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Original Stories

  • 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심연의 계시록

    ### 챕터 1: 망각된 좌표

    한재현은 엉망진창인 연구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데이터 패드와 고대 문명 잔해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복잡한 연산 그래프들이 그의 삶을 대변했다. 창밖으로는 인공적인 빛을 뿜어내는 거대 도시 ‘에테르’의 첨탑들이 아득히 솟아 있었지만, 재현의 시선은 늘 더 깊은 곳, 더 오래된 시간 속을 향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그를 ‘괴짜’ 혹은 ‘시대착오적인 몽상가’라 불렀고, 주류 학계는 그의 이론을 비웃었다. “지구 깊은 곳에 잃어버린 문명이 잠들어 있다”는 그의 주장은, SF 소설의 한 구절 이상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그날도 그는 먼지 쌓인 고대 유물 조각을 들여다보며 실체 없는 과거의 잔향을 쫓고 있었다. 그때였다. 개인 단말기에서 희미한 경고음이 울렸다. 익명 발신. 보안 레벨은 최상위 암호화. 직감적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재현은 유물 조각을 내려놓고 스크린을 응시했다.

    화면 가득 펼쳐진 것은 위성 사진 한 장이었다. 황량한 지구의 ‘접근 제한 구역’ 한가운데, 수천 미터 지하를 투과한 스캔 이미지였다. 사진 속에는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원형 구조물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자연적으로는 절대 형성될 수 없는 형태. 그것은 거대한 미로처럼 얽힌 통로들의 집합체 같기도 했고, 정교하게 짜인 거대한 기계 장치의 일부 같기도 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재현은 스크린으로 다가갔다.

    “이건… 대체…”

    이미지 파일에 첨부된 것은 간결한 메시지 하나였다. ‘좌표: 45.723, -121.691. 심층 스캔 데이터 첨부.’ 그리고 이름 모를 문자의 나열. 그는 메시지의 암호를 해독하려 시도했지만, 난생 처음 보는 고대 언어의 일종인 듯했다. 해독은커녕 분석 알고리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지는 달랐다. 재현은 곧바로 연구실의 주력 스캐너 ‘오라클’을 가동시켰다. 수십 개의 홀로그램 창이 허공에 떠올랐고, 위성 이미지와 함께 첨부된 심층 스캔 데이터가 분석망에 올랐다. 오라클의 인공지능이 쉴 새 없이 데이터를 씹어 삼키고 필터링했다. 붉은색, 푸른색, 녹색의 광선들이 구조물의 깊이와 재질을 파고들었다.

    몇 분 후, 오라클의 음성 합성기가 차분한 목소리로 결과를 읊었다.
    “분석 완료. 해당 구조물은 인공물로 추정됩니다. 재질은 현재 기술로는 식별 불가. 지층 형성 시기보다 최소 5천 년 이상 앞선 것으로 판단됩니다. 깊이 약 3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합니다. 에너지 반응, 미약하게 감지됩니다.”

    재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5천 년 이상. 그의 이론과 정확히 일치하는 시간대였다. 잊혀진 문명, 대재앙 이전의 숨겨진 기술. 이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평생을 걸고 찾아 헤매던 진실의 첫 조각일지도 몰랐다.

    “에너지 반응이라니? 어떤 종류의 에너지지?” 재현은 숨죽여 물었다.

    “불명확합니다. 기존 에너지 스펙트럼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다만, 극히 안정적인 상태로, 현재 활동 중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활동 중. 마치 심해에서 잠들어 있던 거대한 생명체가 희미하게 숨을 쉬는 것처럼.

    그때, 또 다른 통신 연결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엔 익숙한 발신자, 이세진 박사였다. 주류 학계의 촉망받는 고고학자이자, 재현의 유일한 친구. 그리고 가장 열렬한 비판자이기도 했다.

    재현은 한숨을 쉬고 통신을 받았다. 세진의 단정한 얼굴이 홀로그램 창에 떠올랐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로 재현의 흐트러진 연구실을 훑어보았다.

    “한재현, 또 무슨 기묘한 데이터의 늪에 빠져 있는 거야? 보고서 마감은 기억하고 있어?”

    “보고서 같은 건 됐어, 세진. 이건… 너도 봐야 해.”

    재현은 오라클의 분석 결과를 세진에게 공유했다. 세진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늘 냉정하고 이성적이던 그녀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스쳤다.

    “이건… 조작된 데이터일 가능성이 높잖아. 아니면 자연적인 지질 구조를 착각한 거거나. 자네도 알겠지만, ‘접근 제한 구역’은… 너무 위험해. 전례가 없던 일이야. 수많은 탐사대가 사라졌어.”

    “조작된 게 아니야. 오라클의 최고 등급 알고리즘이 확증했어. 그리고 자연적인 구조물이라면 이렇게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를 띨 리 없어. 이것 봐, 이 에너지 반응. 미지의 에너지라고.” 재현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내 이론이 옳았어, 세진. 정말로 고대 문명이 지하에 존재했던 거야.”

    세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다.
    “재현, 자네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이건 너무 무모해. 정부 기관의 허가 없이는 ‘접근 제한 구역’에 발 한 발짝도 들일 수 없다는 걸 알잖아. 자네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목숨을 걸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진실도 있어.” 재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확신으로 불타고 있었다. “나는 저곳에 가야만 해. 내가 평생을 바쳐 찾던 답이 저 아래에 있을지도 몰라.”

    세진은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럴 줄 알았어. 자네를 막을 순 없을 거야. 하지만… 제발 조심해. 아무리 괴짜라고 해도, 자네가 사라지는 건 원치 않아.”

    “걱정 마. 나는 늘 답을 찾아냈으니까.” 재현은 미소를 지었다.

    통신이 끊긴 후, 재현은 즉시 탐사 준비에 착수했다. 먼저 개인 장비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의 오랜 모험을 함께했던 장비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자동 정비 드론 ‘스파크’가 날아와 탐사 슈트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방어복, 휴대용 에너지 팩, 다기능 스캐너, 지형 분석 드론, 그리고 비상용 구급 키트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스파크, 산소 농도 조절 필터 이상 없고, 대기압 조정 시스템 최적화 상태 유지. 에너지 코어 충전 완료.” 스파크가 작은 기계음으로 보고했다.

    “좋아.” 재현은 탐사 슈트를 입었다. 묵직하지만 유연한 슈트가 몸을 감싸자 익숙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는 도시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개인 비행선 격납고로 향했다. 비행선 ‘아스트라’는 그의 오랜 친구였다. 날렵한 유선형의 기체는 도심의 화려한 건축물들과는 이질적인, 야생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아스트라, 목적지: 좌표 45.723, -121.691. 접근 제한 구역으로.”

    “확인. 비행 경로 설정 완료. 예상 비행 시간 3시간 20분. ‘접근 제한 구역’ 진입을 위한 허가 코드가 없습니다. 강행하시겠습니까?” 아스트라의 인공지능이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강행.” 재현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아스트라는 도시의 빛을 뒤로하고 밤하늘로 솟아올랐다. 창밖으로는 수백 년 전 대재앙으로 인해 황폐해진 대지가 끝없이 펼쳐졌다. 일부 구역은 독성 대기로 뒤덮여 있었고, 또 다른 구역은 거대한 사막으로 변해 있었다. 과거의 문명이 남긴 거대한 잔해들이 풍화된 채 잊혀진 도시처럼 솟아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생명체들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기괴한 형태였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이었다.

    3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아스트라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스캔 데이터가 가리키던 그곳은 거대한 암석층이 융기된 험준한 산악 지형이었다. 불모지에 가까운 풍경 속에서, 거대한 균열이 지표면을 가르고 있었다. 마치 거인이 검으로 지면을 내리친 듯한 흉터였다.

    아스트라는 균열 근처의 작은 평지에 착륙했다. 재현은 슈트의 헬멧을 쓰고 해치를 열었다.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훅 끼쳐 들어왔다. 대기는 예상보다 안정적이었으나, 삭막한 기운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스캐너를 들고 균열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스캐너는 지하 3킬로미터 지점의 구조물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균열은 단순한 틈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적인 것처럼 위장된, 거대한 심연으로의 입구였다.

    “스파크, 선두에서 지형 분석 및 안전성 확인. 나는 뒤따라갈게.”

    “명령 확인. 탐사 시작.”

    작은 드론 스파크는 헬멧에 장착된 램프처럼 불빛을 내며 균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재현은 안전 로프를 단단히 고정하고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헬멧 내부의 라이트가 좁고 울퉁불퉁한 통로를 비췄다. 바닥은 미끄러웠고, 벽면에서는 축축한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광물질의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수십 미터를 내려갔을까. 통로는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고, 이따금씩 기묘하게 각진 암석층이 나타났다. 자연적인 풍화 작용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교한 절단면들이었다.

    “스파크, 혹시… 인공적인 구조물일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불명확. 그러나 특정 구간의 암석 재질에서 미약한 인위적 가공 흔적 감지.”

    재현의 심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뛰었다. 그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 이곳은 단순한 균열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만들어낸 길이었다.

    어둠은 한없이 깊었다. 지표의 빛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는 홀로 고요한 심연 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헬멧 내부의 에코 사운더가 불규칙하게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발걸음 소리만이 적막을 깨트렸다. 그의 앞에는 미지의 심연이, 그리고 그 아래에는 망각된 문명의 비밀이 잠들어 있었다.

    이 끝없는 어둠의 저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재현은 두려움보다 더 큰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마침내, 그가 평생을 찾아 헤매던 진실의 문턱에 도달한 것이었다.

  • 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제목: 잊힌 사당의 속삭임**

    **[장면 1]**

    **패널 1:**
    어둡고 울창한 숲 속, 햇살마저 뚫고 들어오기 힘든 깊은 산속. 고목들이 기괴한 형상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 사이를 한 청년, **이안(李安)**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헤치고 나아가고 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종이 지도와 붓, 그리고 정교하게 세공된 나침반이 들려 있다. 옷은 여기저기 긁히고 흙먼지가 묻어 있지만, 그의 눈빛은 지칠 줄 모르는 탐구열로 가득하다.

    **이안 (독백):**
    “…젠장, 또 틀렸어. 어째서 이토록 기본적인 산세조차 이 지경이란 말인가. 대체 수십 년 전, 이 지도를 만든 자들은 뭘 보고 그린 거지? 아니면… 애초에 보이지 않았던 건가?”

    **패널 2:**
    이안이 멈춰 서서 나침반과 지도를 번갈아 본다. 그의 얼굴에 미간을 찌푸린 채 복잡한 표정이 스친다. 지도는 이안이 직접 그린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도의 부정확성을 직접 확인하고 수정하려는 열의가 엿보인다.

    **이안 (독백):**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지. ‘이 청량산은 말이다, 세상의 모든 비밀을 품고 있단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전부가 아니지.’ 어릴 적엔 그저 노인의 허황된 옛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일지도 모른다.”

    **패널 3:**
    이안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시선은 숲의 가장 깊은 곳, 햇빛조차 잘 닿지 않는 음침한 방향을 향한다. 발 아래는 밟으면 푹푹 꺼지는 낙엽과 오래된 흙더미. 일반적인 등산로와는 거리가 먼, 인적이 끊긴 곳이다.

