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의 자물쇠: 마지막 아크의 밀실 살인
### 등장인물
* **에코 (ECHO)**: 20대 후반. 어둡고 낡은 벙커 생활 속에서도 깔끔한 차림을 유지하려 애쓰는 남자. 날카로운 지성과 비범한 관찰력을 가졌다. 말수가 적고 냉철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품고 있다. 과거의 아픔 때문에 세상과 거리를 두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을 쫓는 데는 그 어떤 것보다 집착한다. 그의 오른손목에는 고대 문명의 상징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다.
* **리안 (LIAN)**: 30대 초반. ‘아크’의 핵심 기술자이자 시스템 관리자. 강인하고 현실적인 성격으로, 벙커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알렉스와는 오랜 동료 관계였다. 항상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
* **사라 (SARA)**: 20대 중반. ‘아크’의 의무관.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에코와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을 보듬는 따뜻한 면모를 가졌다. 알렉스를 존경하고 따랐다.
* **칼 (KARL)**: 40대 초반. ‘아크’의 경비대장. 체격이 크고 표정이 굳어 있어 위압감을 준다.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며, 사령관 알렉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쳤다. 권위적이고 다혈질적인 면도 있다.
* **알렉스 (ALEX)**: ‘아크’의 사령관. (사망)
### 배경
핵 전쟁과 기후 변화로 인해 지상은 황폐해진 지 수십 년. 인류의 마지막 보루인 거대 지하 벙커 ‘아크’에는 천여 명의 생존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아크’는 고대 문명의 기술과 현대 과학이 융합된 복잡한 구조물로, 자체적인 생명 유지 시스템과 자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외부와의 통신은 전무하며, 내부는 엄격한 통제와 계급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자원 고갈과 내부 갈등의 조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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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장면 #1]**
**[INT. 아크, 기술동 중앙 복도 – 밤]**
**화면:** 어둡고 낡은 벙커 복도. 비상등이 깜빡이며 희미한 빛을 던진다. 벽은 곰팡이와 녹으로 얼룩져 있고, 여기저기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퀴퀴한 흙먼지 냄새가 화면 너머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카메라: 복도 끝,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 앞에 칼 경비대장과 경비대원 몇 명이 서 있다. 칼은 얼굴을 굳힌 채 문을 노려보고 있다.
**SFX:** 불안정한 발전기 소음, 낮게 깔리는 바람 소리, (이따금) 철문 안쪽에서 들리는 미약한 기계음.
**칼 (KARL)**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젠장, 사령관님! 안에 계십니까? 응답해주십시오!
**경비대원1**
(겁먹은 목소리)
벌써 두 시간째 응답이 없습니다, 대장님. 보통 이런 적이 없었는데…
**칼**
(주먹으로 문을 쿵 치며)
알렉스 사령관님! 제 말 들립니까? 이 문은 왜 잠겨 있습니까!
**화면:** 문고리 부근에 지문 인식 센서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옆에는 복잡한 디지털 잠금장치 패널이 붙어 있다.
**칼**
(경비대원들에게)
리안은 아직이냐? 이 문을 열 수 있는 건 그 자식뿐이다!
**경비대원2**
연락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화면:**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리안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온다. 그의 얼굴은 기름때로 얼룩져 있고, 손에는 공구 상자가 들려 있다.
**리안 (LIAN)**
(숨을 헐떡이며)
무슨 일입니까, 칼 대장? 밤중에 갑자기… 사령관님 방 문이 왜?
**칼**
(리안의 멱살을 잡아채며)
무슨 일이냐고? 지금 사령관님이 방에 갇혔는지, 아니면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모르고 있다! 네 놈이 이 잠금장치를 만들었으니, 네 놈이 열어라!
**리안**
(칼의 손을 뿌리치며)
이 문은 사령관님의 최고 보안 개인 연구실입니다. 외부에서 강제로 열면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아크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사령관님의 지문과 비밀번호 없이는 절대 열 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화면:** 리안이 잠금장치 패널을 이리저리 살핀다. 그의 얼굴에 당혹감과 불안감이 스친다.
**리안**
(중얼거리듯)
잠겨있어… 안에서 잠겨있는 건가? 아니, 애초에 이중 잠금 시스템이 작동 중이잖아.
