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의 서막 (Overture of Revenge)
**[장면 1] 망각의 심연 (Abyss of Oblivion)**
시간: 밤, 어두운 동굴 속
배경: 바깥으로는 거친 비바람이 몰아치고, 동굴 안은 음습하고 차갑다. 동굴 깊숙한 곳, 작은 불씨 하나가 간신히 어둠을 밝힌다.
**[컷 1]**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한 남자의 실루엣. 뼈만 남은 듯 야윈 몸이 격렬하게 움직인다. 등에는 거대한 검이 매여있고, 주변에는 그가 부순 바위 조각들이 널려있다. 검은 도포 자락이 격렬한 움직임에 맞춰 펄럭인다.
(내레이션): 7년. 망각의 심연이라 불리는 이 지옥에서, 나는 오직 한 가지를 위해 살아 숨 쉬었다. 놈에게 짓밟힌 영혼의 파편을 그러모아,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컷 2]**
남자의 얼굴 클로즈업. 깊게 패인 흉터가 왼쪽 눈썹부터 뺨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그의 눈은 광기 어린 증오와 얼어붙은 분노로 가득하다. 눈빛에는 일말의 인간적인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의 이름은 무영.
무영 (속삭임): 사검… 잊을 수 없는 이름. 잊혀지지 않는 고통. 네놈의 칼날이 내 심장에 박힌 순간, 나는 죽었어야 했다. 허나… 지옥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컷 3]**
무영이 거대한 검을 휘두르자, 검에서 푸른빛이 번뜩이며 동굴 벽에 깊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검기가 파도처럼 퍼져나가며 동굴 안의 습한 공기를 가르고, 부서진 바위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검은 기운이 검날을 휘감는다.
[효과음]: 콰아앙! (바위가 쪼개지는 소리)
**[컷 4]**
과거 회상. 햇살 쏟아지는 무림 문파의 너른 마당. 앳되고 해맑은 얼굴의 무영과 사검이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주변에는 다른 문파원들이 활기차게 수련하고 있으며, 평화로운 기운이 넘쳐흐른다.
(내레이션): 한때, 우리는 하늘 아래 가장 굳건한 형제였다. 같은 스승 아래서 검을 배우고, 같은 꿈을 꾸며, 세상의 모든 불의에 함께 맞서고, 서로의 등을 지켜주리라 맹세했던…
**[컷 5]**
회상. 밤, 불타는 문파 건물. 피로 물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무영. 그의 가슴에는 사검의 검이 깊숙이 박혀있다. 사검의 얼굴은 차갑고 무감각하다. 그의 눈빛에는 서늘한 야심만이 번득인다. 불길이 뒤에서 솟아오른다.
사검 (차갑게): 미안하다, 무영. 하지만 천하(天下)는 나에게 더 어울리는 자리다. 네놈의 어설픈 정의감으론, 이 혼탁한 세상을 구할 수 없어. 그저… 네가 너무 순진했을 뿐이다.
[효과음]: 쑤욱… (칼이 뽑히는 소리)
무영 (고통에 찬 신음): 으윽… 사… 검…! (눈물이 맺힌 채 사검을 올려다보는 무영)
**[컷 6]**
회상. 불길 속에서 간신히 몸을 피하는 어린 무영의 모습. 그의 뒤로는 찬란했던 문파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수많은 동료들의 비명소리가 불길에 휩쓸려 사라진다. 무영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
(내레이션): 그날,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가족을, 친구를, 나의 세상을. 존재의 이유마저 불태워진 잿더미 속에서, 한 가지 깨달음만이 선명하게 피어났다.
**[컷 7]**
다시 현재. 무영의 검이 정점에 달한 듯, 검 끝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그의 눈빛은 더욱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그의 주변을 감싸는 살기가 동굴 안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듯하다.
(내레이션): 복수. 오직 그것만이 나를 존재케 하는 이유. 숨 쉬는 이유. 이 지옥 같은 삶을 버티는 이유.
**[장면 2] 속세의 전언 (Whispers of the Mortal World)**
시간: 며칠 후, 인적이 드문 산길 주막
배경: 허름하지만 정감 있는 주막. 몇몇 나그네들이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바깥은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컷 8]**
한쪽 구석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식사하는 무영. 그의 얼굴은 도포의 후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식사에 집중하는 척하며 주위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레이션): 지옥에서 기어 나온 나는, 세상의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살아있다면, 반드시 흔적을 남길 터. 그가 쌓아 올린 모든 영광이, 결국 나를 부를 테니.
**[컷 9]**
주모가 주전자를 들고 손님들 사이를 오간다. 손님들의 목소리는 활기차고 들떠 있다.
주모: 에구, 요새 세상이 하도 시끄러우니… 칠성맹 맹주 추대식 때문이겠지? 어휴, 천하의 모든 고수들이 다 모일 기세여.
나그네 1: 암, 그렇고 말고! 무림 맹주 자리에 오르면 천하를 얻은 거나 진배없지! 그 정도면 왕 부럽지 않은 자리라던데!
나그네 2: 그나저나 사검 맹주님은 정말 대단하셔! 젊은 나이에 무위는 가히 신의 경지라 하니, 이야말로 천운이 아닌가? 우리 같은 범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
**[컷 10]**
무영의 손이 쥐고 있던 젓가락을 부러뜨린다. 사소한 소리지만, 주막 안의 소란 속에서도 묘하게 튀는 소리다. 그의 손목에는 핏줄이 튀어 오르고, 손아귀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다. 아무도 그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다.
