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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밀실 살인, 균열의 메아리
**작품명:** 그림자 도시의 잔향 (Echoes of the Shadow City)
**장르:** 어반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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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SCENE: 네오 서울의 야경 – INT. 시하의 아파트 – 밤**
* **시각:** 늦은 밤.
* **장소:** 네오 서울의 초고층 빌딩 중 한 곳, 꼭대기 층에 위치한 류 시하의 아파트.
* **분위기:** 모던하고 미니멀하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인 공간. 통유리창 너머로 빛의 강물이 흐르는 도시의 야경이 펼쳐진다.
* **사운드:** 잔잔한 재즈 음악.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미세한 소음.
(화면, 초고층 빌딩 숲 사이를 유영하듯 이동하며 네오 서울의 화려하면서도 차가운 야경을 비춘다. 빛으로 수놓인 빌딩들이 마치 거대한 생명체처럼 숨 쉬는 듯하다. 카메라가 한 빌딩의 최상층으로 줌인한다. 그곳은 류 시하의 은신처다.)
**내레이션 (류 시하):**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빛이 닿지 않는 곳, 논리의 틈새, 감각의 잔영… 그곳에 진실이 숨어있지.”
(아파트 내부. 높은 천장, 통유리창, 극도로 정돈된 가구들이 마치 작품처럼 놓여있다. 한가운데, 빛이 쏟아지는 책상에 앉아 류 시하(20대 중반, 날카로운 눈매, 차분하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분위기)가 태블릿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오래된 아날로그 턴테이블에서 희미하게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눈빛은 도시에 흐르는 수많은 정보의 물줄기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시하의 손이 태블릿 화면 위를 부드럽게 스친다. 화면에는 복잡한 수식과 함께 기묘한 형태의 에너지 파동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류 시하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공간 왜곡 이론… 그리고 잔류 파동. 결국 인류는 스스로를 닫힌 상자 안에 가두는 방법을 찾아낸 거군.”
(그의 눈동자가 잠시 흐려지며, 화면 속 그래프에서 차가운 푸른빛이 일렁이는 듯한 잔상이 스쳐 지나간다. 시하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마치 무언가 불쾌한 맛을 본 것처럼.)
**내레이션 (류 시하):**
“아주 가끔, 세상은 내게 감당하기 힘든 ‘맛’을 선사한다. 사건 현장의 잔류물은 때로 달콤한 멜로디가 되기도, 때로 비릿한 쇠맛이 되어 목을 조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맛은, 진실의 척도가 된다.”
(화면, 시하의 손목에 차여있는, 마치 유물처럼 보이는 낡은 은색 팔찌를 클로즈업한다. 팔찌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듯하다.)
(갑자기, 태블릿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화면이 바뀌며, 경찰청 엠블럼과 함께 긴급 메시지가 뜬다. ‘류 시하 탐정님께, 급변 상황 발생. 지원 요청 드립니다.’)
(시하가 메시지를 읽고 팔찌를 톡톡 건드린다. 팔찌의 빛이 잠시 강렬해졌다가 이내 사라진다.)
**류 시하 (작게 한숨 쉬며):**
“새로운 맛을 볼 시간인가.”
(그의 시선이 다시 창밖의 어둠 속으로 향한다. 도시는 여전히 빛나고 있지만, 그 아래에 숨겨진 그림자 또한 더욱 짙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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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2. SCENE: 사건 현장으로 이동 – EXT./INT. 경찰차 – 새벽**
* **시각:** 새벽.
* **장소:** 네오 서울 시내.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 경찰차.
* **분위기:** 긴박하고 위압적.
* **사운드:** 사이렌 소리. 라디오 노이즈.
(경찰차 한 대가 빗길을 가르며 달린다. 사이렌 소리가 새벽의 도시를 찢는다. 차창 밖으로 번개처럼 지나가는 빌딩들의 잔상이 섬뜩하다.)
(INT. 경찰차 내부. 류 시하는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강형사(30대 후반, 베테랑 형사, 다소 거칠지만 정의로운 인상)가 운전하고 있다.)
**강형사 (운전하며, 찌푸린 얼굴로):**
“류 탐정님, 새벽부터 죄송합니다. 댁에서 쉬고 계셨을 텐데…”
**류 시하 (차분하게):**
“괜찮습니다, 강 형사님. ‘밀실’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흥미로우니까요.”
