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 깃든 벽장: 이지현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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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익숙한 균열**
**[장면 #1]**
**[시간]** 밤 11시 30분
**[장소]** 서울 외곽의 고층 아파트, 이지현의 작업실
**[캐릭터]** 이지현 (20대 후반, 그래픽 디자이너)
**[상황]** 고요한 밤, 작업에 몰두하는 지현. 아파트의 정적은 그녀의 집중을 더욱 깊게 만든다.
**[연출]**
* **카메라:** 거실 불은 꺼져 있고, 작업실 스탠드만이 환하게 이지현의 얼굴을 비춘다. 모니터 화면의 푸른빛이 그녀의 안경 너머 눈동자에 반사된다. 클로즈업된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오간다.
* **사운드:** 키보드 타이핑 소리, 마우스 클릭 소리. 외부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 완벽한 정적. 아파트 특유의 미세한 ‘웅-‘ 하는 낮은 기계음만 가늘게 깔려있다.
* **색감:** 전반적으로 어둡고 차분한 푸른색 톤. 스탠드 불빛은 유일한 온기이자, 동시에 고립된 느낌을 강화한다.
**[내면의 독백]**
“마감은 언제나 내 목을 조르는 마녀 같지. 그래도 이 밤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가장 나다워진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도, 사람들의 시선도 없는 이곳, 나의 작은 요새. 그래, 이곳은 완벽해.”
**[연출]**
* **카메라:** 이지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기지개를 켠다. 그때, 펜 하나가 책상 모서리에서 스르륵 미끄러져 떨어진다.
* **사운드:** (탁!) 하는 펜이 바닥에 부딪히는 작은 소리. 고요함 속에서 유난히 크게 들린다.
**[이지현]**
“어휴, 피곤했나. 손에서 미끄러졌네.”
**[연출]**
* **카메라:** 지현이 몸을 숙여 펜을 줍는다.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문득 작업실 문 밖, 어둠이 깔린 거실로 향한다. 뭔가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느낌.
* **사운드:** 찰나의 정적.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속삭임’ 같은 소리. 너무 작아서 착각이라고 생각할 법한 정도.
**[내면의 독백]**
“방금… 뭐지?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피곤해서 헛것이 들린 거겠지. 이 시간에 누가 돌아다닌다고.”
**[연출]**
* **카메라:** 지현은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작업에 집중하려 한다. 하지만 집중은 쉽지 않다. 모니터 속 시안들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뒤편, 작업실 문은 살짝 열려 있고, 그 틈으로 어둠이 기어들어 오는 듯하다.
* **사운드:** 미세하게 들리던 속삭임이 멎고, 다시 키보드 소리만 남는다. 하지만 이번엔 어딘가 불안정한 리듬.
**[이지현]**
(작업에 집중하려는 듯, 혼잣말처럼)
“정신 차려, 이지현. 오늘 밤 안에 끝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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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시간]** 다음 날 오후 3시
**[장소]** 이지현의 부엌
**[캐릭터]** 이지현
**[상황]** 전날의 미묘한 기분을 애써 떨쳐내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려 노력하는 지현. 하지만 작은 이상 현상들이 그녀의 신경을 건드린다.
**[연출]**
* **카메라:** 햇살이 쏟아지는 부엌. 어제와는 다른 밝은 분위기. 지현이 콧노래를 부르며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컵라면 옆에는 그녀가 어제 쓰던 즐겨 마시던 머그컵이 놓여있다.
* **사운드:** 물 끓는 소리, 컵라면 용기에 물이 부어지는 소리, 지현의 콧노래. 평화로운 일상 소음.
**[이지현]**
(환하게 웃으며)
“그래, 어제는 그냥 밤샘 작업 후유증이었던 거야. 역시 햇빛은 만병통치약이군!”
**[연출]**
* **카메라:** 지현이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찬장에서 커피를 꺼내려 한다. 그녀가 손을 뻗어 열려 있는 찬장을 본 순간, 표정이 굳는다.
* **사운드:** 콧노래가 뚝 끊긴다.
**[내면의 독백]**
“잠깐만… 내 머그컵. 왜 여기 있지?”
