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제국 비화록: 영맥 서재 밀실 살인
**장르:** 대체 역사, 추리, 미스터리
**배경:** 영맥 기술이 발달한 가상의 대한제국 시대. 전통적인 건축과 복식에 첨단 영맥 시스템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고풍스러운 한옥 저택에 자동화된 영맥 자물쇠, 영맥 기류 조절 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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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봉쇄된 서재의 비명]**
**1. 씬: 비 내리는 대한제국 황성 인근, 밤**
**[화면: 검은 한복 차림의 ‘서재현’이 거리에 서 있다. 밤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돌담 길 위로 튀어 오르는 빗물이 흐릿한 가로등 불빛에 반짝인다. 그의 옆에는 허둥지둥 우산을 펼치는 ‘나 순경’이 서 있다. 서재현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의 눈빛은 고요하고 예리하다.]**
**나 순경 (흐트러진 상투):** 서… 서재현 나으리! 늦은 밤중에 이런 누추한 곳까지 부르다니 송구합니다만… 상황이 심상치 않아 황급히 연락드렸습니다.
**서재현 (낮은 목소리):** 괜찮네. 하늘이 돕는군. 이런 날은 범인의 흔적이 빗물에 쓸려나가지 않을까.
**나 순경:** 네? 아… 그렇긴 합니다만… 오히려 빗물 때문에 지워질까 노심초사했습니다.
**[화면: 서재현은 나 순경의 말을 들으며, 우아한 한옥 대문 안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대문 위로 ‘정대감 저택’이라는 현판이 희미하게 보인다. 대문 앞에는 이미 수사청 소속 순경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다.]**
**서재현:** 정대감이라… 대한제국의 국부(國富)를 쥐락펴락하는 거상(巨商)이자, 영맥 기술의 선구자라 불리던 분이 아니던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겐가?
**나 순경:** 그게… 밀실 살인입니다, 나으리.
**[화면: 서재현의 눈썹이 살짝 움직인다. 그의 얼굴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순간 섬뜩하게 번뜩인다.]**
**서재현:** 밀실… 흐음. 흥미로운데.
**2. 씬: 정대감 저택 내부 – 서재로 가는 길**
**[화면: 저택 내부는 고요하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길고 어두운 복도를 서재현과 나 순경이 걷고 있다. 복도 벽에는 섬세한 자개 문양이 새겨진 영맥등이 규칙적으로 빛나고 있다. 나 순경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서재현은 묵묵히 주변을 살피며 걷는다.]**
**나 순경:** 정대감께서는 어젯밤 늦게 서재로 들어가셨습니다. 평소 워낙 신중하신 분이라, 중요한 서류를 보시거나 영맥 기술 연구에 몰두하실 때면 늘 서재 문을 안에서 잠그는 버릇이 있으셨죠.
**서재현:** 잠그는 버릇이라… 그 ‘영맥 자물쇠’를 사용했겠군.
**나 순경:** 네, 그렇습니다. 대감의 고유한 ‘각인패’로만 작동하는 최신식 영맥 자물쇠였죠. 내부에서만 잠글 수 있고, 외부에서는 오직 대감의 각인패나 비상용 마스터 각인패로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서재현:** 그럼 문이 잠긴 것을 어떻게 알았나?
**나 순경:** 오늘 아침, 비서인 최영준 씨가 대감께 아침 식사를 권하러 갔다가 문이 잠겨 있고 아무런 응답이 없자 이상하게 여겨 마스터 각인패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끔찍한 광경이 벌어졌죠.
**[화면: 두 사람은 마침내 서재 문 앞에 도착한다. 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이제는 봉쇄가 풀려 잠겨 있지는 않다. 순경들이 문 앞에 경비를 서고 있다. 서재의 문은 두꺼운 참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중앙에는 섬세한 은(銀) 테두리로 장식된 ‘영맥 자물쇠’가 박혀 있다. 그 은 테두리 한쪽 귀퉁이가 미세하게 손상된 것처럼 보인다.]**
**서재현 (영맥 자물쇠를 지긋이 바라보며):** 이 자물쇠… 대감의 각인패로만 작동한다 했지?
**나 순경:** 네. 외부에서 잠글 때는 마스터 각인패가 필요하지만, 내부에서 잠글 때는 대감의 각인패만 있으면 됩니다. 게다가… 이 자물쇠는 내부에서 잠기면, 외부에서 마스터 각인패를 사용해도 ‘내부에서 잠김’이라는 기록을 남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범인이 억지로 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죠.
