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제목: 잿빛 하늘 아래, 첫 불씨】**
**[SCENE: 행성 켈레스 – 제2 채굴 구역. 황량하고 거대한 기계 도시의 잔해. 낡은 금속 구조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그 사이로 희미한 태양빛이 비스듬히 스며든다. 공기는 텁텁하고 무거우며, 멀리서 들려오는 채굴 기계의 둔탁한 소리가 도시의 숨통을 조이는 듯하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작업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이동한다. 삶의 의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들.]**
**내레이션 (시아):**
언제부터였을까. 켈레스의 하늘이 잿빛으로 물든 건.
저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이 우리가 ‘제국’이라 부르는 그림자의 심장부를 가리기 시작한 건.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태양의 온기가 어떤 색이었는지, 공기가 얼마나 맑았는지.
그저, 살아남는 법을 알 뿐이다. 매일, 매 순간, 이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 아래에서.
이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SCENE: 제2 채굴 구역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버려진 주거지. 녹슨 철판과 폐기된 부품들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초라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중 한 집의 지붕 위, 10대 후반의 소녀 시아(SIA)가 작은 공구를 들고 폐기된 통신 장치에서 부품을 떼어내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지만, 눈빛은 날카롭고 민첩하다. 등 뒤에는 직접 만든 듯한 낡은 배낭이 메어져 있다.]**
**시아 (혼잣말):**
젠장, 또 헛수고잖아. 이젠 하다하다 고철 부스러기까지 씨가 말랐군.
(장치 안을 들여다보며 작은 한숨을 쉰다. 마른 입술을 깨문다.)
리아 병세가 더 깊어지고 있는데… 이번 달 식량 배급도 줄었다 했고. 이대로는 정말…
**[SCENE: 멀리서 굉음과 함께 붉은색 제국 함선 한 대가 상공을 가로지른다. 함선은 지상의 건물들을 거침없이 스쳐 지나가며 위압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사람들은 익숙한 듯 고개를 숙이고, 몇몇은 하던 일을 멈추고 불안하게 함선을 올려다본다.]**
**행인 1:**
젠장, 또 시찰단인가? 뭘 또 뜯어가려고!
**행인 2:**
쉿! 들키면 죽어! 제국 병사들은 눈 깜짝 안 해!
**[SCENE: 함선에서 내려온 수십 명의 제국 병사들이 거친 발걸음으로 도시를 활보한다. 그들의 갑옷은 번쩍이고, 들고 있는 무기는 위협적이다. 한 명의 장교가 앞장서서 걸으며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경멸하듯 훑어본다. 병사들은 무작위로 집들을 수색하고, 사람들을 잡아세워 짐을 뒤진다. 항의하는 자는 가차 없이 무릎을 꿇린다.]**
**제국 장교 (거만하고 냉혹한 목소리):**
켈레스 주민들은 들어라! 제국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너희는 그저 소모품일 뿐!
오늘부로 제2 채굴 구역의 모든 에너지 정화 필터는 제국으로 회수한다!
반항하는 자는 반역으로 간주하여 즉결 처형할 것이다!
**[SCENE: 시아는 지붕 위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눈이 분노로 번들거린다. 에너지 정화 필터는 켈레스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과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하는 필수 장치다. 그것마저 빼앗긴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이 자명하다.]**
**시아 (이를 악물고):**
미쳤어… 이제 물까지 끊겠다고? 리아 약도… 필터로 정수한 물이 필요한데…
(멀리서 병사들이 그녀의 집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몸이 굳는다.)
안 돼… 리아…!
**[SCENE: 병사들이 시아의 집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리아는 집에 혼자 있다. 시아는 급하게 지붕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한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이미 병사들이 집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시아 (폐허가 된 문을 보고 멈칫했다가, 곧바로 뛰어 들어가며):**
안 돼! 멈춰!
**[SCENE: 병사들이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작은 침대에 누워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리아(RIA)의 모습이 보인다. 리아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고, 마른기침을 쉴 새 없이 토해낸다. 병사들은 리아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침대 옆에 놓인 작은 휴대용 에너지 정화 필터를 발견한다.]**
**제국 병사 1:**
여기 있다! 이놈들, 몰래 숨겨놨군!
**시아:**
(병사 앞을 가로막으며)
안 돼! 그건 안 돼! 내 동생이 아파! 그걸로 물을 정수해야 한단 말이야!
**제국 병사 2:**
닥쳐라! 제국의 명령에 거역하는 건가? 네 동생 목숨보다 제국의 자원이 더 귀하다!
**[SCENE: 병사 1이 시아를 거칠게 밀쳐낸다. 시아는 바닥에 나뒹군다. 머리에서 둔탁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들은 리아의 필터를 뜯어내려 한다. 리아는 옅게 신음하며 시아를 바라본다. 시아의 눈에는 절망과 분노가 가득 찬다. 무력감에 손끝이 떨린다.]**
**시아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목이 쉬어버린 듯한 목소리로):**
놔! 놓으라고! 이 빌어먹을…!
**[SCENE: 그때, 갑자기 섬광이 터지며 병사들이 휘청거린다. 그들의 시야를 잠시 교란시킨 것이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낡은 로브를 뒤집어쓴 한 인물이 나타나 병사들의 뒤를 노린다. 그는 능숙하게 손에 든 소형 전자 교란기로 병사들의 무전을 마비시키고, 그들이 잠시 당황하는 사이 빠르게 리아의 필터를 건드려 일시적으로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든다.]**
**카이론 (Kairon) (낮고 침착한 목소리):**
(시아를 보며)
더 이상은 무리다. 여기서 이러다간 둘 다 위험해진다. 필터는 못 뺏겼어.
