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심연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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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EXT. 심우주 – 헤르메스 호 – 고요한 어둠 속**
망망대해 같은 심우주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거대한 함선, ‘헤르메스 호’.
선체 표면에 반사되는 멀고 먼 별빛들이 차갑고 섬뜩하다. 주변은 인류의 지도가 닿지 않은 미지의 성운과 은하의 경계선.
고요하지만, 그 고요함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긴다.
함선은 마치 거대한 금속 고래처럼 어둠 속을 유영한다.
**내레이션 (박선우 – 차분하지만 미묘하게 지친 목소리):**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심우주 탐사선 ‘헤르메스 호’는 인류의 지식 지평을 넓히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가끔, 이 광활함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는다. 때로는… 깨닫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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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INT. 헤르메스 호 – 함교 – 밤 (혹은 끝없는 우주의 밤)**
함교는 푸른색과 보라색의 조명, 그리고 은은한 경고등으로 가득하다.
최첨단 장비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승무원들이 각자의 콘솔 앞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적막하고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선우(40대 후반, 날카로운 눈빛, 그러나 피로가 스며든 얼굴)가 홀로그램 항해도를 응시한다. 그의 옆에는 지연(30대 후반, 냉철하고 이성적인 부선장)이 서 있다.
**이지연:** (낮은 목소리로)
선장님. 현 위치, S-17 구역에서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예상했던 암흑물질 분포도와 일치합니다. 지루할 만큼 평온합니다.
**박선우:** (한숨 쉬듯)
그래. 늘 똑같지. ‘미지의 영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매번 익숙한 것들만 발견하는군. 탐사 일지를 써도 죄다 복사 붙여넣기 같아.
민준(20대 후반, 호기심 많고 활기찬 탐사 전문가)이 자신의 콘솔 앞에서 데이터를 살피다가 갑자기 손을 멈춘다. 그의 얼굴에서 장난기 대신 놀라움과 혼란이 스친다.
**김민준:**
어? 잠시만요!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박선우와 이지연의 시선이 민준에게로 향한다.
**박선우:**
김 연구원, 무슨 일이지? 데이터 오류인가?
**김민준:**
(콘솔을 연신 두드리며 재확인한다)
S-18 구역, 예상 경로에서 약 3광년 벗어난 지점에서… 감지 범위 밖의 에너지 신호가 잡힙니다. 이 정도 거리에선 나올 수 없는… 비정상적인 파장입니다. 패턴도 불규칙하고,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합니다.
**이지연:**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측정해 봐. 심우주에서 그런 신호는…
**김민준:**
세 번 반복해서 측정했습니다. 신호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입니다. 마치… 저희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요. 제가 아는 어떤 에너지 패턴과도 다릅니다. 이… 이건 인공물입니다. 그것도 상상 이상의 거대하고 오래된.
박선우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의 직감이 은근한 경고를 보내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찾아온 ‘미지’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이, 아니 어쩌면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발동한다.
**박선우:**
(잠시 침묵 후, 단호하게)
함선 방향 S-18 구역으로 변경. 속도 0.5 워프.
**이지연:**
선장님! 위험합니다. 지도에 없는 미지 구역입니다. 본부와의 교신도 닿지 않는 곳이고요. 무슨 일이 생겨도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박선우:**
(홀로그램 항해도를 노려보며, 그의 눈에 알 수 없는 결의가 스친다)
그래서 가는 거다. 우리가 ‘헤르메스’가 된 이유가 바로 그 미지를 탐사하는 것 아니겠나. 인류가 닿지 못했던 진실의 그림자를 쫓는 것.
이지연은 차마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명령을 따른다.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별들이 길게 늘어서며 워프가 시작된다.
잠시 후, 워프가 끝나고, 화면에 알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연적인 천체가 아니다. 거대한 건축물, 혹은 잔해에 가까운 무엇인가가 우주 공간에 부유하고 있다.
누군가 오래전에 버리고 간, 우주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김민준:**
세상에… 이건… 정말…
그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벌린다. 화면에 비치는 구조물은 거대하고 불길한 형상으로, 검고 매끄러운 외피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빛을 흡수하는 듯, 주변의 별빛조차 왜곡시키는 기이한 존재감이다.