**칼**
헛소리 말고 열어!
**리안**
(고개를 젓는다)
안 됩니다. 무턱대고 열 수는… 으윽!
**화면:** 그 순간, 문 안쪽에서 갑자기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모두가 움찔하며 문을 바라본다.
**사라 (SARA) (O.S)**
(차분하지만 긴박한 목소리)
무슨 소리죠? 사령관님!
**화면:** 복도 끝에서 의무관 사라가 달려온다. 그녀의 얼굴에도 걱정이 역력하다.
**사라**
리안, 무슨 일이세요? 사령관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리안**
(패널을 두드리며)
모르겠습니다… 내부에서 강한 충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스템 로그 기록에 뭔가 이상한 신호가 잡히고 있어요!
**화면:** 모두가 불안한 시선으로 문을 바라본다. 칼은 이를 악물고 권총 손잡이를 꽉 쥔다.
**[장면 #2]**
**[INT. 아크, 기술동 중앙 복도 – 밤]**
**화면:** 아까와 같은 복도. 철문 앞에 리안이 무릎을 꿇고 앉아 패널에 연결된 노트북으로 시스템을 해킹하려 시도하고 있다. 칼은 불안하게 주변을 서성이고, 사라는 문에 귀를 대고 있다.
**SFX:**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 리안의 한숨, 미약하게 들리는 문 안쪽의 기계음.
**리안**
젠장! 이중 잠금 시스템을 뚫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사령관님은 대체 뭘 숨기려고 이런 보안을…
**사라**
(문에서 귀를 떼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너무 조용해요…
**칼**
(버럭 소리 지르며)
얼마나 더 걸릴 거냐, 리안!
**리안**
(식은땀을 흘리며)
조금만 더… 거의 다 됐습니다! 시스템 과부하를 일으켜서 강제로… 젠장, 성공!
**화면:** ‘삐빅!’ 하는 전자음과 함께 패널의 불빛이 초록색으로 변한다. 육중한 철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SFX:** 철문 열리는 둔탁하고 거친 소리.
**칼**
(권총을 뽑아 들고 먼저 안으로 돌진하며)
대원들은 대기! 나선다!
**화면:** 문이 완전히 열리고, 그 안쪽의 풍경이 드러난다. 사령관 알렉스의 개인 연구실이다.
**[INT. 알렉스 사령관의 개인 연구실 – 밤]**
**화면:** 연구실 내부는 최신 기술이 집약된 장비들로 가득 차 있다. 중앙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투영기가 놓여 있고, 벽면에는 고대 문명의 유물로 보이는 그림들과 지도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카메라: 방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알렉스 사령관의 시신에 클로즈업. 그의 가슴에는 날카로운 금속 조각이 깊숙이 박혀 있다. 피가 흥건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다. 그의 눈은 공포에 질린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칼**
(충격에 굳어진 목소리)
사령관님…!
**리안**
(놀라 입을 가리며)
말도 안 돼…!
**사라**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다가가 알렉스의 목을 짚는다)
…이미 늦었습니다. 사망하셨어요.
**화면:** 사라는 알렉스의 얼굴을 확인하며 고개를 떨군다.
카메라: 시신 주변을 천천히 훑는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 파편들이 흩어져 있고, 일부 장비들은 부서져 있다. 하지만 외부 침입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창문은 없고, 환기구는 너무 작아 사람이 드나들 수 없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칼**
(권총을 치켜들고 방 안을 경계하며)
누구냐! 어디 숨었어! 나와라!
**리안**
(패널을 다시 확인하며)
외부 침입은 불가능합니다. 보안 시스템은 완벽하게 작동 중이었습니다. 잠금 해제 기록은 제가 해제하기 전까지는 없었습니다.
**사라**
밀실… 인가요?
**칼**
(패닉에 빠진 듯)
밀실 살인이라고? 이 아크 안에서? 이게 대체… 어떻게…!
**화면:** 칼의 얼굴에 공포와 분노, 혼란이 뒤섞인다. 그의 시선이 문 밖으로 향한다.
**칼**
(경비대원들에게)
당장 아크 전체에 비상령을 내려! 모든 출입을 통제하고, 아무도 이 방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 그리고… 그 자식을 불러와!