**강형사:**
“흥미롭다뇨… 이번 사건은 정말 답이 없습니다. 시체는 있는데,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시체만 덩그러니 남은 유령 살인 같다고요.”
(강형사가 백미러로 시하를 힐끗 본다. 시하는 여전히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류 시하:**
“피해자는요?”
**강형사:**
“닥터 한태준. 이른바 ‘공간 변이 기술’을 개발한 천재 공학자입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해왔죠. 자택은 네오 서울에서 가장 보안이 삼엄한 ‘미라클 타워’ 70층 펜트하우스입니다. 그곳의 보안 시스템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류 시하:**
“그렇군요. 그럼 시신 발견 당시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강형사:**
“김민혁 씨가 발견했습니다. 피해자의 조카인데, 피해자가 연락이 닿지 않자 보안팀을 통해 들어갔답니다. 보안팀이 외부 진입 기록이 없다고 해서 깜짝 놀랐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모두 내부에서 잠금 처리되어 있었고요.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밀실’입니다.”
(시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눈빛에 미세한 호기심이 스쳐 지나간다.)
**류 시하 (나지막이):**
“완벽한 밀실… 재미있군요.”
**강형사 (한숨):**
“재미라뇨. 저희는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닥터 한의 연구 자료들도 전부 암호화되어 있어서 접근도 못 하고. 이수연 씨라고, 전 연구원 겸 비서가 있는데, 그분 말로는 닥터 한이 최근 들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고 합니다. 아마 연구 때문이겠죠.”
**류 시하:**
“그의 연구가… 이번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경찰차가 웅장한 ‘미라클 타워’ 앞에 멈춰 선다. 높이 솟아오른 타워는 밤하늘에 닿을 듯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빛 속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진다.)
**3. SCENE: 미라클 타워, 닥터 한의 펜트하우스 – INT. 현장 – 새벽**
* **시각:** 새벽.
* **장소:** 미라클 타워 70층 닥터 한태준의 펜트하우스.
* **분위기:** 첨단 기술로 가득 찬 차갑고 이질적인 공간.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직후의 불쾌한 공기가 감돈다.
* **사운드:** 미세한 기계음. 경찰 무전 소리. 발소리.
(경찰 통제선이 쳐진 펜트하우스 입구. 최첨단 보안 장비들이 번쩍인다. 시하와 강형사가 통제선을 넘어 들어선다.)
(내부는 마치 미래 박물관 같다. 차가운 금속과 유리, 그리고 미지의 기계 장치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공기 중에서 희미하게 전자적인 냄새와 함께 피 비린내가 섞여 올라오는 듯하다.)
(시하가 팔찌에 손을 얹는다. 팔찌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시하의 눈빛이 더욱 예민해진다.)
**류 시하 (작게 중얼거린다):**
“차갑고… 기묘한 맛이군.”
**강형사:**
“이쪽입니다. 서재에서 발견됐습니다.”
(두 사람은 서재로 향한다. 서재 문은 특수 합금으로 되어 있고, 디지털 잠금장치가 무수히 박혀 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묘한 기운이 시하를 덮친다. 그것은 차가운 쇠맛과 함께, 끈적이는 불안감,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의 뒤틀림’ 같은 감각이었다.)
(시하가 문 앞에 멈춰 선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그의 감각이 극도로 곤두선다. 눈을 뜨자, 문틈에서 희미하게 보라색 섬광이 일렁이는 환영이 보인다.)
**류 시하 (작게 중얼거린다):**
“분명… 누군가 있었다.”
**강형사:**
“여기입니다.”
(서재 내부. 닥터 한태준(50대 중반, 마른 체구, 안경)이 책상에 엎드린 채 피웅덩이에 잠겨 있다. 등에는 은색 레터 오프너가 깊숙이 박혀 있다. 그의 얼굴은 공포에 질린 채 굳어 있다.)
(서재는 온통 책과 데이터 패드, 그리고 복잡한 회로도로 가득하다. 벽면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이 꺼진 채 검게 빛나고 있다. 창문은 두꺼운 방탄유리로 되어 있고, 내부에서 잠금장치가 굳게 닫혀 있다. 모든 감지 센서는 ‘외부 침입 없음’을 가리키고 있다.)