**[연출]**
* **카메라:** 어제 분명 작업실 책상 위에 두었던 머그컵이 찬장 가장 안쪽, 다른 컵들 사이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지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그컵을 쳐다본다. 그녀는 결코 머그컵을 찬장에 넣어두는 습관이 없다. 늘 쓰고 나서 설거지통에 넣거나, 바로 건조대에 올려두곤 했다.
* **사운드:** 미묘한 긴장감의 배경음이 깔린다.
**[이지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여기다 뒀나? 어제 너무 피곤해서 정신이 없었나 보네. 하긴, 마감의 요정은 늘 나를 망각의 늪으로 데려가니까.”
**[연출]**
* **카메라:** 지현은 애써 웃으며 머그컵을 꺼낸다. 그때, 컵을 잡은 그녀의 손에 차가운 감촉이 스친다. 분명 따뜻한 햇살이 드는 부엌인데, 컵은 마치 냉장고에 넣어둔 것처럼 차갑다.
* **사운드:** 갑작스러운 ‘철컥!’ 하는 소리. 부엌 문이 저절로 닫힌다.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이지현]**
(움찔하며 뒤를 돌아본다)
“깜짝이야! 뭐지? 창문도 다 닫혀있는데…”
**[연출]**
* **카메라:** 닫힌 부엌 문을 응시하는 지현의 얼굴에 미심쩍은 표정이 스친다. 그녀는 문손잡이를 만져본다. 굳게 닫혀있다.
* **사운드:** 정적. 그리고 미세하게, 흙냄새 같은, 혹은 비릿한 쇠냄새 같은 것이 그녀의 코끝을 스치는 듯한 효과음.
**[내면의 독백]**
“점점 이상하잖아. 어제부터 뭔가… 착각이라고 하기엔 너무 또렷해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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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시간]** 그날 밤 10시
**[장소]** 이지현의 거실
**[캐릭터]** 이지현
**[상황]** 불안감에 사로잡힌 지현. 그녀의 아파트에서 미스터리한 현상들이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연출]**
* **카메라:** 어둠이 내린 거실. 지현은 소파에 앉아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텔레비전이 아닌, 희미하게 빛나는 복도 쪽을 향한다.
* **사운드:**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소리가 이질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지현의 귀에는 오직 ‘그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 **색감:** 전날 밤과 비슷한 어두운 푸른색 톤. 하지만 이번에는 공포감이 더해진 듯한 차가운 색감.
**[내면의 독백]**
“오늘 하루 종일 그랬다. 작업실 문이 저절로 닫히고, 내 물건들이 이상한 곳에 놓여있고. 심지어 화장실 거울을 볼 때마다 찰나의 순간, 내 뒤에 뭔가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어. 환영… 아니야. 확실히 느꼈어.”
**[연출]**
* **카메라:** 갑자기 거실의 모든 전등이 ‘찌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깜빡인다. 텔레비전 화면도 잠시 일그러진다.
* **사운드:** 전등이 깜빡이는 소리, 텔레비전 노이즈. 지현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효과음.
**[이지현]**
(숨을 들이켜며)
“뭐야, 정전인가? 아파트 전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건가?”
**[연출]**
* **카메라:** 지현은 벌떡 일어나 벽의 전등 스위치를 눌러본다. 불은 들어오지만, 여전히 불안하게 깜빡인다. 그녀가 스위치에서 손을 떼자, 전등은 더욱 격렬하게 깜빡이다가 완전히 꺼진다.
* **사운드:** ‘철컥!’ 하는 스위치 소리. 그리고 ‘타닥타닥’ 하며 전등이 완전히 꺼지는 소리. 아파트 전체가 암흑 속에 잠긴다.
**[이지현]**
“아니, 진짜 왜 이래! 이러면 안 되는데!”
**[연출]**
* **카메라:** 완전한 어둠 속, 지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핸드폰 플래시를 켠다. 플래시 불빛이 그녀의 손에서 흔들리며 주변을 비춘다. 그때, 책꽂이 위, 그녀가 가장 아끼는 두꺼운 양장본 소설책 한 권이 ‘스르륵’ 하며 앞으로 기울어진다.
