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테스의 밀실 살인>
### 씬 1: 혼돈의 서막
**[장면 시작]**
(우주 저편, 거대한 요새형 전투 도시 ‘기간테스’가 유성우를 헤치고 고요히 나아가고 있다. 그 위용은 하나의 거대한 철의 행성처럼 보인다. 이윽고, 도시 내부로 시점이 전환된다. 중앙 통제실의 차가운 금속 벽면에 비상등이 붉게 번쩍이고, 경고음이 귓청을 찢을 듯 울려 퍼진다.)
**중앙 통제실**
**시간:** 새벽 03:00
(상황실 인원들이 비상 대처 매뉴얼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공포가 역력하다. 스크린에는 ‘사령관 구역 – 오리온 스피어, 내부 생체 반응 소실’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깜빡이고 있다.)
– **강하율 (20대 후반, ‘기간테스’의 에이스 파일럿이자 보안 팀장, 긴장된 표정으로 통제실에 뛰어들며):** 무슨 일이야?! 칼데론 사령관님은?!
(그녀의 전투복은 먼지 한 톨 없이 단정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거친 숨소리는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보여준다.)
– **오퍼레이터 A (젊은 여성, 당황한 목소리로):** 강 팀장님! 사령관님의 오리온 스피어에서 생체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강제 개방을 시도했지만… 먹통입니다!
– **강하율:** 먹통이라고?! 말도 안 돼! ‘오리온 스피어’는 외부에서 강제로 열 수 없게 설계된 완벽한 밀실이야! 안에서 사령관님 본인이 열지 않는 한…!
– **오퍼레이터 B:** 내부 카메라에… 사령관님의 모습이 잡혔습니다.
(메인 스크린에 ‘오리온 스피어’ 내부가 비친다. 투명한 강화 유리벽 안쪽, 칼데론 사령관이 그의 개인 통제 의자에 기댄 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가슴팍에는 작은 검은 점이 선명하다. 이미 사망한 지 시간이 꽤 흐른 듯했다. 충격적인 광경에 통제실 전체가 침묵에 잠긴다.)
– **강하율:** (떨리는 목소리로) 말도 안 돼… 대체 누가… 어떻게? 스피어는 밀봉된 상태인데!
– **엔지니어 부국장 이안 (40대, ‘기간테스’의 시스템 총괄 책임자, 불안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노려보며):** 내부 시스템 로그를 확인했지만, 침입 흔적은 전무합니다. 외부 해킹도 탐지되지 않았고요. 이건… 초자연적인 현상입니다.
– **보안 사령관 레나 (30대, 냉철한 여성, 팔짱을 낀 채 이안을 흘겨보며):**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니, 부국장님. 비과학적인 소리는 그만하시죠. 누군가 ‘기간테스’의 시스템을 속였거나, 스피어 자체의 허점을 이용한 겁니다. 하지만… 어떤 허점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지만.
– **작전 통제관 코넬리우스 (50대, 노련한 군인, 침통한 표정으로):**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밀실 살인의 트릭을 밝혀내는 겁니다. 사령관님의 죽음은 ‘기간테스’ 전체의 안보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외부 함선과의 교신도 봉쇄해야 합니다.
– **강하율:** (주먹을 꽉 쥐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아.
(모두의 시선이 강하율에게 쏠린다.)
– **강하율:** ‘기간테스’의 정비 구역에 숨어 지내는 그 괴짜… 서은한. 그는 미친 천재야.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몰라.
(강하율의 결단력 있는 눈빛이 흔들리는 중앙 통제실의 붉은 비상등에 반사된다.)
**[장면 전환]**
### 씬 2: 천재의 등장
**중앙 통제실 복도 – 오리온 스피어 앞**
**시간:** 아침 08:00
(아침 햇살이 ‘기간테스’ 내부로 스며들지만, 중앙 통제실 앞은 여전히 싸늘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오리온 스피어는 투명하게 빛나고, 그 안에는 여전히 칼데론 사령관의 시신이 의자에 앉아 있다.)
