐진 도시는 수많은 증기와 불빛으로 반짝인다.
**강휘:** (창밖을 보며 독백) 베르나르 후작은 인류에게 시간의 비밀을 알려주려 했지만, 결국 그 비밀은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될 뻔했지. 아무리 기계 문명이 발전해도, 인간의 마음속 톱니바퀴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돌아가는군.
그는 고글을 고쳐 쓰고, 다음 사건을 예감하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SCENE 18: (밤, 비행선 – 마무리)**
증기 비행선은 도시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간다. 스팀 기관의 웅장한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카메라가 도시 전체를 비춘다.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 도시, 그 속에서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페이드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