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밀실의 초상, 되감긴 시간
**[SCENE 1] 지혁의 탐정 사무소 – 낮**
*고요한 정오의 햇살이 먼지 낀 창문을 비춘다. 서울 시내의 낡은 빌딩 숲 사이에 박힌, 간판도 없는 작은 탐정 사무소. 책장에는 고전 추리 소설과 해부학 서적이 뒤섞여 있고, 칠판에는 복잡한 수식과 미해결 사건의 단서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다.*
**SHOT 1** *[WIDE] 사무실 전체 풍경. 고풍스러운 가구들 사이로 어지럽게 놓인 책과 자료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
**SHOT 2** *[CLOSE UP] 낡은 머그컵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 그 옆에는 온통 글씨로 뒤덮인 냅킨이 구겨져 있다.*
**SHOT 3** *[MEDIUM] 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류지혁(30대 중반). 헝클어진 머리카락,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눈가는 늘 피곤해 보이지만, 그 속에 날카로운 지성이 번뜩인다. 그는 팔꿈치로 책상을 지탱하고 이마를 짚은 채 눈을 감고 있다.*
**한소율** (O.S.)
류 탐정님, 또 주무세요? 잠은 침대에서 주무셔야죠.
**SHOT 4** *[PAN]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미간을 찌푸리는 지혁. 그의 시선은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하다.*
*지혁의 귓가에, 방금 전 소율이 들어올 때 문이 삐걱이던 소리, 그녀의 발소리, 그리고 컵이 테이블에 부딪히는 쨍한 소리가 아주 미세한 간격으로 다시 들리는 듯하다.*
**류지혁**
(나른하게)
자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중이지. 자네가 방금 들어올 때, 저기 선반 위에 있던 펜이 떨어질 뻔했잖아.
**SHOT 5** *[CLOSE UP] 지혁의 눈이 살짝 뜨인다. 그의 눈동자에 흐릿한 잔상이 겹쳐진다. 마치 비디오를 되감기라도 하듯, 방금 소율이 놓아둔 커피잔이 공중으로 살짝 떠오르고, 펜이 선반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그의 시야에 찰나 스쳐 지나간다.*
**한소율**
(의아한 표정)
네? 제가요? 전 그냥 조용히 들어왔는데요. 펜은 멀쩡히 여기 있고요.
*소율(20대 후반, 날카로운 눈매와 단정한 경찰 제복 차림)은 펜이 꽂힌 펜꽂이를 손으로 가리킨다. 그녀는 지혁의 기이한 능력을 어렴풋이 알지만, 매번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류지혁**
(작게 한숨을 쉬며)
그래. 멀쩡히 ‘있지’. 내가 손 썼으니까.
**SHOT 6** *[MEDIUM SHOT] 소율이 경악한 표정으로 펜꽂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지혁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한소율**
(따져 묻듯이)
또 ‘그거’ 쓰셨죠? 아, 진짜!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시간 능력 쓰지 말라고 제가 몇 번을 말해요! 제가 뭘 떨어뜨리든 말든 왜 참견이세요!
**류지혁**
(무심하게)
흐트러진 시공간은 내 신경을 거슬러. 그리고 떨어뜨렸으면 청소는 내가 했을 거고.
**한소율**
(얼굴을 찌푸리며)
참나. 그놈의 ‘흐트러진 시공간’ 타령은! 아무튼, 그 능력은 살인 사건 같은 큰일에만 쓰세요. 오늘 아침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회장 송대성 씨가 자택 서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어요. 밀실입니다.
**SHOT 7** *[CLOSE UP] 지혁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변한다. ‘밀실’이라는 단어에 모든 피로가 가시는 듯하다.*
**류지혁**
(몸을 일으키며)
밀실이라… 흥미롭군. 상세히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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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송대성 회장 저택 – 낮**
*고급 주택 단지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저택. 정원에는 잘 가꿔진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붉은 벽돌의 외벽은 위압감을 풍긴다. 저택 주변은 이미 폴리스 라인으로 둘러싸여 있고, 경찰차와 과학수사팀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SHOT 1** *[WIDE] 저택 외경. 수많은 경찰 병력과 취재진(뉴스 보도 화면 느낌으로 처리)이 모여 소란스러운 풍경.*
**SHOT 2** *[MEDIUM SHOT] 지혁과 소율이 폴리스 라인을 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선다. 지혁은 늘 그렇듯 무표정하고, 소율은 주변 상황을 살피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소율**
강력계장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세기의 밀실 살인’이라며 난리가 났어요.