(멀리서 낡고 길게 늘어진 트렌치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온다. 헝클어진 은발에 두꺼운 안경을 쓴 그는 주위의 심각한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그의 손에는 복잡한 기계식 퍼즐 큐브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바로 서은한이다.)
– **서은한 (20대 중반, 무심한 표정으로 큐브를 돌리며):** 흐음… 심해의 해초가 심장 박동을 멈췄군. 하지만 고작 밀실 살인이라니, ‘기간테스’라는 거대한 심장을 가진 철의 고래에게는 너무나도 흔한 감기 같은 사건이군.
– **강하율:** (한숨을 쉬며) 은한! 제발 그 오글거리는 소리 좀 그만 하고! 사령관님이 돌아가셨어!
(은한은 강하율의 말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피어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 **서은한:** (큐브를 한 손으로 돌리며 스피어 주위를 맴돈다) 밀실이라… 인간들은 늘 ‘닫힌 문’과 ‘보이지 않는 벽’에 집착하지. 하지만 이 광대한 우주에서 진정으로 닫힌 곳이란 없어. 단지…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 **이안:** (불쾌한 표정으로) 이 사람이 그 강 팀장님이 말한 ‘천재’입니까? 미치광이에 가까워 보이는군요.
– **레나:** (은한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령관님의 죽음은 장난이 아닙니다, 서 박사. 실체를 말해주세요.
– **서은한:** (안경을 살짝 치켜 올리자, 두꺼운 렌즈 뒤로 예리한 눈빛이 번뜩인다) 실체? 실체는 늘 감춰져 있지. 마치 이 ‘기간테스’의 모든 속살이 외부의 눈으로부터 보호받듯 말이야. 그건 그렇고… 사령관의 시신, 훼손시키지 말고 이대로 보존하고 있었군. 현명한 판단이야.
(그는 오리온 스피어의 투명한 벽에 손가락을 대고 미세하게 훑는다. 아무것도 없는 매끄러운 표면.)
– **서은한:** (중얼거리듯) 완벽한 밀봉인가… 아니, 완벽해 보이는 밀봉이겠지. 인간이 만든 것에 완벽이란 없어. 특히 이런 거대한 철의 도시에는 늘 숨겨진 틈이 있기 마련. 강하율, 이 스피어의 설계도와 ‘기간테스’ 전체의 모든 시스템 로그, 그리고 지난 24시간 동안의 정비 드론 이동 경로를 가져와.
– **강하율:** (놀란 표정으로) 정비 드론 이동 경로까지? 그걸 왜?
– **서은한:** (피식 웃으며) 자네의 ‘스카이울프’가 하늘을 가르는 방식과, 작은 정비 드론이 배관을 오가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그리고… 이 스피어 주변의 모든 에너지 흐름 기록도. 아주 미세한 변동까지 놓치지 말고.
(은한은 큐브를 다시 돌리며, 그 누구도 찾지 못했던 스피어 표면의 아주 미세한, 거의 보이지 않는 긁힘 자국 하나를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한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비현실적인 요구에 혼란스러워 하지만, 강하율은 그의 말을 듣기로 결정한다.)
**[장면 전환]**
### 씬 3: 비상식적 관찰
**기간테스 중앙 분석실**
**시간:** 낮 14:00
(기간테스의 중앙 분석실은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과 수많은 정보 패널로 가득하다. 은한은 그 중앙에 서서 허공에 투영된 ‘오리온 스피어’의 3D 설계도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다. 강하율은 그의 옆에서 명령을 수행하며 데이터를 불러온다.)
– **서은한:** (투영된 스피어의 특정 부분을 확대하며) 자, 이 부분을 봐. ‘스피어 내부 환경 조절 시스템’의 환기구. 평소에는 완벽하게 밀봉되어 외부와 차단되지. 하지만… 과연 그럴까?
