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거인들이 격돌하는 천하무인 대제전, 그 열기가 하늘을 뚫을 듯 치솟는 주 경기장, ‘승천원’. 억만 관중의 함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갔다를 반복하며 대기를 뒤흔들었다. 거대한 원형 격투장 중앙에는 굉음과 함께 두 대의 강철 무인이 마주하고 있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듯, 그들의 금속성 표면은 섬뜩한 광채를 뿜어냈다.
검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육중한 갑주를 두른 ‘금강역사(金剛力士)’. 그 늠름한 자태는 마치 불굴의 신장(神將)이 현세에 강림한 듯 위압적이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선 ‘비룡(飛龍)’. 은빛 유선형의 동체는 마치 살아있는 맹수처럼 유려했고, 등 뒤에는 접혀 있던 날개 비슷한 추진기가 곧 비상할 듯이 꿈틀거렸다.
“자, 이제 결전의 시간입니다! 천하무인 대제전 준결승 두 번째 경기! 한 시대의 영웅, 철혈문의 대사형! 진무신 조종사의 ‘금강역사’ 대! 신성처럼 떠오른 풍뢰각의 젊은 고수! 설하랑 조종사의 ‘비룡’입니다!”
경기장의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에 두 강철 무인의 조종사 모습이 투영되었다. 굳건한 눈빛의 중년 무사, 진무신.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의 청년 무사, 설하랑.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더불어 오직 승리만이 허락된 무인들의 강렬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 경기의 승자는, 최강의 무인을 가리는 결승에서 마교의 ‘흑마천’과 맞붙게 될 것이었다. 천하의 운명이 걸린 이 대제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의 심장을 조여왔다.
“결전 시작!”
심판장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경기장 전체를 감싸던 에너지 필드가 번뜩였다. 그 순간, 먼저 움직인 것은 비룡이었다. ‘스아아아앙!’ 하는 날카로운 공명음과 함께 비룡의 등 뒤 추진기가 맹렬히 불을 뿜었다. 은빛 동체가 섬광처럼 튀어나가며 잔상을 남겼다. 풍뢰각의 ‘풍신보(風神步)’를 강철 무인의 움직임으로 구현한 것. 순식간에 금강역사의 시야에서 사라진 비룡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금강역사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하! 잔재주로군!”
진무신의 냉철한 목소리가 금강역사의 내부 조종석에 울렸다. 그의 눈에는 비룡의 궤적이 선명히 읽히고 있었다. 금강역사의 거대한 오른팔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강철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고, 그 뒤를 묵직한 공기의 파동, 즉 권풍(拳風)이 뒤따랐다. 비룡이 채 공격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옆구리를 스치는 일격이었다.
콰아앙!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으나, 권풍의 충격파가 비룡의 자세를 흐트러뜨렸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비룡을 향해 금강역사가 맹렬히 돌진했다. 철혈문의 ‘쇄신보(碎身步)’. 거대한 강철 무인이 지축을 울리며 전방으로 짓쳐 나가는 모습은 흡사 산이 움직이는 듯했다.
“쉬이익….”
설하랑은 순간적으로 비룡의 자세 제어장치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충격으로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도 그의 눈은 진무신의 다음 수를 읽고 있었다. 저 거구의 금강역사가 돌진하며 날릴 공격은 뻔하다. 강력한 정권 혹은 팔꿈치 찍기.
예상대로 금강역사의 거대한 팔이 휘둘러졌다. 그 속도와 파괴력은 일반적인 강철 무인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룡은 이미 반 박자 빠르게 몸을 돌리고 있었다. 설하랑은 풍뢰각의 ‘유운회신술(流雲回身術)’을 응용하여, 날아오는 금강역사의 팔에 어깨를 비스듬히 대고 그 충격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쿠르르릉!
금강역사의 공격이 텅 빈 허공을 갈랐고, 그 반동으로 몸의 균형이 살짝 흐트러졌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칠 리 없는 설하랑이었다. 비룡의 오른팔이 벼락같이 뻗어나갔다. 풍뢰각의 비기, ‘천뢰권(天雷拳)’! 금속성 주먹에서 푸른빛 섬광이 번쩍이며 금강역사의 복부를 강타했다.
콰앙! 콰드득!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금강역사의 복부 장갑판이 미세하게 찌그러졌다. 강철 무인의 동체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진무신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호오, 나쁘지 않군.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면 아직 멀었다!”
진무신의 호통과 함께 금강역사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조종석 내부의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물들고, 금강역사의 눈에서 맹렬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는 철혈문의 ‘강기전개(罡氣展開)’! 조종사의 내공을 직접 강철 무인의 동력원에 연결하여 순간적으로 출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기술이었다.
쿠구궁! 쿠구구구궁!