**경비대원1**
누구를 말입니까, 대장님?
**칼**
(이를 악물고)
에코… 그 미친 탐정 놈을 불러와!
**[장면 #3]**
**[INT. 아크, 주거동 외곽 – 밤]**
**화면:** 아크의 주거동 외곽. 다른 곳보다도 더 어둡고 낡은 복도. 곳곳에 빗물이 스며들어 녹슨 흔적이 역력하다. 오래된 파이프들이 천장을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카메라: 한쪽 벽에 붙어 있는 허름한 철문. 다른 문들과는 달리 낡은 나무판자들이 덧대어져 있다. 문패 같은 것은 없지만, 문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SFX:**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파이프에서 새어 나오는 증기 소리, 조용한 기계음.
**칼 (O.S)**
(화를 삭이며)
이런 망할 구석에 처박혀 살면서 뭘 안다고…
**화면:** 칼과 경비대원 몇 명이 문 앞에 서 있다. 칼은 인상을 찌푸리고 문을 노려본다.
**경비대원1**
여기서 살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대장님. 하지만 최근 몇 주간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칼**
(문을 걷어차며)
에코! 안에 있으면 나와!
**SFX:** 문이 ‘쾅’ 하고 벽에 부딪히는 소리.
**에코 (ECHO) (O.S)**
(차분하고 나른한 목소리)
문을 걷어차는 방식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경비대장님. 제 연구에 방해가 됩니다.
**화면:** 문이 천천히 안으로 열린다. 그 안에서 어둠 속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카메라: 에코의 모습에 클로즈업. 그는 낡은 의자에 앉아 한 손에는 고서적을, 다른 한 손에는 오래된 돋보기를 들고 있다. 방 안은 각종 부품과 책, 알 수 없는 기계들로 어지럽게 널려 있다. 희미한 램프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춘다. 그의 시선은 책에 고정되어 있다.
**칼**
(에코의 어깨를 잡아채며)
지금 책 읽을 때냐! 사령관님이… 사령관님이 살해당했다!
**에코**
(놀란 기색 없이 책을 덮으며)
음. 예상했던 일입니다.
**칼**
(경악하며)
뭐라고?! 예상했다고?!
**에코**
(자리에 일어나며)
정확히 말하면, 예상했던 가능성 중 하나였죠. ‘아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지도층의 권력 불균형은 언제나 폭발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누가 되었든, 누군가는 제거될 운명이었죠.
**칼**
(분노에 치를 떨며)
지금 그게 할 소리냐! 사령관님은 이 아크의 생존 그 자체였다! 그리고 밀실 살인이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어! 안에서 잠긴 방에서 살해당했다고!
**에코**
(흥미로운 듯 눈을 빛내며)
밀실 살인이라… 흥미롭군요. 오랜만에 두뇌를 쓸 일이 생겼군. 시신은 어디에 있죠?
**칼**
기술동 사령관 개인 연구실. 당장 가자!
**화면:** 에코는 낡은 코트와 장갑을 챙겨 입는다. 그의 오른손목에 새겨진 고대 문양의 문신이 어둠 속에서 잠시 빛난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칼을 따라 방을 나선다.
**[장면 #4]**
**[INT. 알렉스 사령관의 개인 연구실 – 밤]**
**화면:** 연구실 입구는 경비대원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리안과 사라는 불안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고, 칼은 초조하게 서성인다. 에코가 도착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SFX:** (배경에) 낮은 발전기 소음,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칼**
(리안과 사라에게)
이 자가 바로 에코다. ‘아크’에서 가장 특이한 두뇌를 가진 인간이지.
**리안**
(에코를 훑어보며)
이 사람이… 소문으로만 듣던 그 탐정?
**사라**
(에코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진정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에코**
(모두를 무시하고 방 안으로 성큼 들어선다)
소문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만이 의미가 있죠.
**화면:** 에코가 시신 앞에 멈춰 선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시신을 자세히 살핀다. 그의 눈은 마치 레이저처럼 시신과 주변을 훑어내려간다.
**에코**
(시신에 박힌 금속 조각을 보며)
흉기는… ‘아크’ 내에서 생산되는 특수 합금인가요?