* **사운드:** ‘스르륵’ 책이 미끄러지는 소리. 그리고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이지현]**
(숨을 헐떡이며)
“으악!”
**[연출]**
* **카메라:** 지현의 플래시가 빠르게 책이 떨어진 곳을 비춘다. 분명 똑바로 꽂혀 있던 책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집어든다. 그때, 텅 빈 거실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 위의 유리 화병이 ‘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솟아오른다.
* **사운드:** ‘드드득… 즈즈즈…’ 하는 섬뜩한 마찰음. 지현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리는 소리.
**[내면의 독백]**
“환각이 아니야. 이건… 진짜야. 내 눈앞에서, 내 집에서 벌어지고 있어. 누가, 왜 이러는 거지? 아니, 대체… ‘무엇’이 이러는 거지?”
**[연출]**
* **카메라:** 화병은 잠시 공중에 멈춰 있다가,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물기가 흥건하게 바닥에 퍼지고, 꽃잎들이 흩어진다. 플래시 불빛에 반사된 유리 조각들이 섬뜩하게 반짝인다.
* **사운드:** 유리 조각이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진다. 지현의 거친 숨소리.
**[이지현]**
(떨리는 목소리로)
“안 돼… 이건… 이건 아니야…”
**[연출]**
* **카메라:** 지현의 등 뒤, 어둠 속에 잠긴 복도 끝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사람의 형상은 아니지만, 분명 ‘무언가’의 움직임이다. 플래시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진다.
* **사운드:** 복도 쪽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고 음산한 ‘흐느끼는’ 듯한 소리. 마치 바람 빠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탄식 같기도 하다. 지현의 불안한 눈동자.
**[내면의 독백]**
“누가 보고 있어… 날 지켜보고 있어. 이 집 안에, 나 혼자가 아니야…”
**[연출]**
* **카메라:** 지현이 천천히 몸을 돌려 복도 쪽을 응시한다. 하지만 플래시 불빛이 닿기 전에 그림자는 스르륵 사라진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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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보이지 않는 족쇄**
**[장면 #4]**
**[시간]** 며칠 후, 새벽 2시
**[장소]** 이지현의 침실
**[캐릭터]** 이지현
**[상황]** 공포에 질려 밤잠을 설치는 지현. 이제 현상들은 더 이상 숨겨지지도, 합리화되지도 않는다.
**[연출]**
* **카메라:** 지현은 침대 위에서 잔뜩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다. 하지만 잠들지 못한다. 그녀의 얼굴은 며칠 동안의 공포와 수면 부족으로 파리하게 질려있다.
* **사운드:** 침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드드득, 쿵!’ 하는 둔탁한 소리들. 마치 누군가 가구를 끌고 다니거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듯한 소음.
**[내면의 독백]**
“며칠 밤낮으로 그래왔다. 물건들은 제자리를 떠나고, 문은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새벽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음들. 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도 소용없어. 이건 내 머릿속 망상이 아니야. 진짜로 일어나고 있어.”
**[연출]**
* **카메라:** 지현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아보지만,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듯하다. 쿵, 쾅, 득득. 그녀의 침실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아주 살짝 열린다. 틈 사이로 어둠이 스며들어 온다.
* **사운드:** ‘끼이익’ 하는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섬뜩한 바람 소리. 실내인데도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는 듯한 효과음.
**[이지현]**
(이불 속에서 흐느끼며)
“제발… 제발 사라져 줘…!”
**[연출]**
* **카메라:**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그녀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침실 벽에 걸린 액자 속 사진이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사진 속 밝게 웃던 지현의 얼굴이 유리 조각에 가려져 일그러져 보인다.
* **사운드:** 액자가 떨어지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그리고 침실 안 공기가 급격하게 차가워지는 듯한 음향 효과.
**[내면의 독백]**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야. 나를 괴롭히고 있어. 나를 홀로 남겨두고, 천천히… 미치게 만들고 있어.”
**[연출]**
* **카메라:** 지현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눈을 떴다. 침대 발치 쪽,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잘 보이지 않지만, 마치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것만 같다.
* **사운드:** 침실 안에서 ‘쉬이익-‘ 하는 낮은 숨소리가 들린다. 마치 코앞에서 누군가 거칠게 숨을 쉬는 듯한.