**[SCENE: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향해 달려든다. 카이론은 시아의 손목을 잡고 지붕 위로 재빨리 도약한다. 시아는 필터를 뺏기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워한다. 병사들이 뒤쫓아오지만, 카이론은 익숙한 듯 좁은 골목과 폐건물 사이를 오가며 그들을 따돌린다.]**
**제국 병사 1:**
도망쳐? 잡아! 절대로 놓치지 마라!
**[SCENE: 카이론은 시아를 이끌고 미로 같은 뒷골목을 질주한다. 시아는 쫓아오는 병사들의 시선을 피하며 카이론의 움직임을 따른다. 그들은 어느새 도시의 가장 깊은 곳, 버려진 지하 통로로 이어진 폐쇄된 구역에 도착한다. 어둡고 축축한 공기, 오래된 기계 냄새가 진동한다. 녹슨 파이프들 사이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카이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선다)
하아… 겨우 따돌렸군. 미안하다. 네 동생 물품은 완전히 뺏기지 않았지만… 이제 당분간은 못 쓸 거야. 수리해야 해.
**시아 (정신을 차리며 카이론을 노려본다. 경계심이 잔뜩 깃든 눈빛):**
당신… 대체 뭐야? 그리고 왜 나타난 거야? 당신 때문에 병사들이 더 날뛸 거라고! 우리 집은…!
**카이론 (로브를 살짝 벗어 얼굴을 드러낸다. 그의 얼굴은 깊은 주름과 굳은 의지로 가득 차 있다.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난다):**
그 병사들은 네가 있든 없든 항상 날뛰지.
나는… 너처럼 제국의 횡포에 질려버린 자들을 돕는 자다.
너는… ‘별의 그림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시아 (경계심 가득한 눈빛):**
별의 그림자? 그건… 제국에서 말하는 반란군… 테러리스트…
**카이론 (피식 웃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테러리스트? 제국이 우리를 그렇게 부르더군.
하지만 우리는 그저… 이 잿빛 하늘 아래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아 싸우는 자들일 뿐이다.
너도 오늘 봤지? 제국은 너희에게 숨 쉴 공기조차 허락하지 않아.
네 동생처럼 아픈 자들마저 버리는 쓰레기로 취급한다고.
너희를 보호할 자원은 없지만, 너희가 가진 자원은 무조건 빼앗아가지.
**시아 (시선을 피하며 낡은 벽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무력감이 묻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저 거대한 제국에 맞서서?
우리는… 너무 작고, 약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카이론 (시아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의 손은 거칠지만 따뜻하다):**
별은 하나하나가 작지만, 밤하늘을 수놓으면 거대한 은하를 이룬다.
작은 불씨가 모여 거대한 화염이 되는 것처럼.
너의 그 분노, 그 절망… 그걸 그냥 두지 마라.
그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는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봤다. 폐기된 기계들 속에서 살아남고, 쓸모를 찾는 너의 능력.
우리에겐… 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제국의 심장부를 꿰뚫을, 날카로운 눈을 가진 사람이.
**[SCENE: 시아는 카이론의 눈을 응시한다. 그의 눈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느꼈던 것과 같은, 아니 어쩌면 더 깊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읽어낸다. 리아의 희미한 신음 소리, 병사들에게 밀쳐졌던 순간의 치욕, 그리고 빼앗긴 필터에 대한 분노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휘몰아친다. 더 이상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격렬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시아 (작은 떨림이 섞인 목소리. 주먹을 꽉 쥔다):**
내가… 내가 뭘 해야 하는데요?
내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카이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아직은 작은 일부터다. 켈레스 행성의 지하 폐쇄 구역에 제국이 숨겨놓은 비밀 통신망이 있다.
오래된 코드를 해독하고, 숨겨진 정보망을 찾아야 해.
너의 그 뛰어난 탐색 능력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다.
그것이 우리 ‘별의 그림자’의 첫 불씨가 될 거야.
이 잿빛 하늘을 찢고, 새로운 새벽을 가져올.
**[SCENE: 시아는 낡은 필터를 든 채 허공을 응시한다. 그녀의 눈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결심으로 불타오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리아의 얼굴과 켈레스 주민들의 고통받는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잿빛 하늘을 향해, 처음으로 똑바로 시선을 맞춘다. 이제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보다 뜨거운 의지가 서려 있다.]**
**시아 (결의에 찬, 단호한 목소리):**
좋아요. 할게요.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리아를 위해서라도… 모두를 위해서라도.
**[SCENE: 카이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는 시아의 어깨를 다시 한번 툭 치고는, 지하 통로 안쪽의 어둠을 가리킨다. 그 어둠 속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와 함께, 거대한 제국에 맞설 첫 발걸음이 기다리고 있다.]**
**카이론:**
그럼, 가자. 시아.
우리의 별이 다시 빛날 때까지.
**[SCENE: 시아는 카이론을 따라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의 그림자가 서서히 어둠에 잠긴다. 낡은 지하 통로의 입구에는 차가운 바람만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는, 작은 불씨의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실루엣이 점점 멀어져 사라진다.]**
**내레이션 (시아):**
나는 몰랐다. 그날, 내가 어둠 속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
수많은 별들의 그림자를 깨우고, 제국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거대한 반란의 시작이 될 줄은.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나약한 고철 수집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잿빛 하늘 아래에서 피어날, 첫 불씨가 되었다.
**[END OF EPISODE 1]**