    **이안 (독백):**
    “모두들 비웃었지. ‘이안 도련님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쓸모없는 옛 문헌이나 파헤치고, 허황된 전설에 매달리지.’ 하지만 나는 알아. 진실은 언제나 저 멀리,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장면 2]**

    **패널 4:**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던 이안의 시야에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들어온다. 그는 숨을 ‘헙’ 들이킨다. 덩굴과 이끼로 뒤덮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분명 인공적인 건축물의 흔적이다. 오래된 돌담이 숲의 일부처럼 굳건히 서 있다.

    **이안:**
    “이럴 수가… 정말… 정말이었어!”

    **패널 5:**
    이안이 놀라움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거대한 돌덩이들이 쌓아 올려진 벽은 천 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문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내렸는지, 뻥 뚫린 입구가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다. 주변에는 이름 모를 고목들이 건물을 감싸 안고 있다시피 자라나 있다.

    **이안:**
    “지도의 어느 곳에도, 그 어떤 역사서에도 기록되지 않았던… 사당이라니.”

    **패널 6:**
    이안이 무너진 문턱을 넘어 사당 내부로 들어선다. 공기는 바깥과 확연히 다르다. 서늘하고 습하며, 마치 수천 년의 침묵이 응축된 듯한 묵직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이안 (독백):**
    “여기야. 분명… 여기일 거야. 그 금지된 서책에서 언급했던, ‘별의 숨결이 닿는 곳’이.”

    **[장면 3]**

    **패널 7:**
    사당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천장은 일부 무너져 내렸지만, 기적적으로 중앙 부분은 온전하게 남아 햇빛이 가늘게 새어 들어온다. 그 빛줄기 아래, 희미한 먼지들이 공중을 유영한다. 벽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무늬들과 추상적인 형상들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 그 어떤 왕조의 양식과도 일치하지 않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그림들이다.

    **이안:**
    “아무도… 아무도 여기를 몰랐단 말인가? 어째서 이렇게 거대한 유적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잊혀 있었지?”

    **패널 8:**
    이안의 시선이 사당 중앙에 놓인, 아무것도 올라가 있지 않은 돌 제단에 닿는다. 제단 위에는 거칠게 다듬어진 평평한 돌판이 놓여 있다. 다른 돌들처럼 이끼나 먼지가 잔뜩 덮여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안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안 (내레이션):**
    그것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잊힌 약속을 품고 있었다.

    **패널 9:**
    이안이 조심스럽게 제단에 다가가 돌판을 손으로 쓸어본다. 두꺼운 먼지가 걷히자, 돌판 표면에 새겨진 정교하지만 희미한 문양들이 드러난다. 그것은 이안이 몇 년간 비밀리에 탐독했던, 금서 취급을 받던 고대 주술서에서 본 적 있는 상징들과 놀랍도록 유사했다.

    **이안:**
    “이건… 설마… 그 문양?”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아니야… 그럴 리가… ‘잠자는 눈을 깨우는 자, 태고의 속삭임을 듣게 되리라.’ 그저 허황된 구절일 뿐이었어.”

    **[장면 4]**

    **패널 10:**
    이안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돌판 위에 얹는다. 손끝이 문양의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다가, 특정 지점에서 멈춘다. 그곳은 주술서에 ‘시작의 표식’이라 불리던 작은 원형 문양이었다.

    **이안 (독백):**
    “그래, 어차피 속는 셈 치고…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돌덩이가 말이라도 할 리는 없을 테고.”

    **패널 11:**
    이안이 망설임 끝에 손바닥을 돌판 위에 완전히 밀착시킨다. 차갑고 거칠던 돌의 감촉이 순간, 미묘하게 따스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효과음:**
    즈으으응…. (낮게 울리는 진동음)

    **이안:**
    “헙…!” (작게 신음한다.)

    **패널 12:**
    돌판에 새겨진 문양들에서 희미한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푸른빛과 은색빛이 뒤섞인 오묘한 색채의 빛이 실선처럼 문양을 따라 흐르며 점점 밝아진다. 빛은 돌판을 넘어 제단 전체를 감싸기 시작하고, 사당 내부의 공기마저 흔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안:**
    “이게… 대체… 무슨…!”

    **[장면 5]**

    **패널 13:**
    빛은 점점 강렬해지며 이안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그의 눈은 놀라움과 함께 알 수 없는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다. 빛은 사당의 벽면에 그려진 희미한 그림들마저 활성화시키는 듯, 그림 속의 별자리 문양들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사당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효과음:**
    쉬이이이이익…!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소리)
    콰아아아… (낮고 웅장한 진동음)

    **패널 14:**
    돌판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순식간에 응축되며, 이안의 눈앞에 작은 구체 형태로 떠오른다. 구체는 수정처럼 투명하면서도 내부에 은하수가 흐르는 듯한 황홀한 빛깔을 띠고 있다. 그것은 어떤 존재의 ‘눈’처럼 이안을 응시하는 듯했다.

    **이안 (독백/내레이션):**
    수천 년의 세월을 넘어, 잊힌 시대의 속삭임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세상은… 이제 막, 새로운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최종 패널:**
    떠오른 빛의 구체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이안의 모습.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알 수 없는 결의가 뒤섞여 있다. 구체의 빛이 그의 눈동자에 반사되며 밝게 빛난다.

  • 대체 역사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 속을 가르는 한 줄기 빛, 그것이 바로 ‘새벽별호’였다. 망망한 심우주, 수십 억 년의 고독 속에서 별들의 춤을 관망하는 미답의 성간 공역을 가로지르며, 우리 인류의 작은 호기심을 싣고 나아가는 탐사선. 선장 이진호는 함교의 투명한 대형 창 너머로 펼쳐진 은하의 장엄한 비경을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다. 망원경으로도 잡히지 않는 아득한 곳, 차원 도약 엔진의 규칙적인 진동만이 이따금 고요를 깨트렸다.

    “선장님,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나긋하지만 긴장감 어린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과학 담당 박세아 소령이었다. 단정한 묶음 머리 사이로 스민 날카로운 눈빛은 이미 홀로그램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에너지 반응? 무슨 종류지?” 진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구역은 그 어떤 인공 구조물이나 행성계도 발견되지 않은, 이론적으로 ‘텅 빈’ 공간이었다.

    “정의 불가능합니다. 기존에 알려진 어떤 물리적, 혹은 비물리적 에너지 스펙트럼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특이합니다, 선장님.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세아의 말에 평소 냉철했던 진호의 얼굴에도 의아함이 스쳤다. 존재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니. 그녀가 그런 표현을 쓸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항해사 김민준, 현 위치에서 궤도 이탈. 즉시 해당 좌표로 접근 경로 설정해.”

    “네, 선장님! 목표 지점까지 12시간 소요됩니다. 추가 정보가 필요할까요?” 민준 대위의 목소리엔 호기심과 함께 미세한 경계심이 배어 있었다. 그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인물이었다.

    “현재로서는 불필요하다. 세아 소령, 해당 에너지 반응에 대한 심층 분석을 계속 진행하고, 발견되는 모든 이상 징후를 보고해.”

    “알겠습니다!”

    새벽별호는 거대한 항성들의 무덤을 벗어나, 미지의 존재를 향해 서서히 방향을 틀었다. 우주선 전체를 감싸던 고요함이 깨지고, 조종석에는 낮게 깔린 전자음과 승무원들의 옅은 숨소리가 오갔다.

    열두 시간 후, 새벽별호는 정체불명의 존재와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도달했다. 함선 내부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홀로그램 스크린에는 거대한 검은 형체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말도 안 돼….” 세아는 스크린에 코를 박을 듯 다가서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이지적인, 그러나 동시에 광기 어린 존재감이었다. 가공할 만큼 매끄러운 검은 다면체. 가장자리는 날카롭게 깎여 있었으나, 표면은 흡수성 물질로 이루어진 듯 주변의 모든 빛을 삼키고 있었다. 별빛마저도 그 존재 앞에서는 힘을 잃고 사라지는 것 같았다. 크기는 대략 지구의 도시 하나를 통째로 삼킬 만한 규모. 마치 거대한 블랙홀의 조각을 떼어내어 조각해 놓은 것만 같았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육안으로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데?” 민준이 경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에너지 반응도 여전히 ‘정의 불가능’입니다. 표면은 그 어떤 전자기파도 반사하거나 방출하지 않아요. 오히려… 흡수하고 있습니다.” 세아의 목소리엔 흥분과 함께 미지의 공포가 엿보였다.

    “수천 년간 이 광활한 우주를 헤매며 수많은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아 헤맸지만… 이런 것은 처음입니다.” 진호는 침착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명령을 내렸다. “선회하여 모든 각도에서 스캔을 시도한다. 최강현 상사, 함선의 모든 방어 시스템을 최고 단계로 설정하고 대기해. 무슨 일이 있어도 함선 외부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방출하지 마.”

    “알겠습니다, 선장님. 전원 시스템 이상 없습니다.” 엔지니어 최강현 상사의 투박한 목소리가 답했다. 그는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새벽별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새벽별호가 거대한 다면체 주위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웅-’

    갑자기 새벽별호 전체가 미세한 진동에 휩싸였다. 그것은 기계적인 진동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종이 울리는 듯한, 혹은 심장이 뛰는 듯한, 저음의 공명이었다. 그 진동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승무원들의 정신을 흔들었다.

    “이게 무슨…!” 민준이 휘청이며 함교 벽을 짚었다.

    “함선 이상 없습니다! 외부 충격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최강현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에너지 반응… 변동이 있습니다! 아뇨, 변동이라고 할 수 없어요! 진동에 따라… 내부에서 무언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눈은 홀로그램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초점이 흐트러진 듯했다.

    진호 역시 온몸으로 느껴지는 진동에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단순히 음파가 아니었다. 뇌를 직접 울리는 듯한, 알 수 없는 언어가 내면을 휘젓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진동의 파고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거대한 검은 다면체에서 옅은 오색 빛깔의 안개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안개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 안에서 마치 영상처럼 명멸하는 이미지들이 나타났다. 고대 문명의 유적, 알 수 없는 기호, 그리고… 아주 잠깐, 누군가의 ‘눈’과 마주친 듯한 섬뜩한 감각이 진호의 뇌리를 스쳤다.

    “선장님!” 세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눈은 공포와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저 안개… 함선 안으로 침투하고 있어요! 비활성화 장벽을 뚫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진호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어가 아니었다. 파형도, 주파수도 아니었다. 단지… ‘감각’이었다.

    *환영한다… 오래 기다렸다…*

    그 순간, 진호의 시야가 오색의 안개로 뒤덮였다. 그는 자신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우주가 아니었다. 별들도, 은하도 아니었다. 그것은…

    “선장님! 정신 차리십시오!” 민준의 다급한 외침이 아득하게 들려왔지만, 진호는 이미 다른 차원에 갇힌 듯했다.

    그의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의 ‘기록’이 있었다.

    태초의 우주, 별들의 탄생과 소멸, 수십억 년간 이어진 문명의 흥망성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한, 거대한 어둠의 그림자.