**류지혁**
(어깨를 으쓱하며)
‘세기의’라는 수식어는 대개 과장이 섞여 있지. 진정한 밀실은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트릭만이 존재할 뿐.
*저택 안은 고급스러운 가구와 미술품으로 가득하다. 복도를 따라가자 서재 앞이 보인다. 문은 강제로 개방된 흔적이 역력하며, 형사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SHOT 3** *[MEDIUM] 서재 문이 부서진 채 열려 있다. 문틀에 남아 있는 긁힌 자국과 부서진 나무 조각들이 당시 상황의 급박함을 짐작게 한다.*
**강력계장** (O.S.)
류 탐정님, 한 경위! 이쪽입니다.
**SHOT 4** *[TWO SHOT] 강력계장(50대, 인상이 거칠고 투박한 베테랑 형사)이 이마를 짚은 채 서재 문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표정에는 답답함이 가득하다.*
**강력계장**
아니, 누가 봐도 안에서 잠겨 있던 문을 억지로 뜯었어. 그런데 회장님 시신은 발견됐고, 범인의 흔적은 없어. 창문은 죄다 쇠창살에, 안에서 꼼꼼히 잠겨 있었고. 환풍구는 사람 머리 하나 들어갈 틈도 없고!
**SHOT 5** *[FULL SHOT] 서재 내부. 앤티크한 가구, 책장 가득 꽂힌 책들, 그리고 중앙에 놓인 거대한 마호가니 책상. 그 책상 위에 송 회장(70대 후반, 마른 체구)이 엎드려 쓰러져 있다. 등에는 칼이 깊이 박혀 있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선명하다. 현장은 과학수사팀에 의해 보존되고 있다.*
**류지혁**
(천천히 서재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피해자의 사망 시각은?
**한소율**
(수첩을 보며)
어젯밤 10시에서 11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비서인 윤아라 씨가 아침에 출근해서 회장님을 부르러 왔다가 문이 잠겨 있어서 이상하게 여겼고, 아들 송우진 씨와 함께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류지혁**
(시선을 고정하고)
범행 도구는?
**강력계장**
회장님 집에서 쓰던 장식용 단검입니다. 지문은 깨끗하게 닦여 있었고. 시신도 깨끗하고, 딱히 저항한 흔적은 없어 보입니다.
*지혁은 아무 말 없이 서재를 훑어본다. 그의 시선은 천장의 샹들리에에서부터 바닥의 카펫, 책장 가득한 책들, 그리고 벽에 걸린 그림 하나하나에 머무른다. 그의 시선이 특히 오래 머무는 곳은 서재 한쪽 벽에 놓인 **거대한 괘종시계**였다.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묵직한 존재감으로 벽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시계.*
**SHOT 6** *[CLOSE UP] 지혁의 눈동자가 괘종시계의 흔들리는 추를 따라 움직인다. 틱, 톡. 틱, 톡. 기계음이 그의 뇌리에서 증폭되는 듯하다.*
**류지혁**
(낮은 목소리로)
문은 어디서 잠겨 있었지?
**강력계장**
(서재 안쪽으로 들어서며)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열쇠가 잠금장치에 그대로 꽂혀 있었어요.
*강력계장은 훼손된 문고리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문고리에는 낡고 묵직한 열쇠가 여전히 꽂혀 있다. 안쪽으로 돌아가면 열쇠가 잠겨 있었다는 뜻이다.*
**류지혁**
(열쇠를 바라보며)
…정말로.
**SHOT 7** *[EXRTEME CLOSE UP] 열쇠의 묵직한 손잡이와 복잡한 모양. 그리고 그것이 꽂혀 있는 잠금장치. 열쇠 주변의 나무에는 미세한 흠집이 나 있다. 지혁의 눈동자가 그 흠집을 예리하게 스캔한다.*
—
**[SCENE 3] 용의자 심문 – 저택 거실 – 낮**
*서재 건너편의 거실. 고급스러운 소파에 윤아라 비서, 송우진 아들, 최집사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들은 불안하거나 초조하거나, 혹은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
**SHOT 1** *[WIDE] 거실의 세 용의자. 그들 앞에 지혁과 소율이 서 있다.*
**한소율**
(수첩을 꺼내며)
그럼 먼저 윤아라 비서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회장님을 마지막으로 보신 건 언제입니까?
**윤아라 비서**
(차분하지만 어딘가 경직된 목소리)
어젯밤 9시 30분경입니다. 회장님께 보고드릴 서류가 있어서 서재로 갔는데, 이미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노크를 했지만 응답이 없으셔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회장님은 늘 혼자 서재에 계실 때 문을 잠그시는 습관이 있으셨습니다.