경량화된 비룡은 그 압도적인 기세에 밀려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금강역사가 마치 거대한 짐승처럼 포효하며 다시 한번 돌진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온몸의 관절이 비틀리듯 회전하며,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기로 변했다. 철혈문의 ‘백보신권(百步神拳)’! 백 걸음 밖에서도 상대의 심장을 꿰뚫는다는 그 파괴적인 권법이 강철 무인의 몸을 통해 구현된 것이다.
비룡은 필사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압도적인 속도와 파괴력에 점점 밀리고 있었다. 금강역사의 맹렬한 공격이 비룡의 팔과 어깨를 스치며 불꽃을 튀겼다. 매번 충돌할 때마다 경기장 바닥이 진동했고, 관중석에서는 탄성과 비명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설하랑 조종사, 위기입니다! 금강역사의 맹공에 비룡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중계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설하랑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진무신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단순히 힘만 강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움직임에 천하를 호령했던 철혈문의 비의(秘義)가 담겨 있었다. 강철 무인을 다루는 기술의 수준이 차원이 달랐다.
‘이대로는 안 돼. 정면 승부로는 답이 없다….’
설하랑은 마음을 굳게 먹고 비룡의 조종간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쉬이이이익!’ 비룡의 추진기가 전방을 향해 역분사되며 갑작스럽게 후진했다. 동시에 비룡의 모든 동력원이 등 뒤 날개 추진기로 집중되었다.
“포기하는 것이냐? 도망쳐봤자 소용없다!” 진무신이 비웃듯 외쳤다.
그러나 설하랑의 눈은 냉정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것뿐!”
쿠우우웅!
비룡의 등 뒤 추진기가 최대 출력으로 불을 뿜으며 은빛 동체를 하늘로 솟구치게 했다. 압도적인 상승력으로 비룡은 순식간에 격투장 상공으로 치솟았다.
“젠장, 비행이라니!” 진무신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강철 무인의 비행은 연료 소모가 극심하여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었다. 게다가 금강역사는 비행 능력이 거의 없는, 지상전에 특화된 무인이었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비룡은 그대로 선회하며 금강역사를 향해 강하하기 시작했다. 비룡의 동체는 가속도가 붙으며 섬광처럼 빛났다. 설하랑은 모든 감각을 집중하여 금강역사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풍뢰각의 ‘뇌명풍진(雷鳴風震)’. 하늘에서 번개처럼 내려꽂히는 비기였다.
“받아라! 이 일격으로… 승부를 낸다!”
설하랑의 기합과 함께 비룡은 엄청난 속도로 금강역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혜성 같았다. 금강역사는 거대한 팔을 들어 올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비룡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콰아아아앙!
은빛 섬광이 검은 금강역사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강철 무인의 동체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경기장 전체가 충격파에 휩싸였다. 비룡의 공격은 단순한 충격이 아니었다. 주먹에 내재된 전자기력이 금강역사의 내부 회로를 파괴하려는 듯 격렬하게 요동쳤다.
“크으으윽…!”
진무신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조종석을 가득 채웠다. 금강역사의 머리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지고,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빛이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경기장 전체가 충격과 함께 정적에 휩싸였다. 모두가 이 예측 불가능한 일격에 숨을 죽였다.
하지만 그때였다.
콰직! 콰직! 콰지지직!
금강역사의 찌그러진 머리 부분에서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금강역사의 온몸에서 붉은 전기가 역류하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충격으로 인한 회로 파괴가 아니었다. 찌그러진 장갑판 사이로 스며든 비룡의 전자기력을, 금강역사가 오히려 흡수하여 자신의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었다!
“이것이… 철혈문의 진정한 ‘금강불괴(金剛不壞)’다!” 진무신의 목소리가 으르렁거렸다. 파괴될수록 더욱 강해지는 강철 무인의 육체!
금강역사의 손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찌그러진 머리 부분에서는 붉은빛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고, 그 눈은 마치 악귀처럼 섬뜩하게 번득였다.
“이제… 나의 차례다!”
금강역사가 비틀린 팔을 뻗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룡의 몸통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엄청난 악력으로 비룡의 동체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끄득득득!
강철과 강철이 비명을 지르는 끔찍한 소리가 승천원에 울려 퍼졌다. 설하랑은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금강역사의 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비룡의 은빛 동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끝이다, 설하랑!”
진무신의 포효와 함께 금강역사의 가슴 부분에서 빛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철혈문의 최종 비기, ‘철혈뢰룡포(鐵血雷龍砲)’의 발사 준비였다. 한 발 한 발이 산을 부수고 강을 가른다는, 강철 무인의 모든 에너지를 응축한 파괴적인 일격.
비룡은 꼼짝없이 붙잡힌 채, 폭주하는 금강역사의 최후의 일격을 온몸으로 받아낼 위기에 처했다. 경기장의 모든 관중이 숨을 멈췄다. 설하랑의 패배가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 설하랑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빛났다. ‘아직… 끝이 아니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여 비룡의 숨겨진 장치를 작동시켰다.
과연 설하랑은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금강역사의 최후의 일격은 비룡을 산산조각 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