**[이지현]**
(공포에 질린 비명)
“히익!”
**[연출]**
* **카메라:** 지현이 벌떡 일어난다. 그녀의 시선이 고정된 곳은 침실의 오래된 옷장 문. 며칠 전부터 옷장 문은 항상 살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틈 사이에서, 짙고 어두운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린다.
* **사운드:** 옷장 문에서 ‘득득득’ 하는 긁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안에서 무언가 거친 발톱으로 문을 긁어대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
**[이지현]**
(떨리는 목소리로)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연출]**
* **카메라:** 지현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 옷장 문을 비춘다. 불빛이 닿자, 그림자는 일순간 사라진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쿵!’ 하고 육중한 옷장 문이 저절로 닫힌다.
* **사운드:** 옷장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 이어서,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흐흐흐…’ 하는 낮고 기괴한 웃음소리.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 짐승 같으면서도 사악한 웃음소리다.
**[내면의 독백]**
“옷장… 그 안에… 뭐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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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시간]** 다음 날 아침, 늦은 시간
**[장소]** 이지현의 거실, 부엌
**[캐릭터]** 이지현, 정민 (지현의 친구, 웹툰 작가)
**[상황]**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지현이 친구 정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정민은 지현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한다.
**[연출]**
* **카메라:** 어수선한 거실. 전날 밤 깨진 화병의 잔해는 치워졌지만, 가구들은 어딘가 삐뚤어져 있고, 불안정한 기운이 감돈다. 지현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채 소파에 앉아있다. 그 옆에는 커피잔을 든 친구 정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 **사운드:** 차분한 대화 소리. 하지만 지현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린다.
**[정민]**
“지현아, 너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웹툰 마감도 아니고, 너무 몰아붙여서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은데.”
**[이지현]**
“아니야, 정민아. 그게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내 집에서… 뭔가 살아있는 것 같아.”
**[연출]**
* **카메라:** 지현이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진지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테이블을 짚는 순간,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작은 스피커가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다.
* **사운드:** ‘쿵!’ 하는 스피커 떨어지는 소리.
**[정민]**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어? 뭐야, 진짜 놀랐네. 이거 꽤 높이가 있는데? 스피커가 잘 떨어지는 구조인가?”
**[이지현]**
(절박하게)
“봐! 봤지? 저절로 떨어졌어. 내가 만진 것도 아니잖아! 내 말을 믿어줘, 정민아.”
**[연출]**
* **카메라:** 정민은 스피커를 주워 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녀는 지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만,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 **사운드:** 정민이 스피커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소리.
**[정민]**
“음… 글쎄. 내가 보기엔 네가 스피커 모서리를 건드린 것 같은데. 조심성이 없었겠지. 지현아,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어.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일 수도 있어. 이러다 공황장애라도 오면 어떡해?”
**[내면의 독백]**
“아니야… 정민이는 날 믿지 않아. 아무도 믿지 않아. 그게 바로 ‘녀석’이 원하는 거야. 날 고립시키는 것.”
**[연출]**
* **카메라:** 지현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정민을 바라본다. 그때, 정민의 등 뒤, 부엌으로 통하는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살짝 열린다. 그 틈 사이로 어둠이 스며 나온다. 정민은 등 뒤의 문을 눈치채지 못한다.
* **사운드:** ‘삐걱’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부엌 안쪽에서 들려오는 ‘삭삭’ 하는 긁는 소리. 정민에게는 들리지 않고, 지현에게만 들리는 듯한 연출.
**[이지현]**
(작은 목소리로)
“저 문… 봐봐…”
**[정민]**
(지현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듯)
“지현아, 제발. 네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나도 같이 힘들어. 네가 편해져야 나도 편해질 수 있어. 병원에 가보자, 응?”
**[연출]**
* **카메라:**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녀는 부엌 문을 지나쳐 현관으로 향한다. 그녀가 부엌 문 바로 옆을 지날 때, 문 안쪽에서 ‘쉬익!’ 하는 섬뜩한 바람 소리가 터져 나온다. 동시에 닫혀있던 냉장고 문이 ‘활짝!’ 하고 저절로 열린다.