    진호는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지는 정보의 폭주 속에서, 그는 절규하고 싶었다.

    이것은… 이 유물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가?

    그의 의식이 저편으로 아득하게 멀어지려 할 때, 진호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감각을 포착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

    다음 챕터에 계속됩니다.

  • 던전 탐험 독립적인 단편 소설

    천공의 요람, 그 이름처럼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오른 잊혀진 탑의 던전 깊숙한 곳. 고대 문명의 잔해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영혼의 서재’ 앞에 탐험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묵직한 돌문은 오래된 마법 문양으로 가득했고, 그 너머에서는 미약하게나마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세나 님,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닙니까?” 김진호 대장이 굳게 닫힌 문을 힐끗 보며 초조하게 말했다. 그의 커다란 방패가 불안한 듯 달칵거렸다.

    “벌써 세 시간째예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박수현 힐러가 두 손을 모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문 안에는 탐험대의 핵심 전력이자 고대 룬 문자 해석의 대가, 이세나 룬 마스터가 홀로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이곳 영혼의 서재에서 발견된 미지의 룬 문자 해석에 몰두하겠다며, 잠시 자신을 혼자 두기를 요청했고, 위험에 대비해 내부에서 강력한 마법으로 문을 봉인한 상태였다.

    “세나 님은 원래 연구에 몰두하시면 시간을 잊으시잖아요.” 최지훈 로그가 벽에 기대어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도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너무 조용해요. 평소라면 룬 해석 도중에라도 몇 번쯤은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을 텐데.” 서예린, 이세나의 제자이자 수습 룬 마스터가 문에 귀를 대고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강휘는 한참 동안 말없이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직업은 과거에는 ‘분석가’로 불렸고, 지금은 그저 ‘이상한 이방인’ 정도로 여겨졌다. 전투 능력은 보잘것없었지만, 어떤 던전이든, 어떤 상황이든 단숨에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의 시선은 문의 마법 문양을 따라 흐르다, 문틈 사이에서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마나의 잔류에 멈췄다.

    “이건… 세나 님의 마나와는 조금 다르군.” 강휘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요?” 진호 대장이 되물었다.

    “이 봉인은 외부의 힘으로 강화된 것 같군요.” 강휘가 손가락으로 문턱의 미세한 균열을 짚었다. “아니, 외부의 힘으로 ‘왜곡’된 것일지도.”

    “그게 무슨 소리요? 세나 님이 직접 안에서 봉인한 거 아닙니까?” 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세나 님이 직접 봉인한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마나가 불안정하게 뿜어져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완벽주의자니까요.”

    강휘의 말에 팀원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그럼…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겁니까?” 수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면… 누군가가 봉인을 훼손했다는 뜻이죠.” 강휘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봉인을 부수고 들어갑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안에서 세나 님이 직접 봉인한 걸 함부로 풀었다간…!” 진호가 반박했지만, 강휘는 이미 그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진호 대장, 당신은 이 봉인을 깨고 싶지 않겠죠. 룬 마스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든, 우리는 확인해야만 합니다.” 강휘의 단호한 목소리에 진호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들 준비해! 봉인을 깬다!”

    진호의 방패가 마법의 문을 향해 거세게 충돌했다. 쾅! 쾅! 쾅! 룬 마법이 벼락처럼 터져 나오며 진호의 팔을 저릿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지훈의 단검이 마법 문양의 취약점을 파고들었고, 수현의 정화 마법이 봉인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휘가 손가락으로 공중에 복잡한 마법진을 그리자, 문의 방어력이 순식간에 약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끼이이익- 묵직한 돌문이 마침내 열렸다.

    영혼의 서재 내부는 고요했다. 수백, 수천 권의 고서가 꽂힌 서가들 사이, 중앙 테이블에는 촛불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테이블 앞에, 이세나 룬 마스터가 쓰러져 있었다.

    “세나 님!” 예린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수현이 급히 몸을 숙여 그녀의 맥박을 짚었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늦었어요…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절망과 분노가 스쳤다. 하지만 강휘는 달랐다. 그는 쓰러진 세나의 시신을, 그리고 주변 공간을 마치 사진을 찍듯 담아냈다.

    “상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진호가 경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 침입의 흔적도, 싸움의 흔적도… 대체 어떻게?”

    강휘는 세나의 손에 쥐여 있던 닳아빠진 깃펜, 테이블 위에 펼쳐진 룬 문자 지도, 그리고 그녀의 시신 주변에 흩뿌려진 듯한 미세한 마나의 조각들을 면밀히 살폈다.

    “이것 보십시오!” 예린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세나의 목덜미를 가리켰다. “가느다란 실금 같은 멍 자국이….”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정말로, 세나의 목 왼쪽 부분에 아주 희미하게, 마치 압력으로 생긴 듯한 실금 모양의 멍 자국이 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흔적으로 사람이 죽을 리는….” 지훈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죽을 수도 있습니다.” 강휘가 나직이 말했다. “만약 그것이 급소에, 적절한 타이밍에, 특정한 힘으로 가해졌다면.”

    그는 방의 사방을 훑었다.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 외부와 통하는 유일한 통로는 우리가 부수고 들어온 이 문뿐. 내부에서 봉인되었고, 그 봉인은 그녀의 마나로 작동했다. 밀실 살인.

    “살인자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진호가 주먹으로 벽을 쳤다. “문은 안에서 굳게 봉인되어 있었는데!”

    “그게 이 사건의 핵심이자 트릭이죠.” 강휘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이제 서재 한구석에 놓인, 미완성 상태로 보이는 거대한 마법진에 고정되었다. 그 마법진은 이전에 보았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안정한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세나 님이 연구 중이던 새로운 공간 룬인가….” 예린이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몰두하셨죠.”

    “그렇군요.” 강휘가 마법진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마나의 흐름을 읽어내는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이 마법진은… 일시적인 공간 왜곡을 일으키는 룬이군요. 아직 미완성이라 불안정하지만, 성공한다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물질의 일부를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말도 안 돼! 그런 위험한 룬을 왜 연구하셨단 말입니까?!” 진호가 소리쳤다.

    “이곳의 고대 문서들에는 이런 공간 왜곡 룬의 파편적인 정보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세나 님은 그걸 완성시키려고 하셨을 겁니다.” 예린이 답했다.

    강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룬은… 주변의 마나를 끌어당겨 한 점에 집중시키는 특징이 있군요. 집중된 마나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면서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립니다.”

    그의 눈은 다시 세나의 시신을 향했다. 그녀의 손에 쥐여 있던 깃펜, 그리고 펼쳐진 룬 문자 지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목에 새겨진 희미한 멍 자국.

    “범인은 세나 님의 연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죠.” 강휘가 목소리를 낮췄다. “아니, 어쩌면 그 연구에 깊이 관여한 자일지도 모릅니다.”

    모두의 시선이 강휘에게로 쏠렸다.

    “세나 님은 이 룬의 위험성 때문에, 연구에 착수하기 전 서재를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키는 마법 봉인을 걸었을 겁니다. 그녀의 평소 습관대로.”

    “그렇습니다. 항상 그렇게 하셨죠.” 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범인은… 세나 님이 이 공간 왜곡 룬을 활성화시키는 바로 그 순간을 노렸습니다. 이 룬은 마나를 한 점으로 끌어당겨 폭발시키는데, 그 짧은 찰나, 마나의 흐름이 가장 불안정해지는 순간, 서재의 봉인 역시 아주 미세하게, 순간적으로 약화됩니다.”

    강휘는 서재 중앙에 서서 허공을 손으로 저었다. “세나 님은 이 공간 왜곡 룬의 에너지를 손으로 직접 컨트롤하며 안정화시키려 했을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그 순간,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세나 님의 몸을 통하는 마나의 흐름을 역류시켰습니다.”

    “역류요?” 수현이 되물었다.

    “네. 공간 왜곡 룬의 불안정한 에너지가 세나 님의 몸을 통해 역류하면서, 그녀의 마나 코어를 압박하고 목의 급소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을 겁니다. 외부 상처 없이, 내부에서부터 파괴시키는 방법이죠. 목의 멍 자국은 그 순간의 강력한 압력이 남긴 흔적입니다.”

    진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럼 살인자는… 대체 어떻게 탈출한 겁니까? 봉인은 다시 완벽하게 닫혔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걸 깨고 들어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게 범인이 노린 또 다른 트릭입니다.” 강휘의 눈이 서재 구석의 마법진을 가리켰다. “미완성된 공간 왜곡 룬은 순간적으로 주변 공간의 마나 밀도를 극도로 높였다가 낮춥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마나에 극도로 민감한 존재라면 봉인된 마법 방벽을 마치 그림자처럼 통과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범인은 세나 님을 살해한 직후, 그녀의 미완성 룬이 만들어낸 공간 왜곡의 잔류 에너지를 이용해 이 밀폐된 서재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마치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말도 안 돼…! 그럼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는 겁니까?” 지훈이 경악했다.

    강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팀원들 사이를 훑었다.

    “이세나 룬 마스터의 연구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룬을 활성화시키려 하는지 파악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녀의 마나 컨트롤 방식까지 꿰뚫어 볼 수 있었던 자. 이 모든 조건이 가능한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

    강휘의 눈이 서예린에게 고정되었다. 예린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떨고 있었다.

    “예린 씨. 당신은 세나 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였죠. 그녀의 모든 연구 과정을 함께했고, 그녀의 마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세나 님이 이 룬을 활성화시키는 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아… 아니에요! 말도 안 돼…! 저는 그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에요!” 예린이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히스테리컬하게 높아졌다.

    “당신은 아까, 이 룬을 ‘새로운 공간 룬’이라고 했습니다.” 강휘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세나 님은 이 룬을 ‘미완성된 공간 왜곡 룬’이라고 기록했습니다. 공간을 ‘새롭게 창조’하는 룬과, 기존 공간을 ‘왜곡’시키는 룬은 천지 차이입니다. 당신은 이 룬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고, 그 이름을 정확히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지금은 ‘새로운’ 룬이라고 둘러댔죠. 마치 이 룬이 당신의 탈출을 도왔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것처럼.”

    예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이미 모든 눈이 그녀에게로 향해 있었다.

    “게다가… 당신은 세나 님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녀의 목에 난 희미한 멍 자국을 가장 먼저 발견했습니다.” 강휘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 “그 상처는 너무나도 미미해서, 우리 모두 잠시 지나칠 뻔했죠. 하지만 당신은 정확히 그 부분을 집어냈습니다. 마치 자신이 가한 상처임을 확인하려는 듯이 말이죠.”

    “아… 아니야… 저는 그저… 걱정되어서…” 예린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서재에 들어오기 전, 당신은 ‘평소라면 룬 해석 도중에라도 몇 번쯤은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을 텐데’라고 말했습니다.” 강휘가 예린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곳의 봉인은 외부와 마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세나 님의 방식입니다. 심지어 힐러인 수현 씨조차 내부의 마나 파동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죠. 이는 당신이 이 봉인이 완벽하게 마나를 차단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사실을 당신만이 알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사실을 말한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안에 있었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으니까요.”