– **이안:** (불안한 듯 옆에서 지켜보다가) 불가능합니다! 그 환기구는 비상시에만 수동으로 조작되며, 외부에서는 절대 조작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설계했습니다!
– **서은한:** (이안을 힐끗 보며) 인간이 설계한 모든 것은 인간에 의해 파훼될 수 있지. 특히… 설계자 자신에 의해서라면 더욱 쉬울 테고. 강하율, 지난 24시간 동안 이 스피어 주변의 모든 에너지 주파수 변화 기록을 띄워봐. 10의 마이너스 9승 단위까지.
(강하율이 지시에 따르자, 홀로그램 스크린에 복잡한 그래프와 숫자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 **강하율:** 이 정도 단위의 미세한 변화는 거의 잡음 수준인데… 은한, 뭘 찾는 거야?
– **서은한:** (손가락으로 특정 지점을 가리키며) 찾았다. 정확히 칼데론 사령관의 사망 추정 시각에, 이 환기구 주변에서 극히 짧은 순간, 특정 주파수의 에너지 변동이 있었어. 아주 미약하지만, 스피어의 밀봉이 아주 잠깐, 0.001초 미만의 순간 동안 ‘열렸다 닫혔다’는 증거야.
(모두가 경악한다. 눈에 보이지도, 센서로도 거의 감지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 **레나:** 말도 안 돼! 그런 짧은 순간에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파리 한 마리도 드나들지 못할 겁니다!
– **서은한:** (피식 웃으며) 파리 한 마리? 하지만 ‘기간테스’ 안에는 파리보다 훨씬 작고,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들이 수없이 많지. 바로… ‘기간테스’의 자체 방어용 ‘나노-드론’들 말이야. 강하율, 지난 24시간 동안 이 구역을 오간 나노-드론들의 이동 경로와 작동 기록을 모두 소환해. 특히 ‘유니콘-7’ 모델에 집중해.
(강하율은 침을 꿀꺽 삼키며 지시를 따른다. 스크린에 수많은 점들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경로가 나타난다.)
– **강하율:** ‘유니콘-7’ 모델은 이 스피어 외벽의 미세한 균열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초소형 드론인데… 칼데론 사령관님은 개인적인 성향으로 이 드론이 스피어 근처에 오는 것을 싫어하셨어. 그래서 평소에는 이 구역 근처에 배치되지 않도록 시스템 설정이 되어있는데…
(그녀의 시선이 특정 지점에 고정된다. 화면의 한 구석에서, 평소에는 스피어 근처에 오지 않던 ‘유니콘-7’ 나노-드론 한 대가 칼데론 사령관의 사망 추정 시각에 스피어 환기구 앞에서 잠시 멈춰 섰던 기록이 발견된다.)
– **강하율:** (충격에 빠져) 이건… 평소 패턴과 달라. 이 드론은 왜 이 시간에 이곳에 있었지?
– **서은한:** 왜냐하면… 그것이 그의 ‘무기’였으니까. 칼데론 사령관의 가슴에 남은 작은 검은 점. 그것은 초소형 레이저 포드에 의한 상처다. 나노-드론 ‘유니콘-7’의 정밀 용접용 레이저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아주 짧은 순간, 환기구가 열리고… 드론이 침투해 사령관을 살해하고, 다시 빠져나온 거야. 완벽하게 ‘기간테스’의 시스템의 보호를 받으면서.
(분석실 전체가 경악과 혼돈에 휩싸인다. 이안 부국장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갔다.)
**[장면 전환]**
### 4. 씬 4: 밀실의 진실
**기간테스 중앙 통제실**
**시간:** 저녁 20:00
(칼데론 사령관의 시신은 수습되었지만, 통제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강하율, 이안, 레나, 코넬리우스 등 주요 인사들이 은한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모여 있다.)