**SHOT 2** *[CLOSE UP] 윤아라의 얼굴. 창백한 뺨과 차분한 눈빛. 그녀의 시선은 한순간 지혁에게 향했다가, 이내 불안하게 흔들린다.*
**류지혁**
(무심하게)
9시 30분이라면, 회장님이 아직 살아 계실 시간이었군요. 문이 잠겨 있었다는 건, 안에서 회장님이 직접 잠그셨다는 말씀이시겠네요.
**윤아라 비서**
네, 그렇습니다.
**송우진**
(불쑥 끼어들며)
말도 안 돼! 우리 아버지가 누가 칼 들고 서 있는데 문을 잠글 리가 없잖아! 그 여자, 뭔가 숨기는 게 분명해!
**SHOT 3** *[TWO SHOT] 송우진(40대 초반, 명품 정장을 입었지만 얼굴에는 술과 방탕한 생활의 흔적이 역력하다)이 흥분해서 소리친다. 윤아라 비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를 바라본다.*
**한소율**
송우진 씨, 진정하세요!
**송우진**
(분노에 차서)
진정하라고? 아버지가 죽었는데! 저 여자는 아버지 회사 돈을 횡령하고 있었어! 아버지가 그걸 알고 추궁하고 있었다고!
**윤아라 비서**
(차가운 목소리로)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회장님의 가장 충실한 비서였습니다.
**최집사**
(조용히 앉아 있던 최집사(60대 후반, 흰 머리의 단정한 노인)가 나직이 말했다)
송우진 도련님 말씀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최근 비서님과의 금전 문제로 종종 다투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SHOT 4** *[CLOSE UP] 최집사의 얼굴. 깊은 주름이 진 얼굴에는 슬픔과 함께 어떤 체념 같은 것이 엿보인다.*
**류지혁**
(최집사를 바라보며)
최집사님은 회장님을 마지막으로 언제 보셨습니까?
**최집사**
어젯밤 9시 50분경입니다. 회장님께 따뜻한 우유를 가져다드렸습니다. 서재 문은 그때까지는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서 우유를 드리고 나왔으니까요.
**SHOT 5** *[FLASHBACK VISION] 지혁의 눈앞에 최집사가 서재 문을 열고 들어가는 흐릿한 영상이 스쳐 지나간다. 문이 열리고, 책상에 앉아 있는 송 회장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최집사**
제가 나오면서 문을 닫았고… 늘 그래왔듯, 회장님께서 그 후 문을 잠그셨을 겁니다. 혼자 계실 때의 습관이셨으니까요.
**한소율**
최집사님은 그 이후로 서재 근처에 가신 적은 없으신가요?
**최집사**
없습니다. 제 방으로 돌아가서 잠들었습니다.
**류지혁**
(팔짱을 끼며)
정리하자면, 최집사님이 나오신 9시 50분 이후, 회장님이 스스로 문을 잠그고 서재에 계셨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그 시간 이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살해당하셨다.
**SHOT 6** *[FULL SHOT] 세 용의자와 지혁, 소율. 지혁은 시종일관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퍼즐 조각들을 맞추고 있다.*
**류지혁**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렇다면 범인은… 이미 서재 안에 있었다는 소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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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4] 되감긴 시간의 단서 – 서재 – 밤 (되감기 시점)**
*지혁은 다시 서재로 돌아온다. 강력계장은 답답한 표정으로 서재 안을 서성이고, 소율은 지혁의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
**SHOT 1** *[CLOSE UP] 지혁의 손이 괘종시계의 묵직한 나무 몸체를 조심스럽게 만진다. 차가운 나무의 질감이 그의 손끝에 닿는다. 그의 눈동자가 깊어진다.*
**류지혁**
(나직이)
소율아, 저 시계. 저 괘종시계에 뭔가 있어.
**한소율**
(의아해하며)
시계요? 그냥 오래된 골동품 같은데요.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지혁은 대답 없이 눈을 감는다. 그의 능력을 쓸 때처럼, 주변의 소리가 희미해지고 모든 것이 느려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는 최집사가 서재를 나선 직후의 시간으로 의식을 되감는다.*
**SHOT 2** *[VFX SEQUENCE] 화면이 일그러지며 흑백으로 변한다. 시계 바늘이 역방향으로 빠르게 돌아간다. 주변의 모든 움직임이 거꾸로 재생된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느낌.*
**류지혁**
(O.S., 내레이션)
시간은… 강물과도 같지. 앞으로만 흐르는 듯 보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 물결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충분히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을.
