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폐허 속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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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배경:** 잿빛 하늘 아래, 무너져 내린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낸다. 황량한 도시의 전경. 거대한 잔해가 산을 이루고, 그 사이로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먼지가 끊임없이 흩날려 시야를 뿌옇게 가린다.
**내레이션 (강하준):** 세상은 죽었다. 살아남은 것은 절망과, 그리고… 끝없는 증오뿐.
**[장면 2]**
**배경:** 허물어진 건물의 내부. 콘크리트 조각과 철근이 뒤엉킨 곳을 조심스럽게 걷는 한 남자, 강하준. 그의 등에는 낡고 거친 배낭이 매여 있고, 손에는 날카롭게 개조된 마체테가 들려 있다. 그의 눈은 피폐한 환경에 적응된 듯 날카롭고 무심하다. 낡고 찢어진 옷 위로 기워 붙인 가죽 조각들이 그의 생존 노하우를 말해준다.
**강하준 (혼잣말):** 젠장, 이제 며칠째 식량 구경도 못 하는 건지.
**[장면 3]**
**배경:** 하준이 발길을 멈춘다. 그의 시선이 바닥의 미세한 흔적에 머문다. 흙먼지 위에 찍힌 희미한 발자국. 짐승의 것은 아니다. 사람의 것이다.
**강하준 (내면):** 다른 생존자들인가. 아니면… 그 놈인가.
**[장면 4]**
**배경:** 하준이 발자국을 따라 폐허 속을 깊이 파고든다. 주변은 더욱 어둡고 습하며, 기괴한 소음이 간헐적으로 들린다. 부서진 상점가의 잔해가 눈에 들어온다. 낡은 간판이 위태롭게 매달려 바람에 흔들린다.
**사운드:** 삐걱거리는 금속음, 멀리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울음소리.
**[장면 5]**
**배경:** 하준이 멈춰 선 곳은 과거의 편의점이었던 곳.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고, 내부는 폐지더미와 잔해로 가득하다. 바닥에 뒹구는 부식된 통조림 캔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피던 그의 눈에, 한쪽 구석에 놓인 비교적 온전한 상자가 포착된다.
**강하준 (내면):** 이런 곳에…? 혹시 함정인가.
**[장면 6]**
**배경:** 조심스럽게 상자에 다가가는 하준. 마체테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간다. 상자를 발로 살짝 건드리자, 상자 안에서 ‘그르릉’ 하는 소리가 들린다. 상자 뚜껑이 확 열리며, 흉측하게 변이된 들개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 온몸에 털이 빠지고 피부는 굳은살처럼 변해 있으며, 입에서는 길고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 있다.
**사운드:** 으르렁거리는 소리, 하준의 날카로운 숨소리.
**[장면 7]**
**배경:** 변이된 들개가 하준에게 달려든다. 하준은 당황하지 않고 마체테를 휘둘러 들개의 공격을 막아낸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폐허에 울려 퍼진다. 들개는 끈질기게 다시 달려들고, 하준은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한다.
**강하준 (버럭):** 귀찮은 것들!
**[장면 8]**
**배경:** 하준이 들개의 턱을 마체테 손잡이로 강하게 올려친다. 들개가 잠시 휘청거리는 틈을 타, 하준은 온몸의 무게를 실어 마체테를 내리찍는다.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들개는 쓰러진다.
**사운드:** 뼈가 부러지는 소리, 들개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 하준의 거친 숨소리.
**[장면 9]**
**배경:** 들개를 처리한 하준이 피 묻은 마체테를 닦아낸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짜증이 섞여 있지만,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다시 상자를 향해 다가간다. 상자 안에는 먼지가 잔뜩 낀 생수통 몇 개와 뜯지 않은 통조림이 들어 있다.
**강하준 (혼잣말):** 헛수고는 아니었군.
**[장면 10]**
**배경:** 생수통 하나를 따서 목을 축이는 하준.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그의 눈빛이 아련해진다. 잿빛 폐허가 잠시 사라지고,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풀밭이 그의 눈앞에 펼쳐진다.