    서예린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의 눈은 공허하게 강휘를 응시했다.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 그렇습니다… 제가… 제가 죽였습니다…” 예린이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세나 님은… 저에게 늘 완벽을 강요하셨어요. 저의 재능을 늘 부족하다고 꾸짖으셨죠. 저는… 저는 그분만큼 될 수 없는데… 왜 저를 붙잡고…! 제가… 제가 그 룬을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분의 이름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울부짖음은 영혼의 서재에 차갑게 울려 퍼졌다.

    진호 대장이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예린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탐험은 성공적으로 던전 깊숙한 곳까지 도달했지만, 가장 잔혹한 함정은 바로 그들의 동료 사이에 숨어 있었다. 강휘는 말없이 창백한 얼굴의 예린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꿰뚫어 보는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천재적인 두뇌는 언제나 진실을 밝혀냈지만, 그 진실은 종종 세상의 가장 추악한 부분을 드러낼 뿐이었다.

  • 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낯선 손님

    **장르:** 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핵심 줄거리:**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에피소드 제목:** 낯선 손님

    **장면 1**
    **[배경]** 해 질 녘, 도시의 고층 아파트 거실. 창밖으로는 빌딩 숲 사이로 붉게 물든 하늘이 보인다. 거실은 깔끔하지만 어딘가 텅 빈 느낌을 준다.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다.
    **[인물]** 20대 후반 여성 ‘지민’. 노트북 앞에 앉아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퇴근 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푸석한 머리칼이 늘어져 있다.
    **[내레이션 (지민)]** 언제부터였더라. 이 빌어먹을 오피스텔에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일이 똑같았다. 출근, 야근, 퇴근, 그리고 혼자만의 밤.
    **[효과음]** (도시의 미약한 소음) 웅-

    **장면 2**
    **[배경]** 지민의 손이 뻗어 테이블 위 컵을 잡으려 한다. 컵 안에는 식은 커피가 담겨 있다. 컵 가장자리에 말라붙은 커피 자국이 보인다.
    **[내레이션 (지민)]** 너무 지쳐서, 가끔은 내가 뭘 하려 했는지도 잊곤 했다. 그냥 기계처럼.
    **[대사 (지민, 혼잣말)]** 아… 커피 다 식었네.
    **[효과음]** (잔잔한) 컵 바닥이 테이블에 끌리는 미세한 소리. 스윽-

    **장면 3**
    **[배경]** 지민의 시선이 컵으로 향한다. 컵은 방금 전 지민이 잡으려던 위치에서 아주 미세하게, 손톱만큼 옆으로 이동해 있다. 그 순간 지민의 눈이 가늘어진다.
    **[내레이션 (지민)]** 그때였다. 처음으로 ‘이상하다’는 감각이 들었던 건.
    **[대사 (지민, 혼잣말, 중얼거림)]** 어? 내가 여기 놨었나…?

    **장면 4**
    **[배경]** 지민이 컵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피곤함에 착각했다고 생각하는 표정. 어깨를 한번 으쓱한다.
    **[내레이션 (지민)]** 피곤해서 헛것이 보였겠지. 아니면, 내가 컵을 잡으려다 무의식적으로 밀었거나. 뭐, 그런 시시한 이유겠지.

    **장면 5**
    **[배경]** 며칠 후. 밤늦은 시간, 지민이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방은 어두컴컴하고, 스탠드 불빛만 그녀의 얼굴을 비춘다.
    **[효과음]** (작게, 불규칙하게) 똑, 똑, 똑…
    **[대사 (지민, 혼잣말)]** 뭐야, 이 소리는?

    **장면 6**
    **[배경]** 지민이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연다. 복도는 불이 꺼져 어둡다. 거실 쪽에서 들리는 소리인 듯하다. 지민의 발이 카펫에 닿는 순간, 소리가 잠시 멈춘다.
    **[내레이션 (지민)]** 벽시계 소리는 아닐 텐데. 내가 우리 집에 벽시계 같은 걸 둘 리가 없잖아.

    **장면 7**
    **[배경]** 지민이 거실로 나선다. 냉장고 옆, 정수기 위에서 똑, 똑, 하는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정수기에서 물이 새는 소리는 아니다.
    **[내레이션 (지민)]** 물방울 소리인가? 설마, 누수? 이 비싼 아파트에?
    **[효과음]** 똑… 똑… 톡… (불규칙하게 계속)

    **장면 8**
    **[배경]** 지민이 정수기 주변을 살펴보지만, 물방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소리는 여전히 들리는 듯하다가,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면 뚝 멈춘다. 지민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다.
    **[대사 (지민, 혼잣말, 짜증스럽게)]** 미치겠네. 피곤하면 없는 소리도 들리나.

    **장면 9**
    **[배경]** 다음 날 아침. 지민이 주방에서 토스트를 굽고 있다. 창문이 활짝 열려있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내레이션 (지민)]** 그래,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거야. 잠도 못 자고 야근에 시달리니 별 이상한 소리가 다 들리지.
    **[효과음]** (바람 소리) 휘이잉- (창밖에서) 덜컹!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
    **[대사 (지민, 혼잣말)]** 아, 또 저렇게 열어놨네.

    **장면 10**
    **[배경]** 지민이 창문을 닫으려고 다가간다. 그런데 창문이 평소보다 훨씬 활짝, 거의 90도 가까이 열려있다. 어제 분명히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내레이션 (지민)]** 창문 잠그는 걸 깜빡했나? 어제 분명 닫고 잤는데. 바람이 이렇게 센가?

    **장면 11**
    **[배경]** 지민이 창문을 닫으려 손을 뻗는 순간, 창문이 ‘쾅’ 소리를 내며 저절로 닫힌다.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효과음]** 콰아앙! (창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
    **[대사 (지민, 놀라서 움찔)]** 으앗!

    **장면 12**
    **[배경]** 닫힌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지민의 얼굴. 놀라움과 함께 불안감이 스친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진다.
    **[내레이션 (지민)]** 바람…? 이건 너무 세잖아.

    **장면 13**
    **[배경]** 밤. 지민이 침대에 앉아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한다. 검색창에는 ‘아파트 폴터가이스트’, ‘혼자 사는 집 이상 현상’ 등이 입력되어 있다. 그녀의 얼굴에 피로와 함께 공포가 드리워져 있다.
    **[내레이션 (지민)]** 결국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정신 차려, 지민아. 이런 거 다 미신이잖아.
    **[효과음]** (천장 위에서) 쿵… 쿵… (발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다. 불규칙적이고 무겁다.)

    **장면 14**
    **[배경]** 지민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녀의 아파트는 최상층이다. 위층은 없다. 그녀의 시선이 천장을 꿰뚫으려는 듯하다.
    **[대사 (지민, 혼잣말, 떨리는 목소리)]** 위… 위층이 없는데…?
    **[내레이션 (지민)]** 소름이 돋았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차가운 기운.

    **장면 15**
    **[배경]** 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갑자기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전등갓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어둠과 빛이 빠르게 교차하며 그림자를 만든다.
    **[효과음]** (전등 깜빡이는 소리) 찌지직… 찌직…
    **[내레이션 (지민)]** 고장 났나? 아냐, 저번 주에 새 걸로 갈았는데.

    **장면 16**
    **[배경]** 거실 테이블 위, 지민이 읽다 만 책이 펼쳐져 있다. 갑자기 책장이 빠르게, 스스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페이지들이 맹렬히 펄럭인다.
    **[효과음]** 파르르르륵! (책장 넘어가는 소리)
    **[대사 (지민, 비명 같은 탄식)]** 으악!

    **장면 17**
    **[배경]** 지민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책을 응시한다. 책은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처음부터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며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지민의 눈은 이미 공포에 질려 눈물로 글썽인다.
    **[내레이션 (지민)]** 이건… 이건 내가 꿈꾸는 게 아니야.
    **[대사 (지민, 떨리는 목소리로 거의 울먹이며)]** 제발… 제발 그만해…

    **장면 18**
    **[배경]** 지민이 겁에 질려 침대 모서리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다. 방은 여전히 어둡고, 스탠드 조명은 꺼져 있다. 이불을 꼭 끌어안고 몸을 숨기려 한다.
    **[내레이션 (지민)]** 도망가야 해. 여기서 나가야 해.
    **[효과음]** (아주 희미하게, 사람 목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 소리 같기도 한) 흐으읍… 쉬이이…
    **[대사 (지민, 속삭임)]** 무슨… 소리야…?

    **장면 19**
    **[배경]** 옷장 문이 저절로 스르륵 열리기 시작한다. 낡은 나무가 마찰하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린다. 안에는 지민의 옷들이 걸려 있다.
    **[효과음]** 스르륵… (나무가 비벼지는 소리)

    **장면 20**
    **[배경]** 옷장 안의 옷들이 마치 누군가가 입어보려는 듯 하나둘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셔츠가 공중에 매달린 채 흐느적거리고, 바지가 흔들린다.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졌다 줄어들었다 한다.
    **[내레이션 (지민)]** 안 돼… 안 돼…

    **장면 21**
    **[배경]** 침대 옆 스탠드 조명이 다시 깜빡거린다. 이번에는 훨씬 더 빠르고 격렬하게. 방 전체가 불안한 빛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모든 불빛이 꺼진다.
    **[효과음]** 찌지직- 찌지지지지직-! (매우 격렬한 소리) 촤아아악! (모든 불이 꺼지는 소리)

    **장면 22**
    **[배경]** 칠흑 같은 어둠 속, 지민이 공포에 질린 채 침대 위에 앉아 있다. 순간, 벽에 걸린 거울에서 희미하게 빛이 일렁인다. 그 빛에 비친 지민의 모습. 그리고 거울 속 지민의 등 뒤에는, 그림자 같은 형체가 희미하게 서 있다. 마치 그녀를 감싸 안으려는 듯.
    **[내레이션 (지민)]** 내 뒤에…
    **[대사 (지민, 숨 막히는 비명)]** 으아아아아아악!

    **장면 23**
    **[배경]** 거울 속 형체가 지민의 그림자에 완전히 겹쳐지는 순간, 방의 불이 다시 완전히 꺼진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멎는다.
    **[효과음]**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한 강렬한 정적)
    **[내레이션 (지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짙은 어둠 속, 지민의 심장 소리만 크게 울린다.)
    **[효과음]** (지민의 심장 박동 소리) 쿵- 쿵- 쿵- (점점 커지고 빨라진다)

    **마지막 장면**
    **[배경]** 칠흑 같은 어둠 속, 침대 위에는 지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듯한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인다. 지민의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의 디지털 숫자가 홀로 희미하게 빛난다. 시간은 새벽 3시 33분.
    **[효과음]** (아주 작게, 기분 나쁜 속삭임) …왔니…?
    **[내레이션 (지민)]**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효과음]** (으스스한 웃음소리) 흐흐흐…

  • 로맨틱 코미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새벽별호의 로맨틱 코미디: 별똥별은 사랑을 싣고

    **등장인물:**

    * **한유리 (30세)**: 새벽별호의 함장. 겉으로는 터프하지만 속으로는 말랑한 로맨티스트.
    * **이진우 (32세)**: 부함장. FM(Field Manual) 그 자체. 감정 표현에 서투르다.
    * **김민준 (28세)**: 기술장. 천재적인 엔지니어지만 기계에만 관심이 있다.
    * **최세나 (27세)**: 과학장. 호기심 많고 열정적인 과학자. 새로운 발견에 늘 들떠있다.

