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 심장에 균열
차갑고 습한 공기가 폐부를 찢는 듯했다. 세라는 고개를 숙이고 방호복의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두꺼운 필터 마스크 너머로 불규칙하게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저 아래,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실루엣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제국의 동력원이자, 동시에 수많은 평민의 생명을 갉아먹는 독배. 에테르 추출 플랜트, ‘황혼의 심장’이었다.
“목표까지 오백 미터.”
낮게 깔린 리안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탔다. 잡음 섞인 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특유의 침착함이 묻어 있었다. 리안은 팀의 눈이자 귀였다. 그의 손가락은 홀로그램 지도를 빠르게 쓸어넘기며 제국의 감시망을 교란하고 있었다.
세라는 손목의 통신기를 톡톡 두드려 대답했다. “계속 진행해. 경계 강화.”
그녀의 옆에 바위처럼 서 있던 칼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거대한 어깨 위에는 특수 제작된 전자기 충격기가 짊어져 있었다. 보통의 반란군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화력. 하지만 칼에게는 그것이 마치 장난감 총처럼 가벼워 보였다.
세 사람은 비좁은 폐기물 수송관을 기어갔다. 부식된 금속 내벽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이곳은 과거 평민들이 일했던 작업장이었지만, 이제는 제국이 버린 쓰레기들만이 썩어가는 죽음의 통로였다.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리안의 손목에 달린 전술등만이 희미하게 길을 비췄다.
“젠장, 쥐새끼들이 너무 많군.” 칼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신발 밑창에 무언가 밟히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렸다. 이곳의 쥐는 보통의 쥐가 아니었다. 에테르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로 인해 기형적으로 변이된 거대 쥐들이었다.
“조용히 해, 칼. 제국의 경비병만큼이나 귀 밝은 놈들이니까.” 세라가 경고했다. 그녀는 허리춤에 찬 에너지 단검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뿜었다.
수송관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금속 마찰음과 기계음이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웅웅거리는 거대한 공장의 숨소리였다. 리안이 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앞에 열감지 센서. 패턴 분석 중. 곧 우회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세라는 그의 말에 따라 멈춰 섰다. 그녀의 시선은 좁은 수송관 너머의 풍경에 고정되었다. 육중한 강철문이 보였고, 그 옆으로는 제국의 상징인 독수리 문양이 섬뜩하게 새겨져 있었다.
“센서 교란 시작.” 리안의 손가락이 공중을 빠르게 유영했다. 홀로그램 키보드가 그의 손끝에서 번개처럼 움직였다. 잠시 후, 통신망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어. 10초간 시야 확보. 빨리 움직여야 해.”
세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칼을 돌아보았다. “칼, 문 개방. 소리 없이.”
칼은 말없이 몸을 낮춰 문 앞에 섰다. 그의 팔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육중한 강철문이 그의 어깨에 짓눌려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쉬이이익-! 공기가 새는 소리와 함께 문이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열렸다. 그는 문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간 뒤, 내부의 잠금장치를 풀어 세라와 리안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몇 초 만에 이루어졌다.
내부는 거대한 통로였다. 머리 위로는 수많은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벽에는 거대한 냉각팬이 둔탁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붉은 경고등이 번쩍였고, 어둠 속에 거대한 그림자들을 만들어냈다.
“경비 순찰 패턴 확인. 3분마다 한 번씩. 두 명씩 한 조. 전자기 라이플로 무장.” 리안이 속삭였다. “다음 순찰까지 45초.”
“45초면 충분해.” 세라가 대답했다. 그녀는 이미 다음 움직임을 계산하고 있었다. “칼, 저기 중앙 감시탑. 저격병이 있을 수 있어.”
“문제없습니다.” 칼은 말없이 전자기 충격기를 어깨에서 내렸다. 거대한 총열이 그의 손에서 안정적으로 고정되었다.
세 사람은 그림자 속을 빠르게 이동했다.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제국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병사들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쉬웠다. 다음 순찰 조가 오기 전에 통로를 벗어나야 했다.
“좌측 통로에 추가 센서. 열영상.” 리안이 경고했다. “전력 증폭이 필요해.”
“젠장.” 세라가 낮게 중얼거렸다. “칼, 준비해. 문이 열리는 즉시 돌파한다.”
칼은 이미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그의 눈은 굳게 닫힌 강철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리안의 손가락이 다시 허공을 스쳤다.
삐빅!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경고음이 작게 울렸지만, 곧 사라졌다.
“됐어! 5초!” 리안이 외쳤다.
콰아앙! 칼이 강철문을 들이받았다. 그의 어깨에 실린 충격은 평범한 강철문이라면 단번에 찌그러뜨릴 위력이었다. 문이 거친 굉음과 함께 안쪽으로 열렸다. 동시에,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국 병사 두 명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칼의 전자기 충격기가 불을 뿜었다. 팟! 팟!
두 명의 병사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세라와 리안은 칼 뒤를 따라 재빨리 내부로 진입했다. 통로가 열리자마자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붉은 불빛이 내부를 비추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젠장, 예상보다 빨랐군.” 세라가 중얼거렸다. “리안, 경보 시스템 초기화 시도해.”
“시도 중입니다. 하지만 완전 초기화는 힘들 것 같아요. 백업 시스템이 너무 강력합니다!” 리안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럼 부분적으로라도 좋으니, 가능한 한 시선을 돌려!” 세라가 외쳤다.
탕! 탕! 탕!
저 멀리, 복도 끝에서 추가 병력들이 나타났다. 전자기 라이플에서 발사된 녹색 섬광이 어둠을 가르고 날아왔다. 세라는 재빨리 몸을 날려 엄폐물 뒤로 숨었다. 칼은 이미 거대한 냉각관 뒤에 몸을 숨긴 채 전자기 충격기를 다시 조준하고 있었다.
“젠장, 놈들이 몰려옵니다!” 리안이 외쳤다. 그는 작은 휴대용 장비를 꺼내 바닥에 설치했다. 장비에서 푸른색 섬광이 뿜어져 나오며 허공에 거대한 홀로그램 환영을 만들어냈다. 여러 명의 반란군이 무질서하게 달리는 모습이었다.
“일시적인 눈가림이야! 빨리 이동해야 해!” 세라가 소리쳤다. 그녀는 에너지 단검을 뽑아 들었다. 칼날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눈은 오직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수많은 평민들의 고통과 염원이 그녀의 어깨에 짊어져 있었다. 이 제국의 심장을 한 번이라도 흔들어 놓아야 했다. 그래야만 어둠 속에 가려진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을 테니까.
“중앙 코어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세라가 외쳤다. “리안, 길을 열어! 칼, 엄호해!”
그녀는 에너지 단검을 움켜쥐고 홀로그램으로 혼란에 빠진 제국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철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황혼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세라는 그 심장에 균열을 내기 위해 찾아온 검은 불꽃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