**내레이션 (강하준):** 한때는… 나에게도 세상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고 믿었던 친구가 있었다.
**[장면 11] (회상)**
**배경:** 종말 이전의 세계. 푸른 초원 위, 웃음꽃을 피우며 달려가는 두 명의 젊은 남자. 강하준과 이선우. 둘은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며 해맑게 웃고 있다.
**이선우:** 야, 강하준! 너 진짜 발 느리다니까!
**강하준:** 이선우! 이 사기꾼! 내가 너보다 느리다고?!
**[장면 12] (회상)**
**배경:** 밤. 모닥불 앞에서 나란히 앉아 별을 보는 하준과 선우.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그들의 얼굴을 비춘다.
**이선우:** 하준아, 만약에 말이야, 세상이 망해도 우리 둘은 꼭 같이 살아남자.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버리지 말자.
**강하준:** 물론이지, 이 자식아. 내가 널 어떻게 버리냐. 내가 너한테 지겨워서 먼저 도망칠 순 있어도.
**이선우:** (웃음) 야! 진심은 담아라, 진심은!
**강하준:** (빙긋 웃으며) 넌 내 유일한 가족 같은 놈인데. 절대 안 버려.
**[장면 13] (회상 종료)**
**배경:** 다시 현재의 폐허. 하준의 눈빛은 다시 차갑게 식어 있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 같은 것이 걸린다.
**강하준 (내면):** 가족 같은 놈이라… 개 같은 소리였지. 네가 날 버리고 돌아서던 그 순간, 난 모든 걸 잃었어. 너에게 향했던 믿음도, 세상에 대한 마지막 희망도.
**[장면 14]**
**배경:** 하준은 생수통을 배낭에 넣고 다시 발자국을 쫓기 시작한다. 그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집요해진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지만, 하준의 눈은 횃불처럼 타오른다.
**강하준 (내면):** 이선우, 네가 살아남았다면… 네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면… 내가 그 지옥까지 쫓아가 널 끌어낼 거야.
**[장면 15]**
**배경:** 하준이 허물어진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다 멈춘다. 바닥에 긁힌 듯한 선명한 자국들. 타이어 자국이다. 그냥 타이어 자국이 아니다. 하준이 한때 직접 개조해 주었던, 선우의 차량에만 있는 특이한 바퀴 자국이다. 그 자국들은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 있다.
**강하준 (입술을 깨물며):** 이 자식… 드디어 꼬리를 잡았군.
**[장면 16]**
**배경:** 하준이 고가도로 위로 올라간다. 삐걱거리는 난간을 부여잡고 위태롭게 한 발 한 발 옮긴다. 그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눈은 멀리 한 지점을 응시하고 있다.
**[장면 17]**
**배경:** 어둠이 깔린 먼 곳, 폐허 사이로 희미한 불빛들이 깜빡이는 것이 보인다. 단순한 생존자 캠프와는 다른 규모와 조직적인 배열이다. 망루가 보이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활력과 견고함.
**강하준 (내면):** 망할…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을 줄이야.
**[장면 18]**
**배경:** 하준이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킨다. 불빛이 가장 밝은 곳,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한 남자.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 지시를 내리는 듯 보인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그의 위세. 그 실루엣은 하준의 기억 속, 아니 그의 악몽 속 그 남자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선우다. 그는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강하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선우…
**[장면 19]**
**배경:** 하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의 눈은 광기로 빛나고, 턱은 단단히 굳어 있다. 그의 손에 쥐어진 마체테가 달빛을 받아 차갑게 번득인다.
**강하준 (절규하듯 속삭임):** 네가 그 자리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이… 내 지옥에서 온 선물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내가 직접… 그 지옥을 가져다줄 테니.
**[장면 20]**
**배경:** 다시 황량한 도시의 전경. 하준은 어둠 속에 그림자처럼 서 있다. 그의 뒤로 불빛이 빛나는 선우의 거점이 작게 보인다. 폐허의 밤은 깊었지만, 한 남자의 맹세는 그 어떤 어둠보다 선명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레이션 (강하준):** 이제 시작이다. 너와 나, 둘 중 하나가 진정으로 죽어야만 끝나는… 이 지독한 복수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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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