**최우혁 (40대, 기관장, 퉁명스럽지만 베테랑):** (인터컴으로, 살짝 잠이 덜 깬 목소리)
이봐, 선장. 대체 뭐가 보여서 이렇게 떠들썩한 건가? 엔진에 무리 가는 소리가 들리는군.
**박선우:** (인터컴으로)
기관장. 에너지원 확인. 김 연구원, 탐사 드론 준비. 이지연 부선장, 비상 대기.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이야.
화면에 비치는 구조물이 천천히 회전한다. 그것의 표면에는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미세한 틈새들이 무수히 얽혀 있는데, 마치 살아있는 것의 피부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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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INT. 헤르메스 호 – 탐사선 격납고 – 긴장감**
격납고 내부, 민준이 탐사 드론 ‘페가수스’의 점검을 서두르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흥분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교차한다.
서윤(30대 초반, 의무관, 침착하고 이성적)이 드론 점검을 돕는다. 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한서윤:**
이게 정말 외계 구조물이라고 확신하는 건가요? 이런 우주에는 예측 불가능한 자연현상도 많습니다.
**김민준:**
(드론의 카메라를 점검하며)
이런 패턴, 이런 규모는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없습니다. 서윤 박사님. 이건… 누군가 만든 겁니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이 심연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겁니다. 미지의 설계자, 미지의 목적.
**한서윤:**
그 미지가 언제나 환영받는 건 아닙니다. 선장님은 너무 쉽게 결정하셨어요. 본부와의 교신도 없는 상황에서.
**김민준:**
(웃으며)
그게 선장님다운 방식이죠. 늘 경계선을 넘나드는.
그때, 박선우와 이지연이 들어선다.
**박선우:**
준비는 됐나, 김 연구원?
**김민준:**
네, 선장님. 페가수스, 즉시 투입 가능합니다.
**이지연:**
선장님,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만, 경계선 너머의 영역입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무장 드론을 함께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박선우:**
아니. 우리가 무장을 하는 순간, 그것을 위협으로 규정하는 셈이다. 일단은 ‘탐사’다. 순수한 탐사.
민준은 드론을 발사대에 장착한다. 격납고의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고, 우주의 어둠이 침입한다.
**INT. 헤르메스 호 – 함교**
메인 스크린에 페가수스 드론의 시야가 잡힌다. 드론이 천천히 거대한 외계 구조물에 접근한다.
가까이 갈수록 그 규모는 더욱 압도적이다. 검은 표면은 마치 빛을 삼키는 듯하고, 불규칙하게 박힌 문양들은 해독 불가능한 고대 문자를 연상시킨다.
드론이 구조물의 한쪽 벽면에 있는 거대한 균열, 혹은 입구처럼 보이는 곳으로 접근한다. 그곳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김민준:**
(놀란 목소리로)
내부에 에너지 반응이 있습니다! 생체 반응은 아닙니다. 금속성, 혹은 광물성의… 하지만 매우 강력하고 안정적인 파장입니다.
**박선우:**
페가수스, 내부 진입. 최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해라.
드론이 천천히 균열 속으로 들어간다.
내부는 예상보다 훨씬 넓고, 빛을 잃은 거대한 홀이 펼쳐져 있다. 홀 중앙에는 거대한 검은색 비석이 홀로 서 있다.
그 비석은 매끄러운 흑요석처럼 보이지만, 빛을 반사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빛을 흡수하는 듯한 기이한 재질이다.
비석 주변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일렁이며, 홀 전체에 낮은 주파수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는 단순한 진동이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을 직접 흔드는 듯한 불쾌한 공명음을 낸다.
**김민준:**
(숨을 들이켜며)
저게… 저게 근원입니다. 저 비석에서 모든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분석 불가… 전혀 알 수 없는 물질입니다. 마치… 우주의 조각을 잘라낸 것 같습니다.
**이지연:**
회수할 수 있겠습니까?
**김민준:**
섣불리 건드렸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건 반드시 연구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발견입니다!
박선우는 화면 속의 검은 비석을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 탐욕이 아닌, 어떤 깊은 끌림과 함께 경외감이 스친다.
그 순간, 비석 주변의 푸른빛이 강렬하게 한 번 섬광처럼 번뜩인다.