**SHOT 3** *[SLOW MOTION / VINTAGE FILTER] 서재의 문이 ‘열려 있다’. 최집사가 막 서재를 나서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전 장면의 플래시백과 유사) 최집사가 문을 닫자, 안에서 송 회장이 열쇠를 돌려 문을 잠근다. 찰칵! 하는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회장은 다시 책상에 앉아 신문(혹은 책)을 펼친다.*
**SHOT 4** *[CLOSE UP] 지혁의 시선이 괘종시계에 고정된다. 시계의 그림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SHOT 5** *[POV SHOT – 지혁의 시점] 괘종시계 뒤편에서, 아주 가느다란 틈새로 **섬뜩한 눈동자**가 번뜩이는 것이 포착된다. 그 눈동자는 회장이 문을 잠그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회장이 책상에 앉아 신문에 집중하는 순간, 괘종시계 뒤편의 벽이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소리 없이, 그림자처럼. 그리고 그 틈새로 **윤아라 비서의 모습**이 조심스럽게 나타난다.*
*아라 비서는 손에 단검을 들고, 조용히 회장의 등 뒤로 다가간다. 회장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신문에 몰두하고 있다.*
**SHOT 6** *[REVERSE SLOW MOTION] 칼이 회장의 등에 꽂히고, 회장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책상에 쓰러진다. 아라 비서는 아무 표정 없이 칼을 회장의 등에 깊숙이 박아 넣고, 칼자루를 깨끗이 닦는다. 그리고는 다시 괘종시계 뒤편의 숨겨진 벽을 조심스럽게 닫고, 사라진다.*
**SHOT 7** *[VFX SEQUENCE]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흑백 화면은 색깔을 되찾는다. 지혁은 깊은 숨을 들이쉰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다.*
**한소율**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류 탐정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창백해요.
**류지혁**
(눈을 부릅뜨며)
봤어… 봤다고! 밀실의 트릭을.
**SHOT 8** *[CLOSE UP] 지혁의 눈동자에 섬광이 스쳐 지나간다.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린다. 마치 오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은 듯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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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5] 밀실의 진실 – 서재 – 낮**
*지혁은 강력계장과 소율, 그리고 용의자들을 모두 서재로 불러 모았다. 그는 괘종시계 앞에 서서, 모두를 차례로 훑어본다.*
**SHOT 1** *[WIDE] 서재 안, 괘종시계 앞에 선 지혁. 그를 중심으로 강력계장, 소율, 그리고 세 용의자가 모두 긴장한 채 서 있다.*
**류지혁**
(침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송 회장님은 어젯밤 9시 50분경, 최집사님이 서재를 나선 후 직접 문을 잠그셨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이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살해당하셨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외부인의 침입 흔적은 어디에도 없어요.
**강력계장**
그래서 저희도 답답한 겁니다.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으니…
**류지혁**
(미소를 지으며)
트릭은 간단합니다. 범인은 애초에 **서재 안에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범행 당시에는 서재 안에 있었지만, 그 공간에 갇히지는 않았습니다.**
**SHOT 2** *[CLOSE UP] 윤아라 비서의 얼굴이 미세하게 경직된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려 한다.*
**류지혁**
(괘종시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괘종시계, 고풍스럽고 묵직하죠.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이 시계가 놓인 벽은 사실, **숨겨진 통로**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괘종시계에 집중된다. 놀라움과 의아함이 교차한다.*
**SHOT 3** *[MEDIUM SHOT] 지혁이 괘종시계 옆의 벽면을 손으로 짚는다. 그의 손끝이 닿는 곳에 미세한 틈새가 보인다. 그는 그 틈새를 따라 손을 움직여, 아주 작은 돌출부를 찾아낸다.*
**류지혁**
(돌출부를 누르자)
평소에는 움직이지 않지만, 이 부분을 누르면…
*콰앙!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괘종시계가 놓인 벽면이 안쪽으로 스르륵 밀려 들어간다. 그 뒤로 어둡고 좁은 통로가 드러난다. 모두가 경악하여 숨을 삼킨다.*
**SHOT 4** *[FULL SHOT] 열린 비밀 통로.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어둠. 모두의 얼굴에 충격과 경악이 스쳐 지나간다. 윤아라 비서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다.*
**류지혁**
이 통로는 이 저택의 오래된 관리 통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송 회장님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손님이나 외부인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그만의 은밀한 공간이었을 겁니다. 밀실 살인의 트릭은 바로 이것입니다.