[효과음]: 뚝! (젓가락 부러지는 소리)
무영 (속으로, 으르렁거리는 듯한 음성): 사검… 맹주? 네놈이 감히 그 더러운 발로 그 자리에 올라설 자격이 있다고…!
**[컷 11]**
무영의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들린다. 후드 그림자 아래로 보이는 그의 입꼬리가 섬뜩하게 비틀린다. 그의 눈빛은 일순간 붉게 섬광한다.
(내레이션): 7년 전, 나에게 칼을 겨누고 모든 것을 빼앗았던 그 사내가, 이제는 천하의 칭송을 받는 맹주가 되었다니. 역겨운 위선자. 그 칭송은 곧 저주가 될 것이다.
**[컷 12]**
주막을 나서는 무영의 뒷모습. 그의 걸음걸이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다. 지옥의 입구로 들어설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확고하고 단단하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거대한 검이 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레이션): 지옥은 다시, 놈을 찾아갈 것이다. 놈의 찬란한 빛 속으로, 가장 어두운 그림자가 스며들 것이다.
**[장면 3] 복수의 길 (Path of Vengeance)**
시간: 낮, 칠성맹 본거지로 향하는 험준한 산길
배경: 깊은 골짜기와 깎아지른 절벽,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솔길. 멀리 칠성맹의 거대한 건축물들이 보인다. 웅장하면서도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컷 13]**
무영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산길을 오른다. 그의 눈빛은 오직 전방의 칠성맹 본거지를 향해 고정되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의 증오가 더욱 선명해지는 듯하다.
(내레이션): 놈의 세상이 찬란할수록, 놈이 느낄 나락은 더욱 깊어질 터. 가장 높이 올라선 자만이, 가장 처참하게 떨어져 내릴 수 있는 법.
**[컷 14]**
칠성맹의 웅장한 대문. 수많은 무림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맹주 추대식을 축하하려는 듯, 활기찬 분위기가 감돌며 웃음꽃이 피어난다. 화려한 복장의 무림인들이 연신 인사를 주고받는다.
수비병 1: 어서 오십시오! 칠성맹 맹주 추대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림인 3: 이야, 이 정도 규모라면 역대급 추대식이겠군! 사검 맹주님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겠어!
**[컷 15]**
군중 속에 섞여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무영의 모습. 그의 검은 도포는 수많은 화려한 복장의 무림인들 사이에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고, 그림자처럼 스며든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후드에 가려져 있다.
(내레이션): 그들이 축복하는 자리가, 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들의 환호가, 놈의 마지막 비명이 될 것이다.
**[컷 16]**
칠성맹의 넓은 연무장. 중앙에는 높이 솟은 단상이 마련되어 있고, 그 위에는 맹주 취임을 위한 황금빛 용상이 빛나고 있다. 수많은 문파의 기치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장관을 이룬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상에 집중되어 있다.
(내레이션): 세상은 놈을 찬양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놈의 손에 묻은 무수한 피와, 놈의 눈에 담겼던 끝없는 탐욕을. 나는 놈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악몽이 될 것이다.
**[컷 17]**
단상으로 향하는 긴 계단을 오르는 사검의 뒷모습. 그의 주변에는 칠성맹의 장로들이 따르고 있으며, 사검은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계단을 오른다.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지만, 눈빛은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듯 강렬하다.
[효과음]: 웅성거림… (수많은 사람들이 사검을 바라보며 감탄과 존경을 표하는 소리)
사검 (표정: 미소): (속으로) 드디어… 이 모든 것이 내 것이 되는구나. 무영… 네가 내 앞길을 가로막지만 않았다면, 너도 이 영광을 함께 했을 텐데. 아쉽군.
**[컷 18]**
군중 속에서 사검을 노려보는 무영의 눈 클로즈업. 그의 눈은 핏빛으로 물든 듯, 이글거리는 증오로 가득하다. 눈동자는 복수의 광기로 번뜩인다.
무영 (입술을 꽉 깨물며, 속삭이는 듯한 음성): 네놈의 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내가 겪은 고통의 만 배를 돌려주리라.
**[컷 19]**
사검이 단상의 가장 높은 자리에 다다라 뒤를 돌아 군중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린다. 그의 얼굴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승리자의 미소가 걸려 있다. 무영은 군중 속에서 그 모습을 응시하며, 어둠 속에서 그의 존재감을 숨긴다.
(내레이션): 복수의 서막이… 지금 막 열렸다.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검이, 모든 것을 얻은 자의 목을 겨눌 것이다.
**[마지막 컷]**
무영의 손이 스르륵 등 뒤의 거대한 검 자루로 향한다. 그의 손가락이 검은색 검집을 어루만진다. 컷 전체를 가득 채우는 그의 불타는 눈빛.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연무장을 집어삼킬 듯하다.
[효과음]: … (정적)
무영 (결의에 찬, 냉혹한 목소리): 사검… 이제, 내가 너의 지옥이 될 것이다.
(내레이션): 천하를 뒤흔들 피바람이, 그 맹주의 자리에 불어 닥칠 때였다.
**[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