함교 전체의 전력이 순간적으로 깜빡인다.
**최우혁:** (인터컴으로)
젠장! 주 전력 계통에 순간적인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비상 전력 가동!
**박선우:**
(굳은 얼굴로)
젠장… 저게 뭔가를 한 건가?
**김민준:**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보며)
비석… 비석에서 전례 없는 파장이 방출되고 있습니다. 저희의 시스템을 스캔하는 듯합니다. 아니… 저희의 ‘정신’을 스캔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함교 전체에 낮은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마치 비석의 공명음이 함선 내부로 직접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승무원들은 귀를 막고 괴로워한다.
**박선우:**
페가수스! 즉시 비석에서 이탈! 복귀시켜!
드론이 비석에서 멀어지려 하지만, 기이하게도 드론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붙잡힌 것처럼.
그리고 비석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더니, 함교 스크린 전체를 뒤덮는다.
화면은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로 가득 차고, 그 노이즈 사이로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도형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삭임이 스쳐 지나간다.
승무원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들의 표정은 공포와 혼란으로 물든다.
**[장면 4]**
**INT. 헤르메스 호 – 의무실 – 그 후**
서윤이 민준을 진찰하고 있다. 민준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다. 그의 눈은 초점이 없고, 멍한 상태다.
함교에서 비석의 섬광 이후, 민준은 강한 두통과 함께 일시적인 의식 소실을 겪었다.
**한서윤:**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며)
신체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생체 신호는 안정적이고… 뇌파도 정상 범위입니다. 하지만…
**김민준:**
(공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보였어… 봤어… 우주가… 우주가 날 불렀어…
**한서윤:**
김 연구원? 뭘 봤다는 거죠?
**김민준:**
(눈을 감고 고통스러운 듯 이마를 짚는다)
숫자들이… 셀 수 없는 숫자들… 의미 없는 배열 속에서… 어떤 패턴이… 어떤 진리가… 보였어… 그리고… 그리고…
그는 몸을 비튼다.
**김민준:**
소리가 들려… 비석의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 무수히 많은 목소리들이… 속삭여…
서윤은 민준의 증상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단순한 공황 발작이나 스트레스 증상이 아님을 직감한다.
**한서윤:**
(자신에게 중얼거리듯)
심우주 증후군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릅니다.
그녀는 진료 기록을 확인하다가, 자신의 팔에 돋아난 소름을 느낀다.
갑자기 의무실의 조명이 불안하게 깜빡인다. 웅웅거리는 낮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환청인가? 서윤은 고개를 젓는다.
**INT. 헤르메스 호 – 선장실 – 밤**
선우는 비좁은 선장실에 홀로 앉아 있다. 낡은 가족사진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속에는 젊은 선우와 그의 아내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은 흐릿하게 보이고,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사진을 내려놓고 한숨을 쉰다.
그 순간, 그의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속삭이는 듯하지만, 명확하게 들린다.
**환청 (아내의 목소리, 그러나 섬뜩하게 왜곡된):**
_왜… 날… 구하지… 못했어…?_
선우는 몸을 굳힌다. 환청이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현실처럼 생생하다.
그의 눈앞에 순간적으로 섬광이 스치고, 흐릿하게 그의 아내가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는 환상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고, 그녀는 선우를 향해 손을 뻗는다.
선우의 얼굴이 공포로 질린다.
**박선우:**
(숨을 헐떡이며)
아니야… 아니야…
그는 벌떡 일어나 비틀거린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비석의 영향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하다.
그는 서둘러 선장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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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INT. 헤르메스 호 – 함교 – 혼돈**
함교에는 미묘한 긴장감과 피로감이 맴돈다.
비석을 회수하여 임시 보관실에 격리했지만, 그 영향은 사라지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초조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간간이 서로를 의심하는 눈초리들이 오간다.
지연이 메인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다. 화면에는 임시 보관실에 격리된 검은 비석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다.
비석은 여전히 낮은 공명음을 내고 있으며,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인다.
**이지연:**
(인터컴으로 최우혁에게)
기관장. 임시 보관실의 전력 차단막, 재확인. 저 비석의 에너지가 함선 시스템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우혁:** (인터컴으로,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
이봐, 부선장. 차단막은 내가 직접 점검했어. 완벽해! 문제는 저 돌멩이 자체가 내는 파장이야. 내 머리까지 울리는 것 같다고.