**서재현 (혼잣말처럼):** 내부에서 잠김… 흐음.
**3. 씬: 정대감의 서재 내부**
**[화면: 서재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문 안쪽에서 어두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방 안은 넓고, 벽면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희귀한 서책들로 가득 차 있다. 방 한가운데에는 묵직한 서안(書案)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여러 가지 서류와 필기구들이 정돈되어 있다. 방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다. 오직 영맥등만이 차분하게 빛나고 있다.]**
**[화면: 서재현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본다. 그의 시선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방 안의 모든 것에 머물렀다 사라진다. 방 한구석, 영맥으로 작동하는 공기 조절 장치(영맥 기류 조절 장치)가 나지막한 소리를 내며 작동 중이다. 그 옆에는 고풍스러운 병풍이 세워져 있다.]**
**나 순경:** 시신은… 저기 있습니다. 서안에 엎드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화면: 나 순경이 가리킨 곳에는 정대감이 서안에 머리를 박은 채 축 늘어져 있다. 그의 등 뒤로 선혈이 짙게 배어 나와 검은 한복을 더욱 검게 물들이고 있다. 주변에는 핏자국이 거의 없다. 깔끔하고 정돈된 죽음이다. 그의 오른손은 마치 무언가를 쥐려 했던 것처럼 움켜쥐어져 있다.]**
**서재현:** 시신은 만지지 않았나?
**나 순경:** 네, 발견 당시 그대로입니다. 영맥 검사 결과, 대감께서는 자정 무렵에 절명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 서재현은 서서히 시신에 다가간다. 그는 시신의 얼굴을 확인한 후, 주변을 다시 살핀다. 서안 위에는 붓, 벼루, 먹, 그리고 이제는 식어버린 차 한 잔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펼쳐진 채 놓인 오래된 고서 한 권이 있다. 서안 구석의 작은 나무 상자 안에는 정대감이 아끼던 ‘은장도’가 보관되어 있었을 자리인데… 그 상자는 텅 비어있다.]**
**서재현 (눈을 가늘게 뜨며):** 살해 도구는…
**나 순경:**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대감께서 늘 서안에 두시던 은장도(銀粧刀)가 사라졌습니다. 아마 그것이 흉기인 듯합니다.
**서재현 (은장도가 사라진 상자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흉기는 사라졌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없고… 완벽한 밀실이군.
**[화면: 서재현은 서안 주변을 맴돈다. 그의 눈은 빠르게 움직이며 모든 사물을 스캔한다. 엎드린 시신 옆, 서안 한쪽 모서리에 아주 미세한, 마치 손톱으로 긁은 듯한 작은 흠집이 보인다. 그리고 그 흠집 옆, 바닥으로 이어지는 서안의 나무 다리 아랫부분에…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작은 압력 감지판 같은 것이 살짝 튀어나와 있다.]**
**서재현 (시선을 고정한 채):** 시신을 살펴보기 전에… 다른 것을 먼저 보겠네.
**[화면: 서재현은 갑자기 발길을 돌려 방 안을 크게 한 바퀴 돈다. 그의 시선은 벽에 늘어선 책장들, 특히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책장에 오래 머무른다. 그 책장은 다른 책장들과 달리 미세하게 색이 바래 있거나, 책들이 배열된 방식이 약간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마치… 정교하게 숨겨진 이음새처럼.]**
**서재현 (책장 모서리를 손끝으로 쓸어보며):** 이곳에… 미묘한 온도의 변화가 느껴지는군. 영맥 에너지가 다른 곳보다 미약하게 흐르는 것 같아.
**나 순경 (놀란 표정):** 설마… 비밀 통로라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아무리 찾아도 그런 건 없었습니다만…
**서재현 (작게 미소 지으며):**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지. 때로는 보이지 않게 *보여지는 것*이 더 위험한 법.
**[화면: 서재현은 다시 영맥 자물쇠가 달린 문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물쇠의 은 테두리를 손으로 쓰다듬는다. 아까 문밖에서 보았던 작은 흠집이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그 흠집 옆에는 손톱만 한 크기의 작은 장식 패널이 있는데, 그 패널이 다른 부분보다 미세하게 들려 있다. 그리고 거기서 희미한… 금속성 비린내가 풍긴다.]**
**서재현 (은장도를 두었던 상자를 다시 바라보며):** 은장도는 흉기가 아니었군.
**나 순경 (혼란스러운 표정):** 네? 그럼 흉기는 무엇이고, 은장도는 왜 사라진 겁니까? 대감의 심장을 꿰뚫은 건 분명 날카로운 흉기였는데…
**서재현 (나 순경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혼잣말처럼):** 이 밀실은… 완벽하게 연출된 극장 같군. 범인은 관객을 속이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준비했어.