    **[에피소드 1: 미지의 유혹]**

    **장면 1: 새벽별호 함교, 여유로운 우주의 아침**

    **(우주선 내부,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함교. 통유리창 너머로 수억 개의 별들이 반짝인다. 캡틴 의자에 앉은 유리 함장은 컵을 들고 홀로그램 스크린에 띄워진 은하 지도를 훑어보고 있다. 옆자리 진우 부함장은 태블릿으로 보고서를 검토하고, 한쪽 구석 민준 기술장은 뭔가 부품을 만지작거리며 집중하고 있다. 세나 과학장은 센서 화면에 얼굴을 바싹 대고 있다.)**

    **유리:** (하품을 길게 하며) 후아암… 오늘도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평화롭기 그지없군. 우주가 이렇게까지 조용해도 되나 싶네. 이거 원, 탐험선이 아니라 우주 유람선이라고 착각하겠어.

    **진우:**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규정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함장님. 불필요한 돌발 상황은 임무 수행에 차질을 줄 뿐입니다.

    **유리:** (눈을 흘기며) 자네는 가끔 우주가 너무 재미없다고 느껴지지 않나? 매일 같은 일상, 같은 데이터… 가끔은 말이야, 짜릿한 로맨스 영화처럼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펑! 하고 터져줘야 제맛인데.

    **진우:**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우주 공간에서 ‘펑’하는 건 대부분 재앙의 전조입니다, 함장님. 그리고… 로맨스 영화라뇨.

    **민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음… 이 코어 유도 장치, 주파수 대역을 0.003% 정도 미세 조정하면 에너지 효율이 최대 0.007%까지 증대될 텐데. 이거 분명히…

    **세나:** (갑자기 튀어 오르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헙! 함장님! 부함장님! 민준 씨! 이거, 이거 좀 봐주세요!

    **(모두의 시선이 세나에게로 향한다. 세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유리:** (피식 웃으며) 세나 씨, 뭐가 그렇게 흥분했어? 설마 또 민준 씨가 몰래 넣어둔 외계인 게임 CD라도 발견한 건 아니지?

    **민준:** (기계에서 고개를 들며) 함장님, 저는 그런 취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제 취미는 초공간 도약 엔진 최적화입니다. 게임은 에너지 낭비입니다.

    **진우:** (안경을 고쳐 쓰며) 세나 과학장, 보고하십시오.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세나:** (호흡을 가다듬으려 노력하지만 목소리가 떨린다) 네, 넵! 서쪽 엡실론 성단 방향에서… 정체불명의 에너지 반응이 감지됐어요! 기존에 알려진 물질도, 에너지 형태도 아니에요! 센서가 오류라고 판단했지만, 반복적으로 강하게 잡히고 있어요!

    **진우:** 미확인 비행체입니까? 즉시 회피 기동을 준비하고, 방어막을 최대로…

    **유리:** (손을 들어 진우의 말을 끊는다) 잠깐, 진우 씨. 세나 씨가 그렇게까지 흥분할 정도면, 분명 뭔가 특별한 걸 거야. 스캐닝 범위 최대한 확장하고, 좌표 추적해 봐, 세나 씨.

    **세나:** (눈을 빛내며) 네! 좋아요! 역시 함장님은 제 마음을 아신다니까요!

    **(세나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함교 중앙의 메인 스크린에 미지의 신호가 깜빡이며 거대한 붉은색 점으로 변해간다.)**

    **장면 2: 미지의 조우, 소행성 지대**

    **(새벽별호가 미지의 신호를 따라 조심스럽게 소행성 지대에 접근한다. 거대한 암석들이 무수히 떠다니는 위협적인 공간이다. 함선 내부의 경고음이 낮게 울린다.)**

    **민준:** 함장님, 주변 자기장 수치가 급변합니다. 소행성 지대인데, 이런 자기장 반응은… 전에 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시스템에 알 수 없는 노이즈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유리:** (굳은 얼굴로 스크린을 노려본다) 진우 씨, 육안 관측창 열어. 그리고 전방 화면 최대로.

    **진우:**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명령을 따른다) 알겠습니다. 전방 육안 관측창 개방.

    **(스르륵, 함교 전방의 금속 패널이 열리면서 거대한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그 순간, 모든 승무원들은 숨을 헙 들이켰다. 소행성들 사이, 은하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나:** (넋이 나간 듯) 세… 세상에… 이건… 말도 안 돼…

    **(화면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마치 예술 작품 같은 유물이었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고, 빛을 반사하는 독특한 재질은 이 세상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신비로운 아우라를 풍겼다. 마치 거대한 크리스털 조각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생명체 같기도 했다.)**

    **진우:** 함장님, 접근 허가하십니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스캐너 반응이 불안정합니다.

    **유리:** (넋이 나간 듯 유물을 응시하며) 저거 봐… 너무 아름다워… 저게 대체 뭘까?

    **민준:** (분석기를 들고 화면에 대고 있다) 재질 분석 결과… 분석 불가입니다. 지구상에 알려진 어떤 원소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순수 에너지 집약체인 것 같기도 하고… 구조는… 마치 고대의 건축물처럼 보입니다만…

    **유리:** (눈을 반짝이며) 아름답다고 아름답다고 그렇게 외쳐대던 노래 속의 ‘외계 유적’이 있다면, 딱 저런 모습일 것 같지 않아? 마치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있는 것처럼…

    **진우:** (한숨을 쉬며) 함장님,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닙니다. 저 물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합니다. 혹시… 적대적일 수도 있습니다.

    **유리:** (피식 웃는다) 진우 씨는 너무 팍팍해. 모험이란 원래 미지의 것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자, 전진.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 우린 탐험선이야.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장면 3: 유혹의 빛**

    **(새벽별호가 유물 가까이 다가간다. 유물에서 은은하고 다채로운 빛이 방출된다. 빛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새벽별호를 감싼다. 동시에 함선 내부의 조명이 흔들리고, 낮은 경보음이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세나:** 주변 에너지장이 급격히 변동합니다! 함선 내부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일부 비상 전력이 자동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민준:** 맙소사, 이건 제어 불능입니다! 모든 시스템이 외부 에너지에 간섭받고 있습니다! 비상 셔터가 자동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진우:** 함장님! 후퇴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비상 후퇴하십시오!

    **유리:** (초점 없는 눈으로 유물을 응시하며) 아니… 잠깐만. 이 빛… 뭔가 이상해. 마치… 말을 거는 것 같아.

    **(유물에서 나오는 빛이 강렬해지며, 함교 내부로 특정 주파수의 소리—혹은 느낌—가 흘러들어온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기억 속의 멜로디 같기도 하고, 잊고 있던 감정을 건드리는 속삭임 같기도 하다. 모두가 잠시 멍해진다. 유리의 눈빛이 아련해진다.)**

    **진우:** (유리를 흔들며) 함장님, 괜찮으십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유리:** (멍한 표정으로 유물을 바라보며) 왠지… 그리운 기분이 들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 같은… 잃어버린… 무언가…

    **민준:** (화면을 보며 경악한다) 함장님, 비정상적인 감정 반응이 감지됩니다! 뇌파 활동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감정 영역 쪽으로!

    **세나:** 제 스캐너가… 유물에서 강력한 정신 에너지를 감지했어요! 우리에게 뭔가 하고 있어요! 이건… 이건… 사랑의 주파수 같아요!

    **유리:**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듯 눈을 크게 뜬다) 사랑의 주파수?! 최세나 과학장! 지금 농담할 때야? 정신 차려! 모든 승무원은 자기 위치에서 안전 절차를 확보해! 민준 씨, 유물의 영향력을 최대한 분석해봐!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민준:**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분석 중… 분석 중… 맙소사! 이건… 이건 사랑… 노래? 입니다? (자신도 헷갈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특정 파장의 에너지가 뇌의 감정 중추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주로… 로맨틱한 감정과 관련된 영역입니다!

    **진우:** (얼굴이 굳어진다) 사랑 노래라고요? 김민준 기술장, 제대로 보고하십시오! 지금 이런 비상 상황에서…

    **유리:** (유물을 보며 피식 웃는다) 하… 이 미지의 유물, 아주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구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장면 4: 예상치 못한 로맨스 발발**

    **(유물에서 나오는 빛과 소리가 더욱 강렬해진다. 함선 내부의 불빛이 은은한 핑크빛으로 변하고, 어디선가 잔잔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진우 부함장은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유리 함장은 흥미롭다는 듯 진우를 힐끗 본다.)**

    **유리:** (진우를 힐끗 보며) 진우 씨도 혹시… 뭔가 느껴지는 거 없어? 이 묘한 기운 말이야. 왠지 간질간질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은…

    **진우:**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시선을 피한다) 저는… 그저 함장님의 안전을 걱정할 뿐입니다. 그리고… 뇌파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과학장의 보고에 대해…

    **세나:** (두 손을 모으고 반짝이는 눈으로 유물을 바라본다) 이 유물… 어쩌면 저희의 잠재된 감정에 직접 작용하는 걸지도 몰라요! 마치 사랑의 묘약처럼!

    **민준:** (데이터를 읊조린다) 확실히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특히… 로맨틱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쪽으로… 연애 경험이 없는 대상에게는 다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진우:** (민준을 노려본다) 김민준 기술장! 쓸데없는 분석은 자제하십시오!

    **유리:** (깔깔 웃는다) 로맨틱이라… 하하, 정말 별의별 유물을 다 보겠네. 좋아, 이대로 계속 관측한다. 어차피 이대로 떠나갈 수도 없게 되었으니. 그리고, 진우 씨.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마. 가끔은 감정에 솔직해도 괜찮아.

    **(유리가 진우를 향해 살짝 미소 짓는다. 그 미소에 진우의 얼굴은 더욱 붉어진다. 유물은 다시 강렬하게 빛나며, 새벽별호 전체가 몽환적인 빛에 잠긴다. 함교 전체가 로맨틱한 분위기로 물든다.)**

    **진우:**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함장님… 혹시…

    **유리:** (눈썹을 들며) 응?

    **진우:**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숙인다. 그의 얼굴은 거의 토마토처럼 붉어져 있다.)

    **(유리는 그런 진우를 보며 귀엽다는 듯 씨익 웃는다. 스크린 너머 유물의 빛은 더욱 찬란해지고, 새벽별호는 그 빛 속에서 천천히 회전한다. 우주는 여전히 고요하지만, 함선 안의 공기는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며, 다음 화를 암시하듯 마무리된다.)**

    **[다음 화 예고: 우주의 큐피드]**

  • 대체 역사물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오리온의 심연: 첫 접촉>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SCENE 1. 무궁화호 함교 – 심우주]**

    **[시간]** 우주력 2342년, 늦은 밤.
    **[장소]** 대한우주연합 소속 심우주 탐사선 ‘무궁화호’ 함교.
    **[분위기]** 고요하고 어두운 우주, 함교 내부는 푸른색 간접 조명으로 은은하게 빛난다. 최첨단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승무원들은 각자의 스테이션에서 근무 중이다. 피로하지만 집중된 표정들.