최우혁의 목소리에서 피로와 신경질이 느껴진다.
**김민준:**
(자신의 콘솔 앞에서 비석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이건…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계속해서 데이터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민준의 눈은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빛난다. 그의 주변에는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들이 홀로그램으로 떠다닌다.
그는 노트에 알 수 없는 그림과 숫자를 휘갈겨 쓰고 있다.
**한서윤:** (함교로 들어서며)
선장님. 김 연구원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합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격리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선우:**
(굳은 표정으로)
일단은 지켜보지. 중요한 건 저 비석의 정체다.
그 순간, 함교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켜진다. 짧은 정전이다.
‘웅-웅-‘하는 낮은 비석의 공명음이 더욱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메인 스크린 속 비석 주변의 푸른빛이 섬광처럼 번뜩이고, 그 순간 스크린에 기이한 이미지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알 수 없는 외계 언어, 우주의 광활한 풍경, 그리고 불가능한 형태의 존재들의 형상이 아주 짧게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지연:**
(경악하며)
젠장! 메인 시스템 오류! 긴급 복구!
**최우혁:** (인터컴으로 다급하게)
함선 전체의 전력 계통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스템이 미쳐 돌아가고 있어! 제어 불능!
승무원들의 얼굴에 공포가 엄습한다.
민준은 홀로그램 이미지에 손을 뻗어 만지려 한다. 그의 눈은 완전히 맛이 가버린 상태다.
**김민준:**
(미친 듯이 웃으며)
보여… 보여! 진실이…! 우주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어!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저 비석은 그걸 보여주고 있어! 모든 것을 초월한… 궁극의 지식…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홀린 듯 임시 보관실로 향하는 문을 향해 걸어간다.
**한서윤:**
김 연구원! 안 돼!
서윤이 민준을 잡으려 하지만, 민준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문을 향해 질주한다.
선우는 망설임 없이 민준의 뒤를 쫓는다. 지연은 시스템 복구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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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6]**
**INT. 헤르메스 호 – 임시 보관실 복도 – 필사적인 추격**
민준이 복도를 미친 듯이 달려간다. 그의 뒤를 선우가 필사적으로 쫓는다.
복도의 조명은 불안하게 깜빡이고, 비석의 공명음이 복도 전체를 뒤흔든다.
벽면에 희미한 그림자들이 흔들린다.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늘어나고 줄어든다.
**박선우:**
김 연구원! 멈춰! 제정신이 아니야!
민준은 선우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홀린 표정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김민준:**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린다)
_Y’ai ‘ng’ngah, Yog-Sothoth!_ (발음하기 어려운 외계 언어)
_그는 모든 차원의 열쇠이자 문… 그는 모든 존재의 시작과 끝…_
그의 중얼거림은 점차 빠르고 격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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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변 7]**
**INT. 헤르메스 호 – 임시 보관실 – 절정의 광기**
민준이 임시 보관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내부 중앙에는 검은 비석이 푸른빛을 강렬하게 뿜어내고 있다. 주변에는 비석의 영향으로 왜곡된 공간이 일렁인다.
비석 주변의 공기는 마치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뒤틀려 보인다.
민준은 비석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간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아닌 엑스터시에 가까운 표정이 떠올라 있다.
**김민준:**
(광기 어린 목소리로)
보여…! 모든 것이 이어져 있어! 저편의 세상이…!
선우가 보관실로 들어선다. 민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지연과 서윤, 그리고 최우혁도 숨을 헐떡이며 그 광경을 목격한다.
**박선우:**
김 연구원! 멈춰!
민준은 선우의 경고를 무시하고 비석에 손을 뻗는다.
그 순간, 비석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민준의 몸을 감싼다.
민준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기묘한 희열이 뒤섞여 있다.
그의 몸에서부터 빛의 실타래가 뻗어 나와 비석과 연결된다. 마치 그의 영혼이 비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한서윤:**
(비명을 지르듯)
생체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민준의 몸이 빛 속에서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그의 형체가 일그러지고, 마치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박선우:**
(절규하듯)
김민준!
선우가 민준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비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에너지 파장에 밀려 뒤로 나동그라진다.