– **서은한:** (중앙 스크린에 ‘오리온 스피어’와 ‘유니콘-7’ 드론의 이동 경로를 띄우며) 처음부터 밀실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영구히 밀폐된 밀실’은 없었지. 이 스피어는 외부와 차단되어 있지만, 환기 시스템과 비상 정비용 접근 통로가 존재한다. 평소에는 완벽하게 위장되어 보이지 않는 그 틈을… 범인은 알고 있었어.
(그의 시선이 이안 부국장에게 향한다.)
– **서은한:** 그리고 그 틈을, 특정한 에너지 주파수로 아주 짧게 열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이 ‘기간테스’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 중 한 명뿐이야. 바로 당신, 이안 부국장.
(이안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레나와 코넬리우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본다.)
– **이안:** (더듬거리며) 무슨… 무슨 소리입니까! 터무니없는 모함입니다!
– **서은한:** 모함? ‘기간테스’의 시스템 로그에는 당신이 사령관 사망 추정 시각 10분 전, 원격으로 ‘유니콘-7’ 드론의 비상 정비 경로를 활성화시킨 기록이 남아있다. 평소 사령관이 이 드론을 싫어하여 접근을 금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조치지. 그리고 당신은 칼데론 사령관의 강경파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했었지. ‘기간테스’의 방어 시스템을 너무 폐쇄적으로 운용하여, 오히려 외부의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이야.
– **이안:** (비명을 지르듯) 그건… 그건 단순한 기술적인 의견 차이였을 뿐입니다! 나는 사령관님을 존경했습니다!
– **서은한:** 존경? 사령관의 개인 보안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몇 안 되는 인물, 그리고 ‘유니콘-7’의 작동 방식과 스피어 환기 시스템의 미세한 허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던 자. 당신은 ‘기간테스’의 자체 방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명목으로, 그 틈을 여는 특정 주파수를 미리 프로그래밍해두었어. 그리고 그 순간, ‘유니콘-7’ 나노-드론을 침투시켜 사령관의 심장에 정밀 레이저를 발사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 거지. 모든 것은 ‘기간테스’ 스스로가 사령관을 죽인 것처럼 보이도록.
(스크린에는 은한이 재구성한 암살 시뮬레이션이 재생된다. 아주 작은 드론이 환기구를 통해 순식간에 진입, 칼데론 사령관에게 레이저를 발사하고 빠져나오는 모습. 경악할 만큼 완벽하고 잔혹한 트릭이었다.)
– **강하율:** (분노에 찬 목소리로) 부국장님…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당신은 ‘기간테스’의 심장을 설계한 사람인데!
(이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는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안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번진다.)
– **이안:** (낮게 으르렁거리며) 그래… 나는 ‘기간테스’의 심장을 설계했지. 그렇다면, 이 심장의 통제권도 나에게 있다는 것을 잊었나? 칼데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겁쟁이였다. 이 ‘기간테스’는 더 위대한 운명을 가지고 있어!
(그는 갑자기 품속에서 작은 제어 패드를 꺼내더니, 미친 듯이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 **이안:** (광기에 찬 목소리로) 이 ‘기간테스’를 움직이는 건 나다! 너희가 감히 나의 계획을 방해할 수는 없어! ‘기간테스’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지!
(중앙 통제실 전체에 붉은 경고등이 더욱 격렬하게 번쩍이고, 시스템 오류를 알리는 섬뜩한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스크린에는 ‘보안 시스템 무력화’, ‘방어 드론 활성화’, ‘비상 전투 모드 전환’ 등의 메시지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 **레나:** 이안 부국장이 ‘기간테스’의 통제 시스템에 비상 우회 코드를 심어뒀습니다! 드론 제어권을 탈취하고 있습니다!
– **코넬리우스:** 모든 무장 드론들이 적대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통제 불능!