**[화면: 서재현의 눈빛이 마치 모든 퍼즐 조각을 한순간에 맞춰낸 듯 날카롭게 빛난다. 그는 시신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얼굴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 자의 고요한 확신이 떠오른다.]**
**서재현:** 범인은 이 방에 들어와 대감을 살해했고… 은장도를 가지고 이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완벽하게 잠긴 밀실을 만들어냈지. 그 모든 것이 이 방 안에서 이루어졌을 때 말이야.
**나 순경 (망연자실한 표정):** 하지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지 않습니까!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서재현 (시신 옆의 차가운 찻잔을 손끝으로 가볍게 만지며):** 자네, 혹시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가?
**[화면: 서재현이 나 순경을 돌아본다. 그의 눈은 심해처럼 깊고, 그 안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 순경은 그의 시선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방 안에는 정적과 함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돈다. 빗방울 소리마저 멎은 듯하다.]**
**서재현:** 이제부터, 이 연극의 막을 걷어내 보겠네.
**[화면: 서재현의 옆모습 클로즈업. 그의 눈은 서재의 구석구석을 다시 한번 훑어본다. 마치 영혼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이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진실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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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밀실의 트릭, 영맥의 그림자]**
**1. 씬: 서재 안, 서재현의 추리 시작**
**[화면: 서재현은 서안 앞에 선다. 그의 손은 조심스럽게 정대감의 시신 옆에 놓인 고서 위에 얹힌다. 책은 ‘영맥 진수록’이라는 제목의 고서로, 난해한 영맥 회로도가 가득 그려져 있다. 나 순경과 다른 수사관들은 숨을 죽인 채 서재현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서재현:** 정대감은 죽기 직전까지 이 책을 보고 있었군. 그리고 이 차는…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았다. 살해 시각은 자정 무렵. 대감은 죽음의 그림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평화로웠던 모양이야.
**나 순경:** 네… 그게 저희도 의아했습니다. 격투의 흔적도 전혀 없고…
**서재현:** 당연하지. 이 방에 범인이 들어온 흔적이 없으니 말이야. 이 방에 처음부터 범인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화면: 서재현은 다시 책장으로 향한다. 그는 다른 책장과는 미세하게 다른 색과 문양을 가진, 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책장 앞에 멈춰 선다. 그의 손이 책장 표면을 천천히 쓸어본다. 손끝이 책장 가장자리의 아주 미세한 틈새에 닿자, 그의 눈빛이 한층 더 예리해진다.]**
**서재현:** 이 책장은… 단순한 책장이 아니었어.
**나 순경:** 아니, 나으리. 저희가 확인했을 때… 분명 벽과 완전히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서재현:** 완벽하게 밀착되어 있었겠지. ‘영맥 자기장’을 이용해 벽과 하나처럼 보이도록 했을 테니. 이 책장은 회전식 통로였던 거야. 범인은 이 통로를 통해 서재에 숨어들어 대감이 들어와 문을 잠그기를 기다렸겠지.
**[화면: 서재현이 책장 한쪽 모서리에 힘을 주어 누르자, 희미한 ‘딸깍’ 소리와 함께 거대한 책장이 천천히 안쪽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 뒤로 어둡고 좁은 통로가 드러난다. 나 순경을 비롯한 모든 수사관들의 입에서 동시에 경악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나 순경:** 이런… 대체 어떻게! 저희가 얼마나 뒤져봤는데!
**서재현:** 이 통로는 평상시에는 영맥 자기장으로 인해 벽과 완벽하게 일체화되어 있어. 미세한 영맥 흐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그 존재조차 알 수 없지.