* **사운드:** ‘쉬익!’ 하는 바람 소리. ‘활짝!’ 하고 열리는 냉장고 문 소리. 정민은 순간 움찔하지만, 그것을 단순한 아파트의 ‘노후’ 때문이라고 생각하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정민]**
(돌아서서 지현에게)
“냉장고 문도 오래돼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내가 약속 하나 잡아줄게. 네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일단 진찰부터 받아보자.”
**[내면의 독백]**
“아무도 보지 못해. 아무도 듣지 못해. 이 모든 공포를 느끼는 건 나 혼자야. 나는 혼자야…”
**[연출]**
* **카메라:** 정민이 문을 닫고 떠난다. 지현은 홀로 남겨진 거실에 앉아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때, 거실 중앙에 놓인 스피커가 다시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다.
* **사운드:** ‘쿵!’ 하는 스피커 떨어지는 소리. 이번에는 정민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후다. 그리고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한, 낮고 음산한 ‘흐흐흐…’ 하는 웃음소리.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마치 지현의 귀에 속삭이는 듯이 들린다.
**[이지현]**
(떨리는 목소리로)
“날 비웃고 있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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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균열 속으로**
**[장면 #6]**
**[시간]** 그날 밤 12시
**[장소]** 이지현의 아파트 전체
**[캐릭터]** 이지현
**[상황]** 아파트는 지현을 집어삼키려는 듯, 모든 곳에서 기괴한 현상들이 폭주한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듯하다.
**[연출]**
* **카메라:** 어둠에 잠긴 아파트. 지현은 핸드폰 플래시를 든 채 복도를 걷는다. 온몸이 떨리고, 숨소리는 거칠다.
* **사운드:** 거친 숨소리. 벽 속에서 ‘꾸르륵’ 하는 소리. 마치 벽 안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다.
**[내면의 독백]**
“이제 더 이상 숨길 수도, 도망칠 수도 없어. 집 전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변해버렸어.”
**[연출]**
* **카메라:** 지현의 플래시 불빛이 닿는 곳마다, 벽지에서 검고 끈적한 액체가 스며 나오고 있다. 마치 벽이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그 액체는 기분 나쁜 곰팡이 냄새와 쇠 비린내를 풍긴다.
* **사운드:** ‘척척’ 하는 액체가 벽을 타고 흐르는 소리. 지현의 발소리가 공포에 질려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이지현]**
(겁에 질린 목소리로)
“이게 뭐야… 이게 대체…!”
**[연출]**
* **카메라:** 지현이 현관문으로 달려간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문손잡이가 쥐고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문이 안쪽에서 잠겨버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다.
* **사운드:** ‘끼이익, 득득!’ 문손잡이를 돌리는 소리.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만 난다.
**[내면의 독백]**
“갇혔어. 날 가뒀어. 이 집이… 이 ‘존재’가 날 가뒀어!”
**[연출]**
* **카메라:** 지현이 온몸으로 문에 부딪혀보지만 소용없다. 그때, 거실 쪽에서 ‘콰앙!’ 하는 굉음이 들린다. 플래시를 돌려보니, 거실 테이블과 의자들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다.
* **사운드:** ‘콰앙!’, ‘우당탕탕!’ 가구들이 부서지는 소리. 지현의 비명.
**[이지현]**
“으아악! 살려줘!”
**[연출]**
* **카메라:** 공중에 떠오른 가구들이 마치 살아있는 팔다리처럼 그녀를 향해 날아온다. 지현은 필사적으로 몸을 피한다. 유리창들이 ‘와장창!’ 하고 깨지면서 날카로운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 **사운드:** ‘와장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 날카로운 파편들이 흩어지는 소리.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
**[내면의 독백]**
“도망칠 곳이 없어. 사방이 벽이야. 이 집 전체가 나를 죽이려 하고 있어.”
**[연출]**
* **카메라:** 지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선다. 그때, 그녀의 등 뒤, 아파트의 가장 깊숙한 곳, 바로 침실 옷장 문이 ‘활짝!’ 열린다. 그 안에서 짙고 검은 어둠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 **사운드:** ‘활짝!’ 옷장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수십, 수백 개의 속삭임. 동시에 터져 나오는 ‘절규’ 같은 소리. 고통과 분노, 그리고 사악함이 뒤섞인 소리다.
