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등을 할퀴는 밤이었다. 달빛마저 구름 뒤로 숨어버린 제국의 수도, 그중에서도 가장 낮고 후미진 뒷골목촌에는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며칠 전 황제의 칙령으로 시작된 ‘식량 비축분 강제 수거’는 굶주림에 허덕이던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아란은 낡은 창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을 등지고 앉아 씁쓸하게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골목 어귀에서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애처롭게 이어지고, 이따금씩 제국군 순찰대의 둔중한 발소리가 밤의 정적을 갈랐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골목 안의 모든 생명은 얼어붙은 듯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아란은 어둠 속에 감춰진 고통들을 하나하나 읽어낼 수 있었다. 낡은 판잣집 창문 틈으로 보이는 아이의 야윈 그림자,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밤을 지새우는 노인의 신음 소리. 모든 것이 아란의 심장을 죄어왔다.
“영감님, 잠시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아란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낡은 천막으로 둘러싸인 노점상으로 향했다. 비록 제국의 눈을 피해 밤에만 열리는 허름한 노점이었지만, 뒷골목촌 사람들에게 김영감은 지식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등불 같은 존재였다.
“아란이냐. 이 밤에 무슨 일로….”
김영감은 낡은 안경 너머로 아란을 꿰뚫어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있었다. 김영감은 아란이 그저 안부를 묻거나 사소한 것을 상의하러 온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챈 듯했다.
“오늘도 제국군이 마을 곳곳을 뒤졌습니다. 창고는 물론이고, 집집마다 항아리 속 곡식까지 샅샅이 뒤져갔어요. 이제 겨울인데….”
아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의는 단단했다.
“알고 있다. 모두가 배를 곯고 있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겠느냐.”
김영감은 한숨을 쉬며 조용히 차를 따랐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아란의 얼굴 위로 따스하게 퍼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따스함은 아란의 긴장된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주었다.
“영감님. 혹시… 예전에 말씀하셨던 옛 공중목욕탕 지하에 숨겨둔 비상 식량과 약초 말이어요. 아직 남아있을까요?”
아란의 질문에 김영감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그 비상 창고는 제국이 수도의 외곽까지 완전히 장악하기 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모아둔 최후의 보루였다.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직 남아있을 게다. 다만, 지금은 그곳으로 가는 길목마다 제국군이 밤낮으로 순찰을 강화했으니… 쉽지 않을 게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굶주리고 있어요.”
아란의 눈에 비장함이 어렸다. 김영감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덩치 큰 바우에게 연락해두지. 그 친구는 힘 좋고 입 무거우니 믿을 만하다. 그리고 재빠른 도리도 함께 보내마. 녀석은 좁은 길을 쥐새끼처럼 날렵하게 오가니 정찰에 제격일 게다.”
“감사합니다, 영감님.”
아란은 고개를 숙였다. 작은 희망의 불씨가 다시금 피어나는 듯했다.
***
밤이 더 깊어지고, 제국군 순찰대의 움직임이 뜸해질 무렵, 아란은 바우, 도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바우는 그림자처럼 거대한 몸을 숨기며 앞장섰고, 도리는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뒤를 따랐다. 아란은 그들의 중간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였다.
뒷골목촌을 벗어나 옛 공중목욕탕이 있는 지역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좁고 굽이진 골목길에는 군데군데 제국군이 설치한 임시 초소가 보였다. 흙먼지 낀 등불이 희미하게 길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 빛은 오히려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 숨어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젠장, 저긴 지난번엔 없던 초소인데.”
바우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목욕탕으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길목에 새로운 임시 초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두 명의 제국군 병사가 담소를 나누며 서성이고 있었다.
“돌아가려면 시간이 너무 지체돼요. 곧 동이 틀 겁니다.” 아란의 목소리에도 초조함이 묻어났다.
그때, 도리가 얇은 손가락으로 초소 뒤편의 낡은 나무 상자 더미를 가리켰다.
“저기… 저 상자를 넘어뜨리면 어때요?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이면, 병사들이 보러 올 거예요.”
아이의 꾀였다. 아란은 도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작은 두려움과 함께 빛나는 영리함이 공존했다. 아란은 주머니 속에서 작게 말린 건포도 한 알을 꺼내 도리의 손에 쥐여주었다.
“고마워, 도리.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 할 수 있겠니?”
도리는 말없이 건포도를 입에 넣었다.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자, 그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게요. 형아, 제가 소리 내면 그때 지나가요!”
도리는 몸을 숙여 낡은 담장 아래로 기어갔다. 몇 초 후,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상자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렸다.
“저게 무슨 소리야!”