(시하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선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조심스럽고, 시선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방 안의 모든 물체, 모든 공기의 흐름을 탐색하듯이.)
(그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잔상들이 포착된다. 바닥의 미세한 먼지 입자들이 특정 패턴으로 흩어져 있거나, 공기 중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온도 변화, 혹은 벽면에 희미하게 남은 에너지 잔류 같은 것들.)
**류 시하 (피해자에게 다가가지 않고, 방 한가운데서 멈춰 서서):**
“닥터 한의 사인은요?”
**강형사:**
“흉기에 의한 심장 관통입니다. 즉사죠. 흉기는 이 레터 오프너인데, 피해자의 지문만 나왔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찔렀다고 보기엔… 저항 흔적이 분명합니다.”
(시하가 시신을 응시한다. 그의 눈에는 닥터 한의 시신을 둘러싼 차가운 비릿함이 선명하게 ‘맛’으로 느껴진다.)
**류 시하:**
“저항 흔적이요?”
**강형사:**
“네, 손톱 밑에서 미세한 섬유 조직이 발견됐습니다. 피해자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혈흔 비산 분석 결과, 흉기는 위에서 아래로 꽂혔습니다. 자살은 불가능하죠.”
(시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서재의 벽면을 손으로 스치듯 만진다. 손끝에서 차가운 감촉과 함께, 아주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떨림 속에서, 짧고 강렬한 ‘틈’의 감각이 스쳐 지나간다.)
**류 시하 (벽을 만지며, 나지막이):**
“여기…”
(강형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시하를 본다.)
**강형사:**
“뭔가 발견하셨습니까?”
**류 시하 (눈을 감았다 뜨며):**
“이 벽에서… 무언가 열렸다가 닫혔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강형사 (황당한 표정):**
“열렸다가 닫혔다니요? 류 탐정님. 이 벽은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완전한 벽입니다. 문이나 창문도 아니고요. 센서에도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은 물론이고, 내부에서 나간 사람도 없어요.”
**류 시하:**
“센서가 감지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공간 변이 기술’이란 것이 단순히 홀로그램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었을 겁니다. 닥터 한은 공간 자체를 왜곡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죠.”
(시하가 서재 안을 천천히 걷는다. 그의 시선은 바닥의 미세한 먼지 하나, 책상 위에 놓인 흐트러진 종이 한 장도 놓치지 않는다. 그의 감각은 마치 거미줄처럼 방 전체에 퍼져나가, 미세한 잔류물들을 잡아낸다.)
(그의 시선이 책상 위, 닥터 한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작은 USB 드라이브에 닿는다. USB는 마치 주변의 빛을 흡수하는 듯, 어두운 검은색이다.)
**류 시하 (USB를 집어 들며):**
“이건… 박사님의 연구 자료입니까?”
**강형사:**
“아마도요. 저희도 지금 암호 해독을 시도하고 있는데, 워낙 복잡해서… 박사님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쥐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시하가 USB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그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단순한 열기가 아니다. 그것은 타오르는 듯한 불안과, 감춰진 비밀에 대한 갈망의 열기였다.)
**류 시하 (낮게 읊조리듯):**
“누군가는 이 연구를 원했겠군요.”
(그때, 서재 문이 열리고 이수연(20대 후반, 날카롭고 이성적인 외모)이 들어선다.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지만, 표정은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듯하다.)
**이수연:**
“강 형사님, 뭔가 진전이 있습니까? 박사님을 누가…”
(이수연의 시선이 시하에게 닿는다. 시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것은 슬픔보다는 날카로운 경계심이었다.)
**류 시하 (이수연에게):**
“닥터 한의 ‘공간 변이 기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겠습니까?”
**이수연 (떨리는 목소리로):**
“그건… 박사님 평생의 역작이었어요. 단순히 홀로그램을 넘어, 특정 공간의 물성을 잠시 변화시키는 기술… 하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었고, 박사님은 그 위험성 때문에 극비에 부치셨습니다.”
**류 시하:**
“위험성이라…”
(시하의 시선이 다시 벽으로 향한다. 그의 눈에 ‘틈’의 잔상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공간의 물성을 변화시킨다… 즉, 잠시 벽이 벽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때, 김민혁(30대 초반, 불안해 보이는 얼굴)이 들어온다. 그는 서재를 둘러보고는 이수연과 시하를 번갈아 본다.)