    **(화면)**
    무궁화호의 광활한 함교가 잡힌다. 전면의 투명 디스플레이 창 너머로 칠흑 같은 심우주가 펼쳐져 있고, 멀리 희미하게 성운의 가장자리가 보인다. 함장 ‘이서진’이 중앙 함장석에 앉아 미간을 짚고 있다. 옆으로는 과학 장교 ‘박지윤’이 자신의 콘솔에 몰두하고 있고, 조종사 ‘최하나’는 비행 자세를 잡고 있다. 기관장 ‘김철수’는 함교 후방의 보조 콘솔에서 무언가를 점검 중이다.

    **(내레이션 – 이서진,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
    “우리는 미지의 심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리온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탐험은 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지만, 때로는 그 지평 너머의 경고를 무시하고 싶을 때도 있다.”

    **(화면)**
    함교 내부에 고요함이 흐른다. 오직 시스템의 낮은 웅웅거림과 키보드 타이핑 소리만이 들린다.

    **최하나:** (하품하며) 함장님, 이대로라면 예정된 탐사 경로에 한 시간 일찍 도착합니다. 에너지 효율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네요.
    **이서진:** (눈도 감지 않은 채) 그래, 좋은 소식이군.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최 소위. 심우주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품고 있다.
    **박지윤:** (데이터 분석 중) 함장님 말씀이 맞아요. 제가 방금 전송받은 항성 간 먼지 밀도 보고서만 봐도… 어?

    **(화면)**
    박지윤의 홀로그램 콘솔 화면에 갑자기 붉은색 경고 메시지가 깜빡인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진다.

    **박지윤:** 이럴 수가… 감지 시스템에 오류가 난 건가?
    **이서진:** 무슨 일인가, 박 소령?
    **박지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비상 상황입니다! 미확인 에너지 신호 포착! 탐지 범위 내에… 존재할 수 없는 규모의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최하나:**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위치 확인!
    **박지윤:** (손가락이 빠르게 홀로그램 자판을 스캔한다) 좌표, 우주 섹터 알파-773, 무궁화호로부터 5천 킬로미터… 중력 왜곡과 전자기 스펙트럼 이상… 이건…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김철수:** (뒷짐을 지고 다가오며) 허, 박 소령이 저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면 꽤나 심각한 모양인데. 스캐너 오류 아니야? 이 먼지투성이 공간에서 뭘 제대로 잡았다고.
    **박지윤:** (김철수를 쏘아본다) 기관장님, 제 스캐너는 우주력 시대 최고 정밀도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이건… 명백히 인공적인… 아니, 인공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전례 없는 패턴이에요!
    **이서진:** (몸을 일으키며) 모두 집중! 최 소위, 즉시 속도를 줄여. 이탈 경로 재계산, 충돌 방지 시스템 활성화. 김 기관장, 주 동력원을 비상 모드로 전환하고 보호막을 최대로 올려. 박 소령, 신호원 분석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S.F.X.)** 비상 경고음이 낮게 울리고, 시스템 전환 소리가 들린다. 함교의 조명이 약간 더 밝아진다.

    **최하나:** 속도 30% 감소, 이탈 경로 확인.
    **김철수:** 주 동력원 비상 모드 전환 완료, 보호막 최대 출력 확인!
    **박지윤:** (홀로그램 화면을 확대하며 숨을 들이쉰다) 함장님…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 신호는…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고 있습니다. 단순한 오류가 아니에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화면)**
    박지윤의 콘솔 화면에 나타난, 불규칙하게 펄떡이는 붉은색 신호 패턴이 클로즈업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변화하며, 알려진 어떤 물리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서진:** (침착하게) 살아있는 것처럼? 더 자세히 설명해 봐.
    **박지윤:** (당황스러움을 억누르며) 마치… 미지의 거대 유기체가 내뿜는 생체 에너지 같기도 하고, 동시에… 극도로 정교한 기계 문명의 흔적 같기도 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스펙트럼은 처음 봅니다. 분석을 시도할수록 데이터가 모순됩니다.
    **이서진:** (결연한 표정으로) 방향 꺾어. 신호원 쪽으로 천천히 접근한다. 우리는 이 심연의 심장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류의 탐사 기록에 없던 미지의 존재라면… 그건 우리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화면)**
    무궁화호가 거대한 몸체를 천천히 돌려 미지의 신호원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뒤에서 잡힌다. 칠흑 같은 우주 속에서 푸른색 엔진 불꽃이 길게 뻗어나간다.

    **[SCENE 2. 우주선 외부 – 미지의 공간]**

    **[시간]** 잠시 후.
    **[장소]** 무궁화호의 외부. 무궁화호 전방에 나타난 미지의 물체.
    **[분위기]** 경외감과 긴장감이 뒤섞인 정적.

    **(화면)**
    무궁화호의 전면 카메라가 잡은 영상이 함교의 메인 디스플레이에 뜬다. 뿌연 성간 먼지 너머로 거대한 실루엣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최하나:** (숨을 들이쉰다) 저게… 대체 뭡니까?
    **이서진:** (메인 디스플레이를 응시하며) 육안 확인. 충격 완화 시스템 가동 준비.
    **김철수:** (미간을 찌푸리며) 저게… 대체 무슨 놈의 바위 덩어리야? 스캔 결과는 어떤데, 박 소령?
    **박지윤:** (목소리가 떨린다) 스캔… 불가. 저희 함선의 모든 탐지 파동이 저 물체에 흡수되거나 왜곡됩니다. 육안으로만 형태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화면)**
    디스플레이에 잡힌 물체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진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색 정육면체였다. 매끄럽고 완벽한 표면은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았고, 그 어떤 흠집이나 이음새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밤하늘의 일부를 잘라 붙여 놓은 듯한, 완전한 어둠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완벽한 어둠 속에서, 때때로 아주 미세한, 푸른색과 보라색의 섬광이 표면 아래에서 맥박처럼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서진:** 형태는… 정육면체?
    **박지윤:** 네…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입니다. 하지만… 제가 감지한 에너지 패턴은 기하학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최하나:** 저… 함장님. 저 물체에서 아무런 중력 반응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크기는 행성 소행성만 한데…
    **김철수:** 말도 안 돼! 저런 거대한 물체가 중력이 없을 리가 있나! 아니면 우리 스캐너가 완전히 고장 난 거든가!
    **박지윤:** 아니요, 기관장님. 스캐너는 정상입니다. 저 물체가… 중력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물리법칙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밀도, 에너지 보존 법칙… 전부 설명 불가능해요.

    **(화면)**
    정육면체 유물이 서서히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빛들이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꿈틀거리는 듯 보인다. 함교 안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바라본다.

    **이서진:** (깊은 숨을 내쉰다) 이건… 우리가 찾던 미지의 유물인가, 아니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존재의 증거인가. 박 소령, 샘플 채취 준비. 소형 탐사 드론을 이용해 근접 관찰 및 표면 물질 분석을 시도한다.
    **박지윤:** 하지만 함장님, 저 물체는 모든 파동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드론을 보내도 통신 두절의 위험이…
    **이서진:** (단호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 최 소위, 드론 발사 지점까지 천천히 접근. 김 기관장,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전원 전투 태세 준비.

    **(S.F.X.)** 무궁화호의 엔진 소리가 낮게 울리고, 보호막이 더욱 강력하게 빛난다.

    **최하나:** 알겠습니다, 함장님. 목표물 1000미터 지점까지 접근합니다.
    **김철수:** 전투 태세 준비 완료. 하지만 함장님, 저건… 우리가 상대해 본 어떤 존재와도 달라 보입니다.
    **이서진:** (유물을 응시하며)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해. 인류는 항상 미지의 존재에게서 답을 찾아왔으니까.

    **(화면)**
    무궁화호가 거대한 검은 정육면체 유물에 서서히 다가간다. 우주선과 유물의 압도적인 크기 대비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유물의 표면에서 빛나는 미세한 맥박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SCENE 3. 무궁화호 연구실 – 유물 분석 준비]**

    **[시간]** 드론 발사 직전.
    **[장소]** 무궁화호 내 연구실.
    **[분위기]** 첨단 장비들이 가득한 연구실. 긴장감과 호기심이 공존한다.

    **(화면)**
    연구실 내부. 박지윤이 드론 발사 콘솔 앞에 앉아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옆에는 김철수가 팔짱을 끼고 서서 불안한 눈으로 드론을 바라본다. 드론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정찰용 모델이다.

    **박지윤:** 드론 최종 점검 완료. 모든 센서 정상 작동 확인.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해요. 유물에 가까워질수록 통신 간섭이 심해질 겁니다.
    **김철수:** (한숨 쉬며) 그러니까 내 말이! 괜히 저런 괴물 같은 덩어리에 손댔다가 우리까지 휘말리는 거 아니야? 우린 그냥 지나갔어야 했어!
    **박지윤:** (김철수를 돌아보며) 기관장님, 인류의 진보는 그런 질문에 ‘예’라고 답하지 않아서 이루어진 겁니다. 저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 될 수도 있어요.
    **김철수:** 위대한 발견이라… 글쎄. 나는 그냥 불안하기만 하구만. 저걸 대체 누가, 왜 이 심우주 한가운데에 가져다 놓은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외계인 장난감 같은 걸 수도 있지 않나?
    **박지윤:** (옅게 웃는다) 외계인의 기술이 이 정도라면… 우리는 아직 우주의 문턱에도 못 간 걸 겁니다.
    **이서진:**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준비는 됐나, 박 소령?
    **박지윤:** 네, 함장님. 언제든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이서진:** 드론 발사. 최우선 목표는 표면 샘플 채취다. 무리한 접근은 금지. 이상 징후 발생 시 즉시 회수.

    **(화면)**
    박지윤이 최종 명령을 입력한다. 드론 발사대의 푸른색 조명이 번쩍인다.

    **(S.F.X.)** 기계음과 함께 드론이 발사대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는 소리.

    **박지윤:** 드론 발사 완료! 현재 유물로부터 900미터 지점. 통신 안정화 양호.
    **최하나 (V.O.):** 드론 시점 영상 메인 디스플레이에 송출합니다!

    **(화면)**
    함교 메인 디스플레이에 드론이 촬영한 유물의 모습이 나타난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검은 정육면체. 그 압도적인 규모와 완벽한 형체가 승무원들을 더욱 침묵하게 만든다. 유물의 표면 아래에서 맥박치던 푸른색과 보라색의 섬광이 이제는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마치 유물 자체가 거대한 생명체처럼 숨 쉬는 것 같다.

    **박지윤:** 500미터… 200미터… 통신 간섭 시작!
    **김철수:** 이봐, 신호가 흔들리잖아! 어서 회수해!
    **이서진:** (눈을 가늘게 뜨고 유물을 응시한다) 기다려. 최대한 근접하게 접근시켜.