“누가 또 사고 친 모양인데? 가서 확인해봐!”
병사들의 거친 목소리가 들리고, 그들이 상자 더미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지금이다!”
바우의 나직한 외침과 함께, 아란과 바우는 재빨리 몸을 낮춰 초소를 지나쳐 목욕탕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축축한 냉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오래도록 버려진 듯, 건물 내부는 을씨년스러웠다.
“지하실은 어디죠?” 아란이 속삭였다.
바우는 망설임 없이 한쪽 구석의 낡은 마루 바닥으로 향했다. 썩어가는 나무판자를 들어내자, 어둠이 가득한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아란은 작은 등불을 꺼내 불을 밝혔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흙벽으로 된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루들이 보였다. 곡식과 말린 약초들이었다. 작은 희망이 아란의 가슴을 채웠다.
“여기야…!”
그들은 서둘러 자루들을 살폈다. 다행히 내용물은 온전했다. 비록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한동안 마을의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을 터였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자루 몇 개를 어깨에 짊어질 때였다.
**위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제국군의 고위 장교들임이 분명했다.**
“…이번 황명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된다. 특히 뒷골목촌의 반란 움직임을 뿌리 뽑기 위해, 이번 주 안에 ‘어둠의 칙령’이 반포될 것이다. 모든 반체제 인사는….”
**’어둠의 칙령’.**
아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심장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그 단어가 가진 무게가, 지하실의 냉기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것은 단순히 식량을 빼앗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잔혹한 어떤 것일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아니, 그들의 영혼마저 짓밟아버릴… 어둠.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등을 할퀴는 밤이었다. 달빛마저 구름 뒤로 숨어버린 제국의 수도, 그중에서도 가장 낮고 후미진 뒷골목촌에는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며칠 전 황제의 칙령으로 시작된 ‘식량 비축분 강제 수거’는 굶주림에 허덕이던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밤마다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끊이지 않았고, 늙은이들의 마른 기침 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아란은 낡은 창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을 등지고 앉아 씁쓸하게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골목 어귀에서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애처롭게 이어지고, 이따금씩 제국군 순찰대의 둔중한 발소리가 밤의 정적을 갈랐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골목 안의 모든 생명은 얼어붙은 듯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아란은 어둠 속에 감춰진 고통들을 하나하나 읽어낼 수 있었다. 낡은 판잣집 창문 틈으로 보이는 아이의 야윈 그림자,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밤을 지새우는 노인의 신음 소리. 모든 것이 아란의 심장을 죄어왔다. 그녀의 가슴 속에는 절망과 함께, 이대로는 안 된다는 뜨거운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영감님, 잠시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아란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낡은 천막으로 둘러싸인 노점상으로 향했다. 비록 제국의 눈을 피해 밤에만 열리는 허름한 노점이었지만, 뒷골목촌 사람들에게 김영감은 지식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등불 같은 존재였다. 어두운 밤에도 그의 천막 안에서는 낡은 등불 하나가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란이냐. 이 밤에 무슨 일로….”
김영감은 낡은 안경 너머로 아란을 꿰뚫어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있었다. 김영감은 아란이 그저 안부를 묻거나 사소한 것을 상의하러 온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챈 듯했다.
“오늘도 제국군이 마을 곳곳을 뒤졌습니다. 창고는 물론이고, 집집마다 항아리 속 곡식까지 샅샅이 뒤져갔어요. 이제 겨울인데… 이렇게 가다간 정말 모두가 얼어 죽고 굶어 죽을 겁니다.”
아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의는 단단했다.
“알고 있다. 모두가 배를 곯고 있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겠느냐.”
김영감은 한숨을 쉬며 조용히 차를 따랐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아란의 얼굴 위로 따스하게 퍼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따스함은 아란의 긴장된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주었다. 김영감은 찻잔을 아란에게 내밀었고, 아란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 작은 온기가 아란의 손끝에서 심장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영감님. 혹시… 예전에 말씀하셨던 옛 공중목욕탕 지하에 숨겨둔 비상 식량과 약초 말이어요. 아직 남아있을까요?”
아란의 질문에 김영감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그 비상 창고는 제국이 수도의 외곽까지 완전히 장악하기 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모아둔 최후의 보루였다.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없는 위험한 이야기였다.
“아직 남아있을 게다. 다만, 지금은 그곳으로 가는 길목마다 제국군이 밤낮으로 순찰을 강화했으니… 쉽지 않을 게다.”
김영감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배어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굶주리고 있어요. 그들에게는 아직 꿈꿀 내일이 있지 않습니까?”
아란의 눈에 비장함이 어렸다. 김영감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도 무거운 결심이 스치는 듯했다.