**[화면: 서재현은 통로 안을 들여다본다. 통로 저편은 어둡고 깊다. 아마 저택의 다른 구역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다시 서안으로 돌아온 서재현은 정대감의 시신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시신의 등에 난 칼자국은 날카롭지만, 은장도의 칼자국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서재현:** 살해 흉기는 은장도가 아니야. 은장도는 대감의 서안에 늘 전시되어 있던 물건. 범인은 그걸 살해 흉기로 오인하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지. 대감의 등 뒤에 난 상처는 예리하지만, 은장도보다 훨씬 얇고 날카로운 무기로 찔린 흔적이야. 아마… 범인이 평소 몸에 지니고 다니던 아주 작은 암기였을 것이다.
**[화면: 서재현은 서안의 작은 나무 상자를 다시 바라본다. 은장도가 사라진 그 상자. 그리고 다시 영맥 자물쇠의 은 테두리에 난 작은 흠집으로 시선을 옮긴다.]**
**서재현:** 이 흠집… 이 자물쇠에 난 흠집을 잘 보게. 그리고 여기서 풍기는 금속성 비린내.
**나 순경:** 저 흠집이… 중요합니까?
**서재현:** 아주 중요하지. 이 흠집은 은장도의 칼날이 아닌, 은장도의 ‘손잡이’나 ‘꼬리 부분’으로 긁어낸 흔적이야. 그리고 은장도는 사라졌다. 범인이 은장도를 훔쳐간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게지.
**2. 씬: 밀실 트릭의 해명**
**[화면: 서재현은 영맥 자물쇠 앞으로 다가간다. 그는 자물쇠 옆에 있던 작은 장식 패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나 순경과 수사관들이 모두 패널에 집중한다.]**
**서재현:** 이 영맥 자물쇠는 대감의 각인패로만 내부에서 잠글 수 있고, 외부에서는 오직 마스터 각인패로만 해제할 수 있지. 하지만 대감의 각인패로 잠긴 문은 외부에서 마스터 각인패를 사용해도 ‘내부에서 잠김’이라는 기록을 남긴다고 했다. 이것이 밀실 살인을 만든 핵심 트릭이다.
**나 순경:**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서재현:** 범인은 대감이 이 방에 들어와 문을 잠그는 것을 기다렸어. 대감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방에 들어와 평소처럼 각인패로 문을 잠갔지. 그리고 숨어있던 범인이 나타나 대감을 살해했다. 이 모든 것은 완벽하게 연출된 것이었어.
**[화면: 서재현은 그 작은 장식 패널을 가리킨다. 손톱으로 겨우 들어 올릴 수 있을 법한 틈새가 보인다.]**
**서재현:** 이 작은 패널을 보게. 이 안에는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영맥 제어 스위치’가 숨겨져 있었어. 이 스위치는 영맥 자물쇠의 ‘내부 잠금 센서’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화면: 서재현은 가상의 은장도 손잡이로 패널을 들어 올리고, 그 안의 스위치를 조작하는 시늉을 한다. 나 순경은 그의 설명을 따라가며 경악한다.]**
**서재현:** 범인은 대감을 살해한 후, 이 은장도의 꼬리 부분으로 이 패널을 조심스럽게 열고, 영맥 제어 스위치를 조작했다. 그러면 자물쇠는 ‘내부에서 잠김’이라는 신호를 계속 유지한 채, 실제로는 외부에서도 문을 열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거야. 센서가 무력화되었으니까.
**나 순경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도 안 돼… 그런 기능이 숨겨져 있었다니!
**서재현:** 이 스위치는 비상시 점검을 위해 설치된 것이었을 테지. 하지만 범인은 이 기능을 악용했다. 은장도로 패널을 조작하고, 문을 열고 유유히 빠져나온 거야. 그리고 문을 닫은 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스터 각인패로 외부에서 다시 완벽하게 잠갔지.
**[화면: 서재현은 이제 서안 아랫부분의 작은 압력 감지판을 가리킨다. 나 순경은 그제야 그 작은 돌출부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서재현:** 더 놀라운 것은, 범인이 서재를 빠져나가면서 마스터 각인패를 사용해 문을 잠그는 순간, 대감의 시신이 서안에 쓰러지면서 저 압력 감지판을 눌렀다는 거야.
**나 순경:** 그게 무슨…
**서재현:** 이 감지판은 대감의 서안과 연동된 ‘영맥 비상 알림 장치’였다. 대감이 갑작스럽게 쓰러지거나 의식을 잃을 경우, 이 감지판이 눌리면 비서실에 긴급 신호를 보내도록 설계되어 있었지. 범인은 이 모든 과정을 알고 있었던 거야.