(통제실 밖 복도에서 금속성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복도 벽면의 격납고 문이 열리면서, 수십 대의 중무장된 ‘기간테스’ 방어 드론들이 날카로운 무기를 장전한 채 진입하기 시작한다.)
– **강하율:** (비장한 표정으로) 서은한! 저 미친놈을 막아!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겠어!
(강하율은 곧바로 그녀의 개인 메크 격납고로 향한다.)
**[장면 전환]**
### 5. 씬 5: 폭주와 제압
**기간테스 중앙 통제실 및 격납고**
**시간:** 밤 20:10
(중앙 통제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안은 제어 패드를 들고 광기에 찬 미소를 지으며 비상 통제 장치에 연결, ‘기간테스’의 심부를 장악하려 한다. 무장 드론들이 통제실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 **서은한:** (침착하게 자신의 노트북을 펼쳐들고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린다) 하아… 제법 흥미로운데. 이안의 비상 우회 코드…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군. 하지만 모든 시스템에는 허점이 있지. 마치 불완전한 인간의 심장처럼.
(은한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날아다닌다. 스크린에는 수많은 코드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는 이안이 ‘기간테스’에 심어놓은 제어권을 역으로 탈환하려 한다.)
(그때, 통제실 외곽 격납고의 거대한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강하율이 자신의 애기 메크, ‘스카이울프’에 탑승한 채 나타난다. ‘스카이울프’는 날렵하면서도 강력한 외형의 전투 메크로, 푸른색과 은색이 어우러진 외피에 트윈 블레이드와 에너지 캐논을 장착하고 있다.)
– **강하율 (스카이울프 조종석에서, 단호한 목소리로):** 이안! 당장 멈춰! 이 ‘기간테스’는 네 장난감이 아니야!
(이안의 명령에 따라 거대한 ‘기간테스’ 방어 드론들이 ‘스카이울프’를 향해 일제히 에너지 포를 발사한다. 폭발음과 함께 격납고에 섬광이 번뜩인다.)
– **강하율:** (메크를 조종하며 회피 기동) 젠장! 수가 너무 많아!
(강하율은 능숙하게 ‘스카이울프’를 조종하며 드론들의 공격을 피하고, 트윈 블레이드로 근접한 드론들을 순식간에 두 동강 낸다. 날카로운 금속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드론들의 잔해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 **서은한:**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강하율! 이안의 제어권은 ‘기간테스’의 보조 엔진 제어 시스템을 통해 우회하고 있다! 엔진의 에너지 흐름을 차단하면 드론들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이안이 수동으로 제어하는 바람에 그게 불가능해! 시간을 벌어줘!
– **강하율:** (메크의 에너지 캐논을 발사하며 드론 세 대를 동시에 격추) 알았어!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해! 저 녀석들… 사령관이 직접 조율한 최신형이잖아!
(스카이울프는 마치 춤을 추듯 수십 대의 드론 사이를 헤치며 전진한다. 에너지 캐논의 불꽃이 터지고, 트윈 블레이드가 드론들을 가차 없이 베어낸다. 강하율의 탁월한 조종 실력에도 불구하고, 드론들의 파상 공세는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녀의 메크 곳곳에 드론의 공격으로 인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한다.)
– **이안:** (은한을 향해 소리친다) 멍청한 것들! 이 ‘기간테스’는 내가 만든 예술 작품이야! 너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 **서은한:** (손가락을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예술 작품이라… 모든 예술 작품에는 창작자의 결점이 투영되지. 이안, 당신의 과도한 자기애가 바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허점이야.
(은한이 특정 코드를 입력하자, 중앙 스크린에 이안의 제어 패드와 ‘기간테스’ 시스템 간의 연결 그래프가 순간적으로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 **서은한:** 강하율! 지금이야! 보조 엔진의 제어권에 아주 짧은 틈이 생겼다! 빠르게 메인 전력 흐름을 차단해!
