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심장이 박동하는 도시, 크로노스에 새벽이 찾아왔다. 거대한 증기 기관들이 뿜어내는 짙은 회색 연기가 하늘을 가렸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톱니바퀴와 황동 기계장치들이 도시 전체를 감싼 거대한 시계탑처럼 울부짖었다. 저 높은 곳에서 증기 비행선들이 굉음을 내며 떠오르고, 지상에서는 기계 마차가 덜컹거리며 거리를 질주했다. 이 모든 소음 속에서 아침을 깨우는 것은 역설적으로 침묵이었다. 특정 종류의 침묵, 비정상적인 정적.
아셀 벤딕트는 자신의 서재 창가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복잡한 톱니바퀴와 수정 렌즈로 이루어진 작은 천체 관측 기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돌리자 내부의 기어들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작은 행성 모형이 자전했다. 늘 그렇듯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그때, 현관문이 요란하게 두드려졌다.
“주인님, 발록 경감이 보낸 전령입니다!” 그의 조수이자 하인인 핀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푸른 눈은 새벽 안개처럼 흐릿했으나, 그 안에 담긴 지성은 맑고 날카로웠다. “들어오라고 해.”
곧이어 헐떡이는 제복 차림의 젊은 전령이 서재로 뛰어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랬고, 손에는 왁스로 봉인된 긴급 서신이 들려 있었다. “아셀 벤딕트 경께! 발록 경감이 보냈습니다! 에크 저택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셀은 천천히 서신을 받아들었다. 봉인을 찢고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무심했다.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서야 미간을 살짝 찌푸렸을 뿐이었다. “휴고 반 에크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죽었다는군. 게다가 밀실 살인이라.”
“네, 경! 저택의 모든 문과 창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완벽한 밀실이었다고… 발록 경감님은 경께서 오시지 않으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고….” 전령은 말을 더듬었다.
아셀은 코트와 지팡이를 핀에게서 건네받았다. 그의 지팡이는 평범한 나무 지팡이가 아니었다. 황동으로 장식된 손잡이 부분에는 작은 압력계와 온도계가 내장되어 있었고, 끝부분에는 돋보기가 숨겨져 있었다. “서둘러야겠군. 크로노스에서 휴고 반 에크만큼 복잡한 기계장치와 함께 살았던 사람은 없었지. 그의 죽음 또한 단순할 리 없어.”
기계 마차는 굉음을 내며 거리를 가로질렀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온통 증기와 톱니바퀴의 향연이었다. 증기열차는 머리 위 고가 선로를 따라 쏜살같이 달렸고, 거대한 공장 굴뚝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아셀은 묵묵히 이 모든 풍경을 응시했다. 그는 단지 관찰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시의 박동과 리듬을 듣고, 그 안에 숨겨진 불협화음을 찾아내는 듯했다.
얼마 후, 마차는 도시 외곽, 마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거대한 시계탑 모양의 저택 앞에 멈춰 섰다. 바로 휴고 반 에크의 저택이었다. 육중한 강철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크로노스 보안국의 제복을 입은 경비병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증기 기관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자동화된 문지기 로봇 한 쌍이 삐걱거리며 경직된 자세로 서 있었다.
“벤딕트 경!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발록 경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발록은 덩치 큰 사내로, 그의 수염은 짙은 갈색이었고, 눈은 늘 무언가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마에 땀방울을 송골송골 맺힌 채 아셀에게 다가왔다. “정말이지… 끔찍한 사건입니다. 이런 건 처음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전령에게 들었습니다, 경감. 피해자는 휴고 반 에크. 장소는 저택 최상층의 연구실. 완벽한 밀실 살인.” 아셀은 침착하게 말했다. “상황을 직접 보시죠.”
발록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셀을 안내했다. 저택 내부는 온통 기계장치와 자동 인형들로 가득했다. 천장에는 황동으로 만든 태엽 새들이 샹들리에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복도를 지날 때마다 기계 하인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아셀은 이 모든 것들을 스쳐 지나가듯 보았지만, 그의 눈은 모든 세부 사항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벽에 걸린 거대한 벽시계의 톱니바퀴가 몇 초에 한 번씩 불규칙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그는 알아차렸다.
엘리베이터는 거대한 증기 피스톤에 의해 작동했다. 육중한 철문이 닫히고,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케이지가 서서히 상승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케이지는 최상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마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이상한 금속성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입니다.” 발록 경감이 목소리를 낮췄다.