**리안**
(놀라며)
네, 맞습니다. 발전기의 핵심 부품에 사용되는… 고온에도 견디는 특수 합금입니다.
**에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면 흉기는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이 아크 내부에서 조달되었다는 뜻이군요.
**화면:** 에코가 손에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시신 주변의 바닥을 살핀다. 깨진 유리 파편들, 발자국, 그리고 희미한 얼룩들.
**에코**
(깨진 유리 파편 하나를 집어 들며)
이 파편은 어디에서 온 거죠?
**사라**
(다가오며)
아마도 사령관님 개인 컵이었을 겁니다. 늘 같은 컵을 사용하셨어요.
**에코**
(파편을 냄새 맡고 혀끝으로 살짝 대본다)
…이상하군요. 컵이라면 투명한 유리였을 텐데, 이 파편에서는 미약한… 화학 약품 냄새가 나는군요. 마치… 전도성 물질의 냄새입니다.
**리안**
(미간을 찌푸리며)
전도성 물질이요? 제 작업실에서 사용하는…
**에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이 컵은 일반적인 음료를 마시는 용도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사령관님은 무언가를… 이 컵에 담아 옮기거나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화면:** 에코가 고개를 들어 방 전체를 꼼꼼히 살핀다. 그의 시선이 천장의 환기구와 벽면의 배선에 멈춘다.
**에코**
이 방은 환기가 어떻게 이루어지죠?
**리안**
(어리둥절해하며)
천장에 있는 소형 환기구를 통해 외부 공기 정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드나들 수는 없습니다.
**에코**
(환기구를 응시하며)
그리고 이 배선은요? (손가락으로 벽면의 복잡한 전선들을 가리킨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전력선 같지만… 일부는 통신용으로도 사용되는 것 같군요.
**리안**
네. 이 방은 아크의 핵심 통신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령관님이 직접 관리하셨죠.
**에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는다)
음… 그렇군요. 완벽한 밀실… 외부 침입 흔적 없음. 문은 안에서 잠겼고, 해제 기록 없음. 흉기는 아크 내부 조달. 그리고… 화학 약품이 묻은 컵 파편.
**화면:** 에코가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문 쪽으로 다가간다. 그는 잠금장치 패널을 꼼꼼히 살핀다.
**에코**
이 잠금장치는 지문 인식과 비밀번호, 이중 보안 체계라고 했죠?
**리안**
네. 사령관님의 지문과 비밀번호 없이는 절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설계했습니다. 완벽합니다.
**에코**
(패널 주변의 벽면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려 본다)
완벽한 시스템이란 없습니다. 틈새는 언제나 존재하죠. (잠금장치 패널 하단, 벽과 패널 사이의 미세한 틈을 가리키며) 이 틈새는 무엇이죠?
**리안**
(다가와 살피며)
음… 그건… 패널 설치 중에 생긴 아주 미세한 유격입니다. 작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에코**
(미소 짓는다)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 ‘치명적인 문제’일 수도 있죠.
**화면:** 에코는 다시 방 중앙으로 돌아와 시신을 내려다본다. 그의 시선이 시신의 손에 멈춘다. 알렉스의 손가락 중 하나가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가 놓친 듯, 희미하게 움켜쥐는 자세를 하고 있다.
**에코**
(나직이 중얼거린다)
사령관님은 죽는 순간까지 무언가를… 쥐고 있었군요.
**사라**
(겁에 질린 목소리로)
혹시… 범인의 흔적이라도…
**에코**
흔적… 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메시지일지도 모르죠.
**화면:** 에코는 고개를 들어 다시 환기구와 벽의 배선을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깨달음의 미소가 번진다.
**에코**
범인은 이 방을 나갈 때, ‘아무도 모르게’ 잠금장치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인 직후, 사령관님은 범인의 진짜 정체를 알아챘던 겁니다.
**칼**
(초조하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범인이 누군데! 어떻게 된 건데!
**에코**
(천천히 일어서서 모두를 둘러본다)
범인은 이 방의 구조, 잠금장치의 틈새, 그리고 사령관의 습관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은폐할 방법까지도요.