**[이지현]**
(두려움에 질려 주저앉으며)
“아니야… 안 돼…”
**[연출]**
* **카메라:** 옷장에서 쏟아져 나온 어둠은 형체를 갖기 시작한다. 그것은 거대한 그림자다. 천장을 뚫고 솟아오르는 듯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괴한 형태. 검은 촉수들이 아파트의 벽과 바닥을 감싸 안는다.
* **사운드:** ‘크르르르릉…’ 하는 낮은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 공포가 절정에 달하는 배경음.
**[악령의 목소리]**
(수십 개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며, 낮고 웅웅거리는 울림으로)
“고독… 절망… 공포… 달콤하구나, 이지현. 너의 모든 것이 나를 살찌우는구나.”
**[연출]**
* **카메라:** 거대한 그림자 촉수들이 지현을 향해 뻗어온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지만, 이미 늦었다. 촉수 하나가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고, 다른 촉수가 그녀의 팔을 휘감는다.
* **사운드:** ‘쉬이익!’ 촉수가 지현을 감싸는 소리. 지현의 비명이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듯 터져 나온다.
**[이지현]**
(비명)
“싫어! 싫어어어어어!!!”
**[연출]**
* **카메라:** 지현의 몸이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와 절규로 일그러져 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것은 옷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옷장 깊은 곳, 어둠의 심연에서 번뜩이는 섬뜩한 붉은 눈동자들.
* **사운드:** 지현의 비명이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어둠 속에 잠긴다. 옷장 문이 ‘쿵!’ 하고 다시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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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다시 찾아온 정적**
**[장면 #7]**
**[시간]** 다음 날 아침, 늦은 시간
**[장소]** 이지현의 아파트 외부, 그리고 내부
**[캐릭터]** 없음 (혹은 멀리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상황]** 모든 소동이 끝난 후,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아파트. 하지만 그 안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어둠이 깃들어 있다.
**[연출]**
* **카메라:** 멀리서 잡은 아파트 전경. 평화로운 아침 햇살이 아파트 건물 전체를 비춘다. 깨져 있던 유리창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온전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세대의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거나 창문을 연다.
* **사운드:** 도시의 평범한 소음. 자동차 경적 소리, 새소리,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 어젯밤의 광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레이션]**
“도시의 고층 건물들은 언제나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속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비밀을 묻어둔다.”
**[연출]**
* **카메라:** 서서히 이지현의 아파트, 그녀의 현관문으로 클로즈업된다. 문은 굳게 닫혀있다.
* **사운드:** 문고리가 아주 미세하게 ‘끼이익’ 소리를 낸다. 마치 안에서 누군가 문고리를 만지는 듯한 소리.
**[내레이션]**
“아무도 알지 못한다. 고독이 짙어진 방 안에서, 한 존재가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그리고 이제 그 어둠이 어떤 형태로 아파트의 일부가 되었는지.”
**[연출]**
* **카메라:** 다시 침실의 옷장 문으로 클로즈업된다. 문은 아주 살짝 열려 있고, 그 틈으로 짙은 어둠이 새어 나온다. 옷장 안쪽 깊은 곳에서, 아주 미세하게 ‘흐흐흐…’ 하는 낮고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 **사운드:** ‘흐흐흐…’ 하는 작고 음산한 웃음소리. 그리고 그 웃음소리 속에서, 지현의 작고 희미한 ‘쉬이…’ 하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마치 어둠과 함께 영원히 갇혀버린 듯한.
**[내레이션]**
“이 도시는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 숨겨진 어둠은, 언제든 당신의 가장 은밀한 공간으로 침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출]**
* **카메라:** 옷장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아주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닫힌다. 어둠은 다시 깊은 옷장 속으로 사라진다. 아파트에는 다시 완벽한 정적이 감돈다.
* **사운드:** 옷장 문이 완전히 닫히는 소리. 그리고 침묵. 긴 여운을 남기며, 화면은 서서히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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