**[화면: 서재현은 시선을 나 순경에게서 돌려 서재 문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읊조린다.]**
**서재현:** 범인은 이 밀실을 만들면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은장도를 훔쳤고, 밀실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영맥 자물쇠의 맹점을 이용했어. 그리고 마지막까지 대감의 죽음을 사고사나 자살로 위장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놓친 것이 있었지. 이 작은 은 테두리의 흠집, 그리고…
**[화면: 서재현이 시선을 서안에 엎드린 정대감의 시신으로 돌린다.]**
**서재현:** 서안에 엎드린 대감의 시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흔적. 바로 이 압력 감지판이 눌린 시간과, 영맥 자물쇠의 ‘내부 잠금 센서’가 무력화된 시간이 일치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범인의 치밀한 계획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던 거야.
**3. 씬: 범인의 정체와 동기**
**[화면: 서재현은 거침없이 회전식 책장을 가리킨다. 통로 저편으로 시선을 던진 채 말한다.]**
**서재현:** 이 비밀 통로는 저택의 ‘관리실’과 연결되어 있을 거야. 이 저택의 영맥 시스템을 가장 잘 알고, 마스터 각인패를 소지하고 있으며, 이 비상용 스위치의 존재를 알고 있을 만한 사람…
**[화면: 나 순경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그의 시선은 어느새 저택 비서인 ‘최영준’에게 향해 있다. 최영준은 저택 한구석에서 정대감의 양딸인 정수아를 위로하고 있었다. 최영준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나 순경:** 최… 최 비서!
**[화면: 최영준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는 고개를 들어 서재현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한순간 당혹감과 함께 짙은 살기가 스쳐 지나간다.]**
**최영준 (애써 침착하게):** 무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그저 대감의 비서로서…
**서재현 (최영준을 똑바로 응시하며):** 최영준 씨. 이 저택의 영맥 시스템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이 비상용 스위치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 마스터 각인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대감이 죽자마자 가장 먼저 현장을 발견했지만, 그 어떠한 의심스러운 점도 보고하지 않았던 사람. 모든 것이 자네를 가리키고 있군.
**[화면: 최영준의 얼굴에서 모든 피기가 사라진다. 그의 주먹이 파르르 떨린다. 그가 정대감의 양딸, 정수아에게서 시선을 돌려 서재현을 노려본다. 정수아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다른 수사관들도 최영준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서재현:** 게다가 자네는, 대감의 서안에 있던 ‘영맥 진수록’을 대감이 얼마나 소중히 다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겠지. 그 책이, 사실은 대감이 은밀히 연구하던 ‘영맥 무기 개발’의 핵심 설계도였다는 것을 말이야. 자네는 그 설계도를 탐냈던 거야.
**[화면: 최영준의 눈이 번뜩인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의 얼굴에 회한과 함께 광기 어린 집착이 드러난다.]**
**최영준 (떨리는 목소리로):** 대감은… 대감께서는 구시대의 유물이었습니다! 그 엄청난 영맥 기술을 고작 재물을 불리거나, 낡은 사상을 지키는 데만 사용하려 했어! 나는…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대감의 기술이 있다면, 대한제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단 말이다!
**[화면: 최영준이 갑자기 몸을 돌려 정수아에게 달려들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나 순경과 수사관들이 재빨리 그를 제압한다. 그는 저항하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최영준:** 그 책은! 내가 가져갔어야 했다! 내가… 내가 그 힘을 손에 넣었어야 해!
**[화면: 서재현은 고요히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본다. 그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다. 그저 모든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차분함만이 감돈다. 그는 최영준의 발악을 뒤로 한 채, 서안에 엎드린 정대감의 시신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서재현 (나지막이):** 인간의 탐욕은… 영맥 기술마저도 악의 도구로 만들고 마는군.
**[화면: 서재현은 서재를 빠져나온다. 밤늦도록 이어지던 빗줄기는 어느새 멎어 있고, 저택 마당에는 고요한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다. 그의 뒤로는 수사관들이 최영준을 연행하는 소리와, 정수아의 흐느낌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서재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화면: 빗물에 젖은 돌담 위로, 희미한 달빛이 비친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인간의 어두운 욕망은 여전히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듯하다.]**
**[엔딩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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