**김민혁:**
“수연 씨도 와 있었네요.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박사님이 최근에 이상한 연락을 받았다고 하던데…”
**강형사:**
“이상한 연락이라니요?”
**김민혁:**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박사님이 연구를 중단하지 않으면 위험할 거라고… 아마 경쟁사 쪽에서 보낸 경고였겠죠. 박사님의 기술은 상업적인 가치가 어마어마하니까요.”
(시하가 USB를 쥔 손을 펴 보인다. 김민혁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USB에 고정된다. 그 순간, 시하는 김민혁에게서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탐욕’의 맛을 감지한다.)
**류 시하 (조용히):**
“이 USB에 모든 답이 담겨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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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CENE: 시하의 재구성 – INT. 서재 – 낮**
* **시각:** 낮.
* **장소:** 닥터 한태준의 서재.
* **분위기:** 차가운 이성과 번뜩이는 통찰력.
* **사운드:** 미세한 전자음. 시하의 나지막한 목소리.
(며칠 후. 시하와 강형사만이 서재에 남아 있다. 서재는 거의 모든 증거가 수집된 상태다.)
**강형사:**
“USB 암호 해독이 완료됐습니다. 이수연 씨가 도움을 줬어요. 해독 결과, ‘공간 왜곡 이론’에 대한 최종 연구 노트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이용한 ‘이동 모듈’에 대한 설계도도요.”
(강형사가 태블릿을 시하에게 건넨다. 시하는 태블릿 화면을 훑어본다. 복잡한 수식과 함께, 마치 흐릿한 아지랑이처럼 공간이 일렁이는 듯한 시뮬레이션 영상이 재생된다.)
**류 시하 (화면을 보며):**
“이동 모듈… 공간의 일시적인 틈을 만들어 통과하는 장치로군요.”
**강형사:**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수연 씨 말로는 ‘이동 모듈’은 박사님이 아직 개발 중이던 시제품이라 완벽하게 작동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짧은 거리만 이동 가능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흔적도 남긴다고요.”
**류 시하:**
“흔적이요?”
**강형사:**
“네. 모듈을 작동하면 주변 공간에 특이한 에너지 파동이 남는답니다. 박사님이 이 파동을 ‘잔향(殘響)’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래서 개발을 중단했었다고요. 하지만 누군가 이 기술을 손에 넣으려고 박사님을 협박했던 모양입니다.”
(시하가 눈을 감고 팔찌를 만진다. 그의 머릿속에서 서재의 모든 정보들이 재조합된다. 벽에서 느꼈던 ‘틈’의 감각, USB에서 느껴졌던 ‘탐욕’의 맛, 그리고 지금 강형사가 말하는 ‘잔향’.)
**류 시하 (눈을 뜨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알겠습니다. 이 밀실의 트릭을 깨는 방법을.”
(시하가 서재의 특정 벽을 가리킨다. 그 벽은 닥터 한의 연구 자료로 빼곡하게 채워진 책장으로 가려져 있었다.)
**류 시하:**
“닥터 한은 살해당하기 직전, ‘이동 모듈’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이용해서 이 벽에 아주 짧은 순간 ‘틈’을 만들었던 겁니다. 살인범은 그 틈을 통해 들어왔고, 다시 그 틈을 통해 나갔습니다.”
**강형사 (경악):**
“하지만 센서가…”
**류 시하:**
“그 ‘틈’은 센서가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만 열려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닥터 한의 ‘공간 왜곡 이론’은 단순히 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그 틈이 닫힐 때 흔적마저 지워버리는 기술이었겠죠. 완벽하게.”
(시하가 책장 앞으로 다가선다. 그리고는 책장 옆에 숨겨진 작은 패널을 손으로 스친다. 패널이 감지되지 않는 미세한 빛을 발한다. 그것은 마치 시하의 감각에만 보이는 듯했다.)
**류 시하:**
“살인범은 닥터 한의 연구를 탐냈고, 그에게 완성된 ‘이동 모듈’을 넘기라고 강요했습니다. 닥터 한은 그 순간, 살인범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아낸 겁니다.”