    **(화면)**
    드론이 유물의 표면에 거의 닿을 듯이 다가간다. 유물의 검은 표면은 상상 이상으로 매끄러웠고,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 표면 아래의 빛은 이제 거의 표면으로 스며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박지윤:** (긴장된 목소리) 5미터… 3미터… 표면 물질 분석 모드 가동!
    **이서진:** (거의 숨소리처럼) 지금이다.

    **(S.F.X.)** 드론의 작은 센서들이 작동하는 소리.

    **(화면)**
    드론의 센서가 유물의 표면에 닿기 직전, 갑자기 유물 전체가 맹렬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검은색 표면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눈부신 푸른색과 보라색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정체처럼 변한다. 드론의 영상은 일그러지고, 통신이 완전히 두절된다.

    **박지윤:** (경악하며) 통신 두절! 드론 소실! 유물에서… 유물에서 엄청난 에너지 반응이!
    **김철수:** (비명을 지르듯) 뭐야! 저게 뭐야!
    **최하나:** (함선을 겨우 제어하며) 함장님! 유물에서 강한 중력파가 감지됩니다! 함선이… 함선이 끌려가고 있습니다!

    **(S.F.X.)** 모든 시스템의 경고음이 미친 듯이 울리고, 함선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지직거리며 유물의 폭발적인 빛을 담아내지 못한다.

    **이서진:** (당황한 기색 없이, 오히려 강렬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전 시스템 비상 동력 전환! 역추진 최대! 유물과의 거리 유지! 저것의… 저것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화면)**
    메인 디스플레이는 하얀 빛으로 가득 찬다. 그 빛 속에서 유물의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정육면체의 모든 모서리에서 빛의 줄기가 뻗어 나와 주변 공간을 왜곡시키기 시작한다. 무궁화호는 유물이 내뿜는 강력한 힘에 의해 사정없이 흔들리고, 함교의 모든 승무원은 필사적으로 버틴다. 이서진 함장은 흔들리는 함선 속에서도 유물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보다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압도적인 경외와 탐구심이 번뜩인다.

    **(내레이션 – 이서진, 숨 가쁜 목소리)**
    “그 순간,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상상할 수 없었던 존재의 문이었고, 그 문 너머의 미지는… 우리의 모든 것을 뒤흔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화면)**
    빛을 뿜어내는 정육면체 유물이 서서히 화면을 압도한다. 무궁화호가 유물의 중력장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연출과 함께, 화면은 격렬한 빛과 함께 암전된다.

    **(S.F.X.)** 굉음과 함께 모든 소리가 갑자기 끊긴다. 정적.

    **[암전]**


    **(이후 에피소드 예고)**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간 무궁화호 승무원들이 유물 내부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공간과 그 안에서 마주하는 더욱 심원한 미스터리를 탐험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인류의 지식을 초월하는 존재의 흔적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존재 가치와 우주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이 유물은 인류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파멸의 서곡일까?

  • 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12화: 금지된 속삭임, 닫힌 문 너머**

    “흐읍, 흐읍… 미친 거 아니야? 이게 무슨 재료 목록이야?”

    유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낡은 양피지 종이를 흔들었다. 손에 든 양피지는 왠지 모르게 꿉꿉한 냄새가 났다. ‘야수 눈물 결정체, 밤의 장미 이슬, 그리고… 망각의 뿌리?’ 이 빌어먹을 학원에서 망각의 뿌리 같은 게 어디 있어? 그것도 보충수업용 최하급 회복 포션 재료로? 누가 봐도 그녀를 괴롭히려는 빅터 교수님의 음모가 분명했다.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최고의 마법 명문이었지만, 실상은 그녀에게 시련의 연속이었다.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그녀는 그놈의 ‘선천적 마나 부족’ 때문에 매 학기 보충수업을 전전하는 신세였다. 이번엔 기어이 희귀 재료 채집이라는 명목으로, 아무도 가지 않는 학원 뒤편의 낡은 보관소까지 보내질 줄이야.

    “어이, 거기 찌그러진 호박.”

    뒤통수에 차가운 목소리가 비수처럼 박혔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 학원에서 감히 그녀에게 그런 무례한 호칭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내가 호박이면, 너는 잘 익은 무말랭이냐, 카인?”

    유나는 고개를 홱 돌리며 쏘아붙였다. 푸른색 제복이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카인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에는 언제나처럼 조롱이 가득했다. 그의 등 뒤로 휘날리는 망토자락마저 짜증 나게 완벽해 보였다.

    “최하급 포션 재료를 구하겠다고 온 곳이 고작 여기냐? 너의 실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참하군, 유나.”

    카인은 콧웃음을 치며 그녀의 손에 들린 양피지를 턱짓했다. 그는 천부적인 마나량과 재능으로 학원 입학과 동시에 ‘기적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얻은 수재 중의 수재였다. 언제나 만년 꼴찌인 유나와 비교되는 존재였고, 그래서 더 미웠다.

    “너 같은 천재는 평생 모를 거야, 잡초 같은 인생이 얼마나 치열한지. 비켜, 방해돼.”

    “잡초는 뽑혀야 제맛이지.”

    그가 팔을 뻗어 유나의 길을 막았다. 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팔에 스쳤고, 싸늘한 감촉에 유나는 움찔했다.

    “…또 쓸데없는 데 가지 말고, 네 주제에 맞는 곳으로 가라고.”

    그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이상했다. 평소의 조롱 섞인 비웃음과는 어딘가 달랐다. 순간적으로 낯선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유나는 애써 무시했다.

    “내 주제는 내가 알아서 해! 너나 잘해, 재수 없는 완벽주의자!”

    유나는 그의 팔을 쳐내고 낡은 보관소 문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삐걱이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래된 나무와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켜켜이 쌓인 먼지가 희미한 창문 빛에 춤을 추고 있었다. 곳곳에 거미줄이 드리워져 마치 폐가 같았다.

    “젠장, 망각의 뿌리가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책장을 뒤지던 유나는 결국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두컴컴한 보관소는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이런 곳에 홀로 있자니 괜히 오싹해졌다. 그때였다.

    *쿵… 쿵…*

    아주 희미하게, 바닥 아래에서 들려오는 듯한 진동이 발끝으로 전해졌다. 심장이 발밑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유나는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쉬이이익… 촤아아아…*

    마치 무언가 흐느적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물이 흐르는 소리 같기도 한 기묘한 소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유나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이곳은 단순한 보관소가 아니었다. 지하로 연결된 통로라도 있는 건가?

    호기심과 공포가 뒤섞여 그녀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낡은 책장들을 지나 보관소의 가장 안쪽 구석에 다다르자, 어둠 속에 가려진 작은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벽과 거의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었다.

    문 위에는 희미하게 먼지가 쌓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여기, 이 문은… 열지 마시오.」

    오래되어 지워진 흔적 사이로 겨우 읽어낼 수 있는 경고문이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열지 마시오’라는 문구는 언제나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유나는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았다. 차갑고 녹슨 쇠붙이의 감촉이 소름 끼쳤다.

    그때,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고문을 무시하는 취미라도 있나, 유나.”

    유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어느새 카인이 그녀의 등 뒤에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에는 날카로운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너, 너는 언제부터…?”

    “네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카인은 유나의 말을 자르며 문을 힐끗 보았다. “이곳은 학원 기록에도 없는 곳이야. 금지된 곳이지.”

    “금지…?”

    “함부로 발을 들이면 안 돼.”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진지하고 단호했다. 평소 같았으면 유나를 놀리며 먼저 뛰어들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그녀를 막으려 하는 눈치였다. 그 태도 변화가 오히려 유나의 의구심을 키웠다.

    “왜? 뭐가 있는데?”

    유나는 기어이 문손잡이를 돌렸다. 낡은 쇠붙이가 끼이익, 하고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굳게 닫혔던 문이 조금 열렸다.

    새까만 어둠. 그리고 훅 끼쳐오는 퀴퀴하고 차가운 공기. 지하에서 올라오는 듯한 습하고 묘한 비린내가 코를 자극했다. 유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쉬이이익… 촤아아아…*

    소리가 훨씬 가까워졌다. 물소리, 바람 소리, 혹은… 다른 무엇인가의 소리.

    카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나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돌아가자. 여긴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내가 뭘 못 감당하는데?”

    유나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좁게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저 아래,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섬뜩한 감각.

    순간,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리고 이내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 순간적으로 마법을 사용한 듯한 빛이었다. 동시에 차가운 금속성 냄새와 함께 섬뜩한 비명 같은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찢어지는 듯한 절규.

    유나는 너무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는 그녀를 카인이 황급히 붙잡았다. 그의 몸과 그녀의 몸이 완전히 밀착했다. 그의 단단한 가슴이 등 뒤에서 느껴지고, 귓가에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젠장…!” 카인의 낮은 욕설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울렸다. “들었지? 당장 여길 떠나야 해.”

    카인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철컥!*

    열린 문틈으로 무언가 튀어나왔다. 끈적하고 검붉은 액체가 잔뜩 묻은, 마치 동물의 갈고리 같은 것이 번개처럼 빠르게 뻗어 나왔다.

    “꺄아악!”

    유나는 비명을 지르며 카인의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카인은 순간적으로 마법을 외쳐 빛을 만들어내려 했지만, 갈고리 같은 것은 이미 그들 바로 앞의 문 기둥을 강하게 후려쳤다.

    *콰아앙!*

    나무 문 기둥이 산산조각 났다. 조각난 나무 파편이 그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카인은 유나를 감싸 안으며 억지로 문을 닫았다. 쾅! 하고 육중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하지만 문틈 사이로 여전히 무언가가 기어 나오려는 듯, 문이 안에서부터 덜컹거렸다.

    “도대체… 저게 뭐야?!”

    유나는 두려움에 질려 카인의 제복을 움켜쥐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눈동자에도 당혹감과 긴장감이 역력했다.

    “몰라… 하지만 저건 분명, ‘금기’야.”

    그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덜컹거리던 문이 서서히 잠잠해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관소는 다시 고요한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둘은 알고 있었다. 방금 그들이 본 것은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곳을 찾아낸 건 너 하나가 아닐 거야.”

    카인이 섬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닫힌 문 너머,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꿰뚫는 듯했다.

    그때, 보관소 밖에서 희미하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낡은 나무 바닥을 삐걱이며 다가오는 소리였다.

    “누, 누구지?”

    유나는 화들짝 놀라 카인의 등 뒤로 숨었다. 카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 시선 속에는 공포, 의문,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내 보관소 문 앞에 멈춰 섰다.

    *끼이익…*

    낡은 보관소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사이로,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쌍의 눈동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알 수 없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들이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유나와 카인은 그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속삭임이 그들의 귀에 와 박혔다.

    「—환영한다… 새로운 손님들…」

  • 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톱니바퀴의 울음

    무겁게 내려앉은 증기의 장막 아래, 비좁은 골목은 늘 끈적한 기름때와 눅눅한 쇠 냄새로 절어 있었다. 제국의 거대한 도시 ‘크로노스’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은 이곳, 변두리 빈민가의 하늘을 영원히 덮어버린 먹구름과 같았다. 고철과 폐기물로 얼기설기 지어진 움막들 사이로 낡은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그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희뿌연 증기는 마치 빈자들의 한숨처럼 끝없이 피어올랐다.