**[장면 #5]**
**[INT. 알렉스 사령관의 개인 연구실 – 밤]**
**화면:** 에코가 방 중앙에 서서 세 명의 용의자 – 리안, 사라, 칼 – 를 차례로 응시한다. 세 사람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불안감이 역력하다.
**SFX:** (배경에) 침묵을 깨는 에코의 목소리, 낮은 발전기 소음.
**에코**
이 방은 완벽한 밀실처럼 보였지만, 사실 범인에게는 ‘들키지 않는 통로’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환기구를 생각했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교묘한 통로죠.
**리안**
(놀라며)
교묘한 통로라니? 내가 설계했지만 그런 건…
**에코**
(리안을 보며)
당신은 이 잠금장치를 설계했고, 이 아크의 모든 시스템을 꿰뚫고 있습니다.
**사라**
(에코를 바라보며)
하지만 저 역시 사령관님의 습관을 잘 알고 있었고, 이 방에 자주 드나들었죠.
**칼**
(권총 손잡이를 꽉 쥐며)
나는 사령관님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내가 그분을 죽일 이유가 없다!
**에코**
(고개를 젓는다)
모든 범죄에는 동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기는 트릭을 푸는 데 직접적인 열쇠가 되지 못하죠. 중요한 것은 ‘어떻게’입니다.
**화면:** 에코가 천장의 환기구와 벽의 배선을 번갈아 가리킨다.
**에코**
이 방의 ‘숨겨진 통로’는 바로… 벽면을 따라 흐르는 이 통신 배선입니다.
**리안**
(경악하며)
뭐라고요? 그건 단순한 케이블인데…
**에코**
단순한 케이블이 아닙니다. 사령관님은 이 방에서 외부와의 비공식적인 통신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일반적인 통신망 외에, 자신의 개인 연구실 배선을 통해 비밀 통신 채널을 구축했던 거죠. 그 과정에서… 이 벽에 미세한 구멍이 생겼을 겁니다. 환기구의 경우처럼,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화면:** 에코가 잠금장치 패널 하단의 미세한 틈으로 다시 다가간다.
**에코**
이 미세한 틈새… 범인은 이 틈을 통해 가느다란 전도성 와이어를 삽입했습니다. 이 와이어는 사령관님의 지문 인식 시스템의 회로에 연결되었죠.
**리안**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럴 수가… 그렇게 정교하게…
**에코**
(사라를 보며)
그리고 이 전도성 물질이 묻은 컵 파편… 사령관님은 아마도 이 전도성 물질을 이용해 전선을 보수하거나, 혹은 그 와이어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려 했을 겁니다. 이 컵은 그 용도로 쓰였고, 범행 직후 바닥에 떨어져 깨졌겠죠.
**화면:** 에코가 시신에 박힌 흉기에 다시 시선을 준다.
**에코**
범인은 사령관을 살해한 후, 이 전도성 와이어를 이용해 문을 ‘안에서 잠긴 것처럼’ 조작했습니다. 지문 인식 시스템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외부에서 이 와이어를 통해 미세한 전류를 흘려 보내 잠금장치를 다시 원위치시켰을 겁니다. 마치 사령관이 직접 문을 잠근 것처럼 보이게 말이죠. 그리고… 범인은 이 방을 나갈 때, 자신만이 아는 다른 통로를 이용했습니다.
**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른 통로라니! 그런 건 없어!
**에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의 환기구를 가리킨다)
환기구는 사람이 드나들 수 없지만… 물건은 드나들 수 있습니다. 특히 흉기와 같은 작은 금속 조각이라면요.
**리안**
(숨을 들이킨다)
그럴 리가… 환기구는 필터가 있어서…
**에코**
(리안의 말을 끊으며)
맞아요, 필터가 있죠. 하지만 그 필터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누가 그 필터를 가장 잘 알까요?
**화면:** 에코의 시선이 리안에게 고정된다. 리안은 순간 몸을 움츠린다.
**에코**
(리안에게)
이 아크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당신입니다, 리안. 당신은 이 모든 배선과 환기 시스템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방에 숨겨진 비밀 통신 채널의 존재도 알고 있었겠죠. 그리고 그 틈새를 통해 와이어를 연결하는 방법도…
**리안**
(땀을 흘리며)
말도 안 됩니다! 저는 사령관님을 존경했습니다!