**SHOT 5** *[FLASHBACK VISION – 재구성] 최집사가 서재를 나가고, 회장이 문을 잠그는 장면. 그리고 회장이 책상에 앉자, 괘종시계 뒤에서 윤아라 비서가 나타난다. 그녀는 단검을 들고 회장을 살해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다시 비밀 통로로 사라진다.*
**류지혁**
(윤아라 비서를 똑바로 응시하며)
범인은 윤아라 비서. 당신입니다. 당신은 회장님께서 최집사님을 내보내고 문을 잠그실 때까지, 이 비밀 통로 안에서 숨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을 살해한 뒤, 다시 이 통로를 통해 유유히 서재를 빠져나갔습니다. 문은 이미 안에서 잠겨 있었으니,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밀실 살인이 되는 거죠.
**SHOT 6** *[CLOSE UP] 윤아라 비서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의 표정은 공포와 분노로 일그러진다.*
**윤아라 비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그걸…
**류지혁**
(무덤덤하게)
당신이 살해 당시 흘렸을 작은 땀방울이 이 통로 입구 주변에 맺혀 있었고, 당신의 미세한 향수 냄새가 이 시계 주변에서 감지되었어. 그리고… (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나는 모든 것을 되감아, 당신이 회장님을 살해하고 통로로 사라지는 모습을 똑똑히 봤으니까.
**SHOT 7** *[FULL SHOT] 윤아라 비서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그녀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하다. 송우진과 최집사는 충격에 휩싸인 채 그녀를 바라본다.*
**한소율**
(재빨리 윤아라 비서를 체포하며)
윤아라 비서, 살인 및 증거 인멸 혐의로 체포합니다!
**강력계장**
(놀라움과 존경이 뒤섞인 표정으로 지혁을 바라본다)
류 탐정님… 당신은 정말… 도대체 어떻게…
**류지혁**
(어깨를 으쓱하며)
시간은 항상 진실을 품고 흐르죠. 그걸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
**[SCENE 6] 지혁의 탐정 사무소 – 밤**
*밤이 깊어진 지혁의 사무실. 책상에는 새로 내린 커피 한 잔이 김을 내고 있다. 지혁은 창밖의 도시 야경을 응시하고 있다.*
**SHOT 1** *[WIDE] 밤의 사무실 풍경. 도시의 불빛이 창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어온다.*
**SHOT 2** *[MEDIUM] 지혁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그의 얼굴에는 낮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소율** (O.S.)
사건이 이렇게 빨리 해결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모두 류 탐정님 덕분입니다.
**SHOT 3** *[TWO SHOT] 소율이 지혁의 옆에 서 있다. 그녀의 표정에는 여전히 감탄과 경이로움이 뒤섞여 있다.*
**류지혁**
(미소를 지으며)
밀실은 탐정에게 가장 완벽한 유희지. 풀기 어려운 매듭일수록, 풀어냈을 때의 쾌감은 더 크니까.
**한소율**
(문득 궁금한 듯)
근데 류 탐정님, 그 능력… 시간을 되감는다는 게, 얼마나 되감는 거예요? 그리고 언제부터 그런 능력이 생기신 거죠?
**류지혁**
(하늘을 올려다보며)
정확히는 몰라. 어떤 강렬한 집중이나 감정적 동요가 있을 때, 특정 사물이나 공간 주변의 시간을 아주 짧게, 수십 초에서 길어야 몇 분 정도 되감을 수 있지. 모든 것을 되돌릴 수는 없어. 그저… 스쳐 지나간 순간들을 다시 볼 수 있을 뿐.
**SHOT 4** *[CLOSE UP] 지혁의 눈동자에 밤하늘의 별들이 반사된다. 그의 시선은 아득한 우주 너머 어딘가를 향하는 듯하다.*
**류지혁**
(나직이)
언제부터였더라… 아마 처음부터 그랬을 거야. 다만, 내가 그걸 ‘능력’이라고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세상의 모든 사건은 이미 벌어진 일들의 조각 모음일 뿐이야. 나는 그 조각들을 다시 흐트러뜨려,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을 하는 거지.
**한소율**
(싱긋 웃으며)
음… 그 조각들이 너무 제멋대로라서 문제지만요. 류 탐정님 같은 분이 계시니 세상이 좀 더 정의로워지는 것 같네요.
**류지혁**
(쓴웃음을 지으며)
정의라고 할 것까지야. 그저… 흐트러진 시공간이 신경 쓰여서 잠을 못 자는 것뿐.
*그는 다시 커피를 마신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미해결 사건의 조각들이 흐트러진 채 재배열되기 시작한다.*
**SHOT 5** *[FADE OUT]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지혁의 탐정 사무소 간판 없는 창문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END OF EPISOD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