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강철별의 불씨**
“강철별.”
그 이름에 걸맞게, 행성 전체가 거대한 강철 덩어리였다. 아니, 행성이라기보다는 콜로니라 불리는 거대한 소행성 광산 기지였다. 끝없이 펼쳐진 암회색 금속 광물층, 허공을 가로지르는 리프트 케이블, 그리고 그 아래에서 개미떼처럼 움직이는 수많은 광부들. 그들은 모두 은하 제국의 지배 아래, 별의 심장을 파먹는 존재들이었다.
이곳에는 언제나 금속 먼지가 섞인 희뿌연 공기가 맴돌았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뻑뻑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노동자 숙소의 조악한 식당은 오늘도 눅눅한 빵과 밍밍한 수프 냄새로 가득했다. 천장에서 깜빡이는 낡은 플라스마 등 아래, 광부들은 지친 얼굴로 서로에게 등을 기댄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젠장, 이게 사람 먹으라고 주는 거냐?”
류진이 숟가락으로 수프를 휘저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별빛을 닮은 푸른색이었지만, 그 안에는 불꽃이 일렁였다. 며칠 밤낮 이어진 채굴 작업으로 거칠어진 손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었지만, 그가 쥐고 있는 숟가락은 떨림 하나 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사라는 류진의 말에 푸념 대신 한숨을 쉬었다. 짧은 갈색 머리칼은 늘 기름때로 엉망이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기계 부품을 꿰뚫어 볼 듯 날카로웠다.
“불평할 기력이라도 있는 게 어디야. 어제 들어온 보급선 봤지? 죄다 제국군 보급품이라고, 우리 식량은 절반으로 줄었어. 수확량은 오히려 늘리라고 하더군.”
사라의 말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노인 고든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세월의 풍파와 강철별의 먼지에 찌들어 주름투성이였다.
“제국 놈들은 늘 그랬어. 더 파라, 더 바쳐라. 그러고는 찌꺼기만 던져주지. 이젠 지겹지도 않냐?”
류진은 숟가락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챙강, 하는 소리가 식당의 소음 속에 묻혔다.
“지겹지. 그래서 지겨운 걸 멈춰야지.”
고든이 류진을 힐끗 보았다. “멈춰? 어떻게?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멈추려 했어. 결과는? 제국의 포격에 재가 되거나, 노예선에 실려 팔려나가거나.”
“그때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류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뭐가 다른데?” 사라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류진은 탁자 아래로 손을 뻗어, 낡은 데이터 패드를 꺼냈다. 화면에는 강철별의 복잡한 광맥 지도와 함께, 제국군 병력 배치도가 얼기설기 그려져 있었다. 어두운 배경 위로 붉은 점들이 위협적으로 빛났다.
“이 광맥은 제국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 우리는 이곳의 모든 지형을 알아. 숨을 곳도, 움직일 곳도.”
그가 손가락으로 지도의 특정 지점을 가리켰다. “그리고 최근, 제국군이 우리 구역 감시를 소홀히 하는 틈을 타, 몇몇 물건들이 새어 나가기 시작했지.”
고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건? 대체 무슨 물건을?”
류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제국이 가장 탐내는 것. 바로 이 강철별의 희귀 광물, ‘블랙 크리스탈’ 말이야. 아주 소량이지만, 이걸 외부로 빼돌려서 무기라도 살 수 있다면….”
그때였다. 식당 입구가 요란하게 열리며, 제국군 기동병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검은색 강화복에 붉은색 제국 문양이 새겨진 그들의 모습은 이곳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들이 든 플라스마 소총 끝에서는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선두에 선 장교가 식당 안을 훑어보더니, 류진의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강화된 목소리가 식당 전체에 울려 퍼졌다.
“광부 류진, 그리고 기계공 사라! 너희를 은하 제국법 제7조, ‘불법 자원 유출 및 반역 음모’ 혐의로 체포한다!”
류진은 순간 굳어졌지만, 이내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올 것이 왔군. 그는 데이터 패드를 슬쩍 사라에게 넘겼다. 사라는 눈치 빠르게 패드를 받아 품속에 감췄다.
“반역 음모라니요?” 사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뭘 했다고 이러십니까!”
장교는 비웃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증거는 충분하다. 네놈들이 몰래 빼돌린 블랙 크리스탈의 흔적을 발견했거든.”
그의 눈길이 류진에게 향했다. “특히, 류진 네놈! 최근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지. 외부 세력과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있었다고 보고되었다.”
류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키는 제국군 병사들보다 작았지만, 그가 뿜어내는 기세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외부 세력과의 접촉은 없었습니다. 그저,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상부에 청원하려 했을 뿐입니다.” 그는 거짓말을 태연하게 뱉어냈다.
장교는 비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청원? 흥,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네놈들의 시도는 이미 간파되었다. 자, 순순히 따라오면 목숨은 부지할 것이다.”
병사들이 류진과 사라에게 다가섰다. 식당 안의 모든 광부들이 숨을 죽이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어렴풋한 희망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고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이 아이들은 아무것도 몰라! 제발…!”
병사 한 명이 고든의 어깨를 밀쳤다. 고든은 비틀거리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류진은 사라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게.”
그는 장교를 똑바로 응시했다. “좋습니다. 따라가죠. 하지만 저들에게 손대지는 마십시오.” 그는 눈짓으로 다른 광부들을 가리켰다.
장교는 승리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별수 있겠나. 어차피 이 더러운 쥐새끼들은 언젠가 다 쓸어버릴 테니.”
류진이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끌려나가는 순간, 그의 시선은 창밖의 어두운 강철별을 향했다. 수많은 궤도 엘리베이터가 하늘로 뻗어 있었고, 그 끝에는 제국의 거대한 정거장이 보였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이 잠시 그의 푸른 눈에 비쳤다.
‘쥐새끼라….’
류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쥐새끼들이 모여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갉아먹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 막, 그 불씨가 당겨졌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