**에코**
존경… 혹은 증오. 어쩌면 탐욕. 무엇이 되었든, 당신에게는 사령관을 제거할 동기가 충분했을 겁니다. 사령관은 분명히 외부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고, 당신은 그것을 막으려 했거나, 혹은 그 과정에서 무언가 중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흉기도 당신만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특수 합금이었죠.
**화면:** 에코가 다시 알렉스의 시신에 시선을 준다.
**에코**
그리고 마지막 퍼즐. 사령관님은 죽는 순간, 범인의 진짜 정체를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알렉스의 오른손을 가리키며) 이 손가락의 자세… 무언가를 쥐고 있다가 놓친 듯한 이 자세는… 마치 ‘구조’를 요청하는 듯한 손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손에 묻어 있는 희미한 기름때…
**리안**
(놀라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그의 손에는 항상 기름때가 묻어 있다.)
**에코**
사령관님은 죽는 순간, 범인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을 통해 범인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이 본 것을 알리려 했습니다. 마치 ‘기계’를 고치던 손의 흔적처럼 말이죠.
**화면:** 에코가 리안에게 성큼 다가간다. 리안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다.
**에코**
당신은 사령관님의 비밀 통신을 알게 되었고, 그가 외부에 정보를 유출하려 한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혹은 그가 외부와 접촉하여 ‘아크’의 균형을 깰 것을 두려워했겠죠. ‘아크’의 생존을 위해서라며, 당신은 그를 희생시키기로 결정한 겁니다.
**리안**
(주먹을 꽉 쥐며)
닥쳐! 나는… 나는 아크를 위해…
**에코**
(냉정하게)
아크를 위해 개인의 판단으로 사령관을 살해하고, 밀실 트릭을 꾸민 것. 그것이 당신의 ‘정의’였습니까?
**화면:** 리안의 눈이 흔들린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과 분노, 그리고 체념이 뒤섞인다.
**리안**
(떨리는 목소리로)
사령관님은… 위험한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구요! 나는… 나는 모두를 지키려고…!
**칼**
(경악하며 리안을 노려본다)
네 놈이… 네 놈이 사령관님을 죽였다고?
**화면:** 칼이 리안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으려 한다.
**에코**
(칼의 앞을 가로막으며)
증거는 충분합니다. (바닥의 깨진 컵 파편을 가리키며) 이 전도성 물질의 성분 분석과 (잠금장치 패널의 틈을 가리키며) 이 틈새에 남아있을 미세한 와이어 잔해, 그리고 (리안의 손을 가리키며) 이 익숙한 기름때. 이 모든 것이 당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리안.
**화면:** 리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그의 어깨가 격렬하게 떨린다.
**[장면 #6]**
**[INT. 아크, 기술동 중앙 복도 – 밤]**
**화면:** 리안이 경비대원들에게 연행되어 복도를 걸어간다. 그의 얼굴은 초점 없이 공허하다. 칼은 여전히 분노와 혼란에 휩싸인 채 리안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사라는 슬픔에 잠긴 얼굴로 에코를 바라본다.
**SFX:** 리안이 끌려가는 발소리, 쇠사슬 소리.
**사라**
(나직이)
그가… 정말로 그랬을까요? 그렇게까지…
**에코**
(창밖의 어둠을 응시하며)
인간은 때로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가장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죠.
**칼**
(에코에게 다가오며)
고맙다, 에코. 네 덕분에 진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크에 큰 혼란을 가져올 거다. 사령관님의 부재와 리안의 배신…
**에코**
(칼을 돌아보며)
혼란은 진실을 감출 때 더 커집니다. 이제 아크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나아가야 할 겁니다.
**화면:** 에코는 아무 말 없이 뒤돌아 자신의 거처로 향한다. 그의 뒷모습은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그의 오른손목 문신이 희미한 빛을 발한다.
**사라**
(에코의 뒷모습을 보며)
당신은… 대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 거죠? 에코…
**화면:** 에코는 뒤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아크의 복도는 다시 침묵에 잠긴다. 낡은 비상등만이 깜빡이며, 곧 다가올 새로운 혼란의 그림자를 예고하는 듯하다.
**[END SC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