(시하가 USB를 들어 올린다.)
**류 시하:**
“살해당하기 직전, 닥터 한은 이 USB에 ‘이동 모듈’의 최종 완성본과 함께, 그 모듈이 남기는 ‘잔향’을 역추적할 수 있는 암호화된 코드를 넣어두었습니다. 살인범이 자신의 기술로 들어오고 나갔다는 흔적을 남기도록 유도한 겁니다.”
(시하가 서재 바닥의 미세한 먼지 흐트러짐을 가리킨다. 그리고 희미하게 남은 공기 중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설명한다.)
**류 시하:**
“살인범은 이 모듈을 이용해서 들어왔고, 닥터 한을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나갈 때, 닥터 한이 몰래 넣어둔 트랩, 즉 ‘잔향’ 역추적 코드를 작동시킨 채로 나가게 된 겁니다. 완벽한 밀실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닥터 한의 마지막 복수였죠.”
**강형사 (경악하며):**
“그럼… 잔향을 역추적하면 범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류 시하 (고개를 끄덕이며):**
“이 펜트하우스에서 마지막으로 ‘이동 모듈’을 사용한 사람. 그 잔향을 추적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잔향은 김민혁 씨에게서 가장 강하게 느껴집니다.”
(시하의 시선이 강형사가 들고 있던 태블릿의 해독된 USB 자료로 향한다. 거기에는 닥터 한의 마지막 일지가 담겨 있었다.)
**내레이션 (닥터 한태준의 목소리):**
“내 조카 민혁아… 너마저 나의 연구를 탐할 줄은 몰랐다. 네가 이 기술을 악용할까 두려웠다. 부디 이 ‘잔향’이 너의 탐욕을 멈추기를…”
(화면, 김민혁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공포로 일그러져 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에서 희미하게, 벽에서 시하가 보았던 보라색 섬광과 같은 잔상이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김민혁의 과거 회상 장면. 그는 닥터 한에게 ‘이동 모듈’ 기술을 강요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격분하여 레터 오프너로 닥터 한을 찌른다. 그리고 완성된 ‘이동 모듈’을 이용해 벽을 넘어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
**강형사 (무전기를 들며):**
“즉시 김민혁을 체포해!”
(서재 밖에서 경찰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하가 서재의 창밖을 응시한다. 네오 서울의 빌딩 숲은 여전히 차갑게 빛나고 있다. 그 빛 속에서 또 다른 ‘잔향’들이 속삭이는 듯하다.)
**류 시하 (나지막이):**
“밀실은 없었다. 처음부터 닫히지 않은 공간이었을 뿐.”
(그의 팔찌에서 미세한 푸른빛이 깜빡인다. 사건의 ‘맛’은 이제 차갑고 비릿한 쇠맛에서, 차분하고 어두운 커피 맛으로 변해 있었다. 진실이 드러난 후에 남는 씁쓸함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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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5. SCENE: 네오 서울의 야경 – INT. 시하의 아파트 – 밤**
* **시각:** 밤.
* **장소:** 류 시하의 아파트.
* **분위기:** 고요하고 사색적.
* **사운드:** 잔잔한 재즈 음악.
(시하의 아파트. 그는 다시 턴테이블 앞에서 재즈 음악을 듣고 있다. 도시의 야경이 그의 뒤로 펼쳐진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USB를 만져본다. 그 USB는 더 이상 뜨겁게 타오르는 탐욕의 맛을 내지 않는다. 그저 차갑고 무거운, 진실의 무게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내레이션 (류 시하):**
“세상은 언제나 닫힌 듯 보이지만, 어딘가에 반드시 틈이 존재한다.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인간의 악의일 때도 있고, 혹은 진실을 향한 집념일 때도 있다.”
(시하가 창밖의 도시를 응시한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지만, 어딘가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 도시의 수많은 ‘틈’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꿰뚫어 보려는 듯.)
**류 시하 (혼잣말처럼, 미소 지으며):**
“다음 ‘맛’은 또 어떤 이야기일까.”
(화면이 천천히 멀어지며, 시하와 그가 지켜보는 네오 서울의 야경이 하나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도시의 수많은 창문들, 그 하나하나가 또 다른 밀실이자, 또 다른 진실을 품고 있음을 암시하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