    낡은 작업등 아래, 유나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소매를 걷어 올린 팔뚝은 가늘었지만, 톱니바퀴와 밸브, 스프링 사이를 오가는 손놀림은 놀랍도록 정확하고 거침없었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거대한 증기기관의 심장과도 같은 장치에 오롯이 박혀 있었다. 작고 투박한 망치가 정교한 톱니를 건드릴 때마다 ‘쨍그랑’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작업실을 채웠다.

    강휘는 작업실 구석,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떠다니는 먼지 같았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용광로 같은 열기가 숨어 있었다. 낡고 해진 가죽 재킷 위로 희미하게 묻은 녹물 자국은 그가 얼마나 많은 밤을 거리에서 헤매었는지를 말해주는 듯했다. 턱밑에 거뭇하게 자란 수염은 그의 표정을 더욱 읽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그저 유나가 만들어내는 기계음만이 유일한 배경음악인 듯 묵묵히 앉아 있었다.

    “다 됐어.”
    한참 만에 유나가 허리를 폈다.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이젠 놈들의 전송 장치를 꽤 오랫동안 마비시킬 수 있을 거야. 넉넉잡아 30분. 그 정도면 충분하지?”

    강휘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발밑에서 낡은 나무 바닥이 ‘삐걱’ 소리를 냈다.
    “30분? 제국 공병대라면 10분 안에도 복구할 수 있는 시간이지. 그래도… 이 정도면 됐어. 기회는 만들 수 있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유나가 손에 든 검은색 원통형 장치를 강휘에게 건넸다. 금속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표면에는 미세한 톱니바퀴들과 압력계가 박혀 있었다. 증기압으로 작동하는 간이 교란기였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 작품을 무시하는 거야?” 유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강휘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금세 사라졌다.
    “무시하는 게 아니야. 그냥… 모든 게 너무 아슬아슬해서 그렇지. 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아.”

    유나는 강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쉬운 싸움이라고 누가 그랬어? 우리는 어차피 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한 번쯤은 발버둥이라도 쳐봐야 하는 사람들이잖아.”

    강휘는 장치를 받아들고 손 안에서 굴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의 손바닥에 와닿았다.
    “발버둥… 그래, 어쩌면 우리는 고장 난 톱니바퀴가 계속 돌기 위해 애쓰는 것과 같지.”
    그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제국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거대한 톱니를 돌리려고 우리를 쥐어짜고, 우리는 그 톱니에 끼어버리기 전에 달아나거나, 아니면… 부숴버리거나.”

    “부숴버려야지.” 유나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저 썩어빠진 제국의 핵심부까지 닿을 수는 없어도, 저 거대한 증기망의 한 조각이라도 망가뜨려야 숨통이 트일 거 아니야.”

    오늘 밤 그들의 목표는 제국군의 핵심 보급 물자를 수송하는 ‘강철 코뿔소’ 열차였다. 제국의 동부 전선에 식량과 증기 연료, 그리고 최신형 자동병기를 나르는 그 열차는 제국 권력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평소라면 제국의 강력한 방어망 때문에 접근조차 불가능했지만, 오늘 밤은 달랐다. 도시 외곽의 폭설과 증기 라인 고장으로 잠시 방어 시스템에 빈틈이 생겼다는 정보를 입수했던 것이다. 아주 짧은, 찰나의 기회.

    강휘는 벽에 걸린 낡은 지도에 시선을 던졌다. 희미한 램프 불빛 아래, 지도 위로 붉은 펜으로 표시된 선이 열차의 경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정보가 정확하다면, ‘검은 협곡’을 지날 때 놈들의 무전기가 먹통이 될 거야.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다.”

    유나가 자신의 등에 멘 배낭을 고쳐 맸다. 배낭 속에는 개조된 스팀 라이플과 각종 공구들이 들어 있었다.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어. 저 열차에 실린 무기들이 결국 우리 같은 사람들을 죽이는 데 쓰일 테니까.”

    강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폐 속으로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그래, 확실히 해야지.” 그는 허리에 찬 투박한 권총을 만졌다. 총신에는 닳고 닳은 가죽 끈이 감겨 있었다. “이제 갈 시간이야.”

    유나는 작업실 탁자 위에 놓인 작은 증기 램프를 껐다.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작업실은 순식간에 암흑에 잠겼다. 밖에서는 제국 도시의 거대한 증기기관들이 내뿜는 굉음과 매연 냄새가 더욱 짙게 느껴졌다.

    강휘는 문을 열었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눅눅한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하늘에는 제국 감시용 비행선들이 희미한 불빛을 깜빡이며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그 비행선들이 뿜어내는 매연은 별빛조차 가려버린 채였다.

    그들은 그림자처럼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는 제국의 거대한 기계음 속으로 파묻혔다. 마치 먼지처럼 작고 하찮은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손에 들린 고철 덩어리들이 언젠가 제국의 톱니바퀴를 멈춰 세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증기의 그림자 아래, 희미한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 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거친 숨소리가 좁은 통로를 가득 메웠다. 미로처럼 얽힌 지하 유적의 5층. 강은혁은 앞서 걷던 유미나에게 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칙칙하고 습한 공기가 폐부를 짓누르는 듯했다. 먼지 섞인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고대의 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잠깐. 여기 흐름이 이상해.”

    은혁의 말에 유미나는 재빠르게 몸을 낮추며 어둠 속을 살폈다. 등에 멘 쌍단검의 손잡이를 고쳐 쥐는 움직임이 마치 그림자처럼 유려했다. 뒤따르던 이진우는 거대한 방패를 앞세운 채 주위를 경계했다. 묵직한 그의 숨소리가 돌벽에 부딪혀 울렸다. 세 사람의 머리 위, 헤드램프가 뿜어내는 빛줄기가 거대한 통로의 끝에 닿았다.

    “젠장, 끝이 없잖아. 대체 이런 곳에 뭘 가둬두려고 이렇게 미친 듯이 깊이 파고든 거지?” 유미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두를 것 없어, 미나. 서두르면 늘 사고가 따르는 법이지.” 은혁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주변을 훑고 있었다.

    “그래도 벌써 5층이야, 형님. 이 거대한 통로만 벌써 세 시간째 헤매고 있어요.” 진우가 거친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의 거대한 체구도 이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는 왜소해 보이는 착각마저 들었다.

    은혁은 고개를 젓고 통로 한쪽 벽에 박힌 거대한 석판에 헤드램프를 비췄다. 석판에는 이제껏 보지 못한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꿀렁거리는 착시를 일으켰다.

    “이리 와 봐. 여기 좀.”

    그의 말에 미나와 진우가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이건… 이 문양은 내가 아는 어떤 문명에서도 본 적이 없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군.” 은혁의 손가락이 차가운 돌벽 위를 미끄러졌다. 그의 눈은 복잡하게 얽힌 문양 하나하나를 분석하듯 꿰뚫어 보고 있었다.

    “싸늘하네요. 돌인데도 이상하게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미나가 조심스럽게 문양을 만져보았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차갑고 매끄러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약한 진동이 전해지는 듯했다.

    “생명력이라…” 은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유적이 단순히 폐허가 아니라는 증거일 수도 있겠군. 거대한 생명체, 혹은 그와 유사한 무언가가 이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을지도.”

    그들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좁았던 통로는 점차 넓어지더니, 이내 거대한 원형 홀로 이어졌다. 헤드램프의 빛이 닿지 않는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지독한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했다. 그리고 그 홀의 중심에, 모든 시선을 압도하는 존재가 버티고 서 있었다.

    “맙소사…” 미나가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지 못했다.

    “이건… 유적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각 작품 같군.” 은혁마저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단순한 문이 아니었다. 거대한 벽면을 통째로 깎아 만든 듯한, 높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석문이었다. 문 전체에는 현란하고 복잡한 조각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거대한 소용돌이 형태의 문양들, 기묘한 형상의 인물들, 그리고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보이는 그림들이 혼란스럽게 얽혀 있었다. 경첩도, 틈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하나의 거석이었다.

    은혁은 천천히 석문으로 다가섰다. 그의 손가락이 차가운 돌 표면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이 문은… 그냥 문이 아니야. 일종의 봉인 같은 거군.” 그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담고 있었다.

    “봉인요?” 진우가 물었다. 그의 눈에도 거대한 석문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로 비치고 있었다.

    “그래. 내부의 뭔가를 가두기 위한, 혹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고.” 은혁은 석문의 중앙에 파인 작은 홈을 발견했다. 그 홈은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여기에… 코어인가.”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스캐너를 꺼내 들었다. 스캐너는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석문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내 홀로그램으로 복잡한 에너지 반응 수치가 공중에 떠올랐다.

    “에너지 반응이 엄청나. 이 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장으로 유지되고 있어. 단순한 돌문이 아니었군.” 은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예상보다 훨씬 거대한 미스터리에 직면했음을 직감했다.

    “그럼 이걸 열 방법은요?” 미나가 석문에 고정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물었다.

    “아마… 이 유적의 진짜 핵심은 이 문 너머에 있을 거야.” 은혁의 목소리에 기대와 함께 비장함이 깃들었다. “그리고 열쇠는… 우리가 가진 어떤 것에 있을 수도 있고.”

    그는 스캐너를 주머니에 넣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석문의 중앙에 파인 홈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석문에서 옅은 웅웅거림이 시작되었다. 석문에 새겨진 문양들이 점차 더 선명한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의 파동이 석문 전체로 퍼져나가며 홀 전체를 희미하게 밝혔다.

    우우우웅-!

    낮게 깔리던 웅웅거림이 점차 거대한 굉음으로 변했다.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거대한 돌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뭐야?! 이게 대체!” 진우가 외치며 방패를 단단히 고쳐 잡았다.

    “반응이 왔어! 좋아, 계속 유지해!” 은혁의 목소리는 격렬한 진동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지만, 눈빛은 결연했다.

    굉음은 더욱 격렬해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홀 전체를 뒤흔들었다. 고대 석벽에는 섬뜩한 균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균열 사이로 알 수 없는 이질적인 빛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석문 자체에서 깊고 묵직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땅이 격렬하게 뒤틀리며 발아래의 돌조각들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푸른빛으로 빛나던 석문의 조각들 사이에서, 검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스멀스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닥에 고여들더니, 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으로 꿈틀거렸다. 마치 암흑 그 자체가 형체를 얻은 듯했다.

    “물러서! 이게 대체 뭐야?!” 미나가 비명을 지르며 쌍단검을 뽑아 들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한 한기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끈적이는 액체는 점차 하나의 형태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체에 여러 개의 촉수 같은 팔다리가 달린,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두 개의 붉은 눈이 갑자기 번쩍 뜨이자, 홀은 순식간에 공포로 가득 찼다. 그것은 뼈를 깎는 듯한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젠장, 깨어나 버렸잖아!” 은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손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림자 괴수는 거대한 몸체로 홀을 가득 채우며 앞으로 돌진했다. 끈적이는 촉수 중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향해 채찍처럼 날아왔다.

    “진우, 미나! 산개해!” 은혁의 명령이 포효하는 굉음 속을 찢고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