“내 덩치 큰 바우에게 연락해두지. 그 친구는 힘 좋고 입 무거우니 믿을 만하다. 그리고 재빠른 도리도 함께 보내마. 녀석은 좁은 길을 쥐새끼처럼 날렵하게 오가니 정찰에 제격일 게다.”
“감사합니다, 영감님.”
아란은 고개를 숙였다. 작은 희망의 불씨가 다시금 피어나는 듯했다. 김영감은 아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조심하거라. 살아 돌아와야 한다.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많으니.” 그 말은 아란에게 단순한 격려를 넘어, 무거운 사명감을 부여하는 듯했다.
***
밤이 더 깊어지고, 제국군 순찰대의 움직임이 뜸해질 무렵, 아란은 바우, 도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바우는 그림자처럼 거대한 몸을 숨기며 앞장섰고, 도리는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뒤를 따랐다. 아란은 그들의 중간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였다. 차가운 바람이 그들의 옷깃을 파고들었지만, 그들의 눈빛만은 흔들림 없이 빛났다.
뒷골목촌을 벗어나 옛 공중목욕탕이 있는 지역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좁고 굽이진 골목길에는 군데군데 제국군이 설치한 임시 초소가 보였다. 흙먼지 낀 등불이 희미하게 길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 빛은 오히려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 숨어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건물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젠장, 저긴 지난번엔 없던 초소인데.”
바우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목욕탕으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길목에 새로운 임시 초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두 명의 제국군 병사가 담소를 나누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의 창끝이 등불 아래에서 번뜩였다.
“돌아가려면 시간이 너무 지체돼요. 곧 동이 틀 겁니다.” 아란의 목소리에도 초조함이 묻어났다. 동이 트면 움직이기가 훨씬 위험했다.
그때, 도리가 얇은 손가락으로 초소 뒤편의 낡은 나무 상자 더미를 가리켰다. 허름한 상자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저기… 저 상자를 넘어뜨리면 어때요?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이면, 병사들이 보러 올 거예요.”
아이의 꾀였다. 아란은 도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작은 두려움과 함께 빛나는 영리함이 공존했다. 아란은 주머니 속에서 작게 말린 건포도 한 알을 꺼내 도리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녀가 아끼고 아꼈던, 작은 보물 같은 것이었다.
“고마워, 도리.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 할 수 있겠니?”
도리는 말없이 건포도를 입에 넣었다.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자, 그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어깨가 파르르 떨렸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제가 할게요. 형아, 제가 소리 내면 그때 지나가요!”
도리는 몸을 숙여 낡은 담장 아래로 기어갔다. 몇 초 후,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상자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울려 퍼졌다.
“저게 무슨 소리야!”
“누가 또 사고 친 모양인데? 가서 확인해봐!”
병사들의 거친 목소리가 들리고, 그들이 상자 더미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지금이다!”
바우의 나직한 외침과 함께, 아란과 바우는 재빨리 몸을 낮춰 초소를 지나쳐 목욕탕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축축한 냉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오래도록 버려진 듯, 건물 내부는 을씨년스러웠다. 천장에서는 거미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먼지가 수북했다.
“지하실은 어디죠?” 아란이 속삭였다. 등불을 든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바우는 망설임 없이 한쪽 구석의 낡은 마루 바닥으로 향했다. 썩어가는 나무판자를 들어내자, 어둠이 가득한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아란은 작은 등불을 들고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흙벽으로 된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루들이 보였다. 곡식과 말린 약초들이었다. 작은 희망이 아란의 가슴을 채웠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등불 아래, 낡은 자루들이 마치 보물처럼 반짝였다.
“여기야…!”
그들은 서둘러 자루들을 살폈다. 다행히 내용물은 온전했다. 비록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한동안 마을의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굶주림을 면할 수 있을 터였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자루 몇 개를 어깨에 짊어질 때였다.
**위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둔중하고 단단한 군화 소리도 함께 울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제국군의 고위 장교들임이 분명했다.**
“…이번 황명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된다. 특히 뒷골목촌의 반란 움직임을 뿌리 뽑기 위해, 이번 주 안에 ‘어둠의 칙령’이 반포될 것이다. 모든 반체제 인사는… 사소한 저항이라도 보이면 즉시….”
**’어둠의 칙령’.**
아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심장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그 단어가 가진 무게가, 지하실의 냉기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것은 단순히 식량을 빼앗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잔혹한 어떤 것일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아니, 그들의 영혼마저 짓밟아버릴… 어둠.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지켜내려 했던 작은 빛마저 삼켜버릴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아란의 전신을 감쌌다. 등불의 불꽃이 미세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