연구실 문은 두꺼운 강철과 황동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중앙에는 복잡한 태엽 장치와 자물쇠가 박혀 있었고, 문틈은 고무 패킹으로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문 옆에는 한 무리의 보안국 요원들과 휴고 반 에크의 비서인 핀이 초조하게 서 있었다. 핀은 얼굴이 창백했고, 그의 눈은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아무리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서 결국 강제로 열려고 했지만, 너무 견고했습니다. 결국, 잠금장치를 파괴하고 들어섰습니다.” 발록이 설명했다. “창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화 유리창은 모두 안쪽에서 황동 걸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고, 굴뚝이나 환기구도 사람이 드나들 수 없을 만큼 좁습니다.”
아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지나 연구실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 공기는 무겁고 침체되어 있었다. 작업대는 온통 복잡한 기계 부품, 설계도, 그리고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로 가득했다. 천장에서는 거대한 황동 시계추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시간의 흐름을 알렸다.
방 한가운데, 거대한 작업 테이블에 휴고 반 에크의 시신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평소 입던 너덜너덜한 작업복 차림이었고, 한 손에는 돋보기가, 다른 한 손에는 미완성된 태엽 장치가 쥐여 있었다. 그의 눈은 공포에 질린 채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는 선명한 원형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마치 정교한 드릴로 뚫은 듯 깔끔하고 완벽한 구멍이었다. 그러나 그 주변에는 피 한 방울 튀어 있지 않았다. 더욱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무기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보시다시피… 무기가 없습니다.” 발록이 한숨을 쉬었다. “피해자는 이 안에서 혼자였습니다. 저희가 문을 부수고 들어설 때까지 아무도 들락거리지 않았습니다. 살인자는 어떻게 이 안에 들어와, 휴고 경을 살해하고, 감쪽같이 사라진 걸까요? 그것도 완벽한 밀실에서!”
아셀은 시신의 주변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바닥의 작은 먼지 조각 하나, 테이블 위 미세한 흠집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돋보기가 달린 지팡이 끝을 꺼내 바닥의 미세한 금속 가루를 관찰했다. 그리고는 벽에 기대어 있던 거대한 태엽 인형, 팔과 다리가 복잡한 기어와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로봇의 발치를 유심히 살폈다.
“사건 발생 시각은 대략 언제로 추정됩니까?” 아셀이 물었다.
“검시관 말로는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입니다.” 발록이 답했다.
아셀은 천장의 시계추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신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은 잠시 고정된 듯 보였다. 피해자의 왼손에 쥐여 있던 미완성 태엽 장치, 그리고 그 아래 깔려 있던 설계도의 가장자리… 아주 미세하게 찢겨진 흔적이 있었다.
“경감.” 아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움이 담겨 있었다. “살인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방 안에 계속 있었던 겁니다.”
발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벤딕트 경! 제가 직접 문을 부쉈고, 요원들이 방 전체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셀은 아무 말 없이 시신의 옆에 놓인 거대한 황동 작업대, 그 위를 복잡하게 수놓은 기계 부품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그의 시선이 방 한쪽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증기 압력계로 향했다. 바늘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누군가 이 방 안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감쪽같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아셀은 천천히 시신의 가슴에 뚫린 완벽한 원형 구멍을 가리켰다. “이 살인자는… 지금도 이 방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의 말에 방 안의 모든 이들이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 발록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셀은 그들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작업대 위에서 굴러다니는 작은 황동 나사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 방에는 죽은 휴고 반 에크 경 외에, 두 개의 살인 도구가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이미 그 임무를 완수했고, 다른 하나는… 이제 막 그 정체를 드러낼 준비를 마쳤을 뿐입니다.”
아셀은 시신 주변을 천천히 돌며, 방안의 모든 기계장치들을 다시 한번 스캔하듯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은 방 한구석에 세워져 있던, 아직 덮개가 씌워져 있는 거대한 기계장치에 닿았다. 그 위에는 ‘미완성 자동 조립 장치’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아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확신과 흥미가 뒤섞인 미소였다.
“이 밀실은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다는 것은 때로는 가장 큰 함정이 될 수 있지요. 특히나, 죽은 휴고 경처럼 완벽한 기계를 사랑했던 이에게는 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한구석에서 멈춰 있던 거대한 태엽 인형, 아셀이 처음에 발치를 유심히 살폈던 그 인형의 눈에서 희미한 붉은 불빛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거대한 기계 팔이, 아주 느리게, 하지만 분명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 안의 모두가 경악으로 얼어붙었다.
“자, 이제 누가 이 방에서 나가고, 누가 들어왔는지에 대한 환상을 깨부술 시간입니다.” 아셀은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이미 진실의 실마리를 꿰뚫고 있었다. “크로노스의 모든 기계는 결국 인간의 손에서 시작되었고, 인간의 욕망으로 움직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