– **강하율:** (메크를 돌려 거대한 격납고 벽면을 향해 돌진한다) 간다!
(스카이울프는 거대한 벽면에 장착된 ‘기간테스’ 보조 엔진의 메인 전력 컨트롤 패널을 향해 에너지를 응축한 주먹을 날린다. 금속이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패널이 산산조각 난다. 동시에, ‘기간테스’ 전체에 미약한 전력 불안정 현상이 발생한다.)
– **이안:** (비명을 지른다) 안 돼! 나의 시스템!
(이안이 조종하던 드론들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칫하고, 동력이 약해진다.)
– **서은한:** (마지막 코드를 입력하며) 끝이다, 이안. 당신의 ‘예술 작품’은 더 이상 당신의 말을 듣지 않아.
(은한의 스크린에 ‘시스템 제어권 복원’ 메시지가 번쩍인다. 동시에 ‘기간테스’ 전체에 울려 퍼지던 비상 경고음이 멈추고, 드론들의 눈에 불타오르던 붉은빛이 꺼진다. 드론들은 마치 전원이 나간 인형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 **이안:** (털썩 주저앉으며)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내가… 내가 진다고?!
(레나 보안 사령관의 병력들이 이안을 제압한다.)
– **강하율:** (스카이울프에서 내리며,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제압 완료. 정말이지… 손이 다 얼얼하군.
(강하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은한을 바라본다. 은한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큐브를 돌리고 있다.)
**[장면 전환]**
### 6. 씬 6: 고요한 새벽
**기간테스 함교**
**시간:** 다음 날 새벽 05:00
(이안의 폭주로 인해 생긴 피해가 수습되고, ‘기간테스’는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함교의 거대한 창밖으로는 무수한 별들이 은하수를 수놓고 있다. 새로운 사령관 대행이 임명되었고, 모든 시스템은 정상 작동 중이다.)
– **강하율:** (함교 창밖을 응시하며) 정말이지… 아슬아슬했어. 네가 아니었다면 이 ‘기간테스’는 이안의 손에 놀아났을 거야. 네 덕분이야, 은한.
– **서은한:** (함교 구석에 앉아 무심하게 큐브를 돌리며) 나는 그저 보이지 않는 패턴을 읽었을 뿐. 이 거대한 기계 안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톱니바퀴 중 하나가 잠시 제멋대로 굴었을 뿐이고, 나는 그 톱니바퀴를 제자리로 돌려놓았을 뿐이지.
– **강하율:** (쓴웃음을 지으며) 그 ‘톱니바퀴’ 때문에 사령관님이 돌아가시고, ‘기간테스’ 전체가 위협받았잖아. 넌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야.
– **서은한:** (큐브를 완성시키며) 인간의 마음만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스템은 없지. 밀실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의 마음속에는 수없이 많은 밀실이 존재해. 나는 그 밀실을 여는 열쇠를 찾고 싶을 뿐이야.
(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트렌치코트를 여민다. 그의 발걸음은 이미 다음 목적지를 향하는 듯 가볍다.)
– **강하율:** 어디 가려는 거야? 이제 막 사건이 해결됐는데.
– **서은한:**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제 이 ‘기간테스’는 스스로의 운명을 찾아 나아가겠지. 나는 또 다른 밀실을 찾아 떠날 뿐. 이 광대한 우주에는, 풀리지 않은 퍼즐들이 너무나도 많거든.
(은한은 큐브를 공중으로 던졌다가 다시 잡으며 함교 문을 향해 걸어간다. 그의 등 뒤로 ‘기간테스’의 거대한 엔진이 재시동되고, 무수한 별빛 속을 유영하며 나아간다. 강하율은 그런 은한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기간테스’의 고요한 항해는 다시 시작되지만, 그 안에는 해결된 사건만큼이나 깊은 미스터리가 남겨져 있는 듯했다.)
**[장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