그의 눈앞에 다시 한번 아내의 환영이 스쳐 지나간다.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고, 그녀는 선우를 향해 손을 뻗으며 울부짖는다.
_왜… 날… 구하지… 못했어…?_
아내의 목소리가 비석의 공명음과 섞여 선우의 뇌리를 강타한다.
선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다.
**박선우:**
(고통스럽게)
아니야…! 나는…!
**이지연:**
(이를 악물고)
선장님! 정신 차리세요! 저 비석이 우리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지연은 비상 제어 패널로 달려가 비석이 격리된 보관실의 비상 방출 버튼에 손을 얹는다.
이 비상 방출 시스템은 함선이 위험에 처했을 때, 함체 일부를 우주 공간으로 분리시키는 기능이다.
**이지연:**
(떨리는 목소리로)
이걸… 이걸 우주로 날려버려야 합니다!
**최우혁:**
부선장! 그건 함선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구조적 결함을 야기할 거라고!
**이지연:**
(눈물을 흘리며)
이대로 두면… 우리 모두 저 비석의 먹이가 될 겁니다!
그녀는 버튼을 누르려 하지만, 비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정신 공격에 손이 멈칫한다.
그녀의 눈앞에 가족들의 환영이 나타나 자신을 비난하는 듯한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_너는 늘 이기적이었어…_
_너는 아무도 지키지 못해…_
**한서윤:**
(비틀거리며)
비석의 파장이… 우리의 신경계를 교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을 건드리고 있어요!
민준의 형체가 거의 사라져간다. 그의 마지막 흔적이 비석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는 순간, 비석에서 거대한 푸른빛 섬광이 터져 나온다.
섬광과 함께 ‘웅-‘하는 거대한 파열음이 울려 퍼지고, 보관실의 벽면에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들이 불길하게 새겨진다.
그 문양들은 마치 눈을 가진 것처럼 번득이며, 주변의 공기를 뒤틀리게 만든다.
비석은 이제 단순히 돌멩이가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우주의 의식이, 형언할 수 없는 지성이 응축된 존재였다.
그것은 두려움을 먹고 자라며, 지성을 가진 생명체의 존재를 왜곡시켜 자신의 일부로 흡수하는 끔찍한 생명체였다.
선우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다.
그의 귓가에는 아직도 아내의 목소리가 메아리치지만, 이제는 비석의 공명음과 함께 뒤섞여 섬뜩한 합창을 이룬다.
**박선우:**
(떨리는 목소리로)
저… 저건… 우리의… 우리 모두의… 심연을… 보여주고 있어…
화면이 암전된다.
‘웅-‘하는 비석의 공명음이 계속해서 배경에 깔린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수많은 목소리들의 섬뜩한 속삭임이 겹쳐진다.
**VOICEOVER (민준의 목소리, 그러나 비석의 왜곡된 음성이 섞여서):**
_우리는… 한 조각일 뿐… 티끌일 뿐… 영원히… 삼켜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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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8]**
**EXT. 심우주 – 헤르메스 호 – 고요한 표류**
‘헤르메스 호’는 여전히 심우주에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함선의 불빛은 불안하게 깜빡이고, 함선 전체를 감싸던 생명력은 사라진 듯하다.
함선 주위의 우주는 여전히 고요하지만, 이제 그 고요함은 더욱 깊은 공포와 침묵을 담고 있다.
카메라는 천천히 헤르메스 호의 격리된 임시 보관실 부분으로 줌인된다.
그곳에서 여전히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이고 있다.
**내레이션 (박선우 – 완전히 지쳐버린, 텅 빈 목소리):**
“우리는 그저 작은 존재일 뿐이었다. 심연 속의 티끌. 그들은… 저 비석은… 우리의 가장 깊은 곳을 보았고,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이용했다. 미지는… 언제나 경이롭지만, 때로는 우리를 삼키는 그림자가 된다.”
카메라가 점점 멀어지며, 헤르메스 호는 광활한 우주의 어둠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마치 거대한 우주의 심연이 침묵하는 증인처럼, 그 비극을 응시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어둠 속에서 ‘웅-‘하는 낮은 비석의 공명음이 희미하게 들려오다가, 이내 모든 것이 침묵에 잠